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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의 자유, 너무도 자의적이고 이기적이지 않은가

korman 2016. 8. 22. 15:39




댓글의 자유, 너무도 자의적이고 이기적이지 않은가


침침해지는 눈을 비벼가며 올림픽 골프 최종라운드를 보았다. 늦은 밤에 벌어지는 이런 경기는 누군가와 같이 보며 박수도 보내고 애석해 하기도 하고 해야 졸리지 않은데 혼자 냉커피 한 잔 마시고 선풍기 돌리며 (뉴스에서 하도 요금폭탄이라 겁주니 에어컨은 틀 생각도 못하고) TV앞에 몸은 누이고 방석 두 개로 고개만 살짝 들고 있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니라’가 아니라 잠이 자동으로 오락가락하여 중계진이 조용하면 눈이 감기고 박인비 버디 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 뜨이기를 반복하며 거실 딱딱한 바닥에서 몸을 뒤척이기도 수십 번은 하였으되 금메달 소식에 ‘대장부 잠자리 이만하면 족하니라’가 되었다.


뉴질랜드 대표에 ‘리디아 고’라는 교포가 있다. 미국 LPGA 경기에서도 늘 박인비와 쌍벽을 이루며 매번 비교되기도 한다.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부터 그녀는 우리의 경계대상 1호가 되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박인비는 초반부터 우세한 경기를 하며 금메달의 기대를 높인 반면 그녀는 1,2라운드까지 20등 이하로 처져 있었다. 그런 그녀가 3일째는 냅다 치고 올라와 순위를 높이더니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박인비를 위협하기 시작하였다. 박인비도 그녀도 보기를 범하는 굴곡이 몇 번 있었지만 박인비는 줄곧 선두를 지킨 반면 그녀는 동메달조차 기대 못할 정도의 순간도 여러 번 겪었다. 그러던 그녀가 막판에 극적으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매스컴도 그리 표현을 하지만 나 또한 천재는 천재라고 할 밖에 없었다. 골프가 100년이 넘어 올림픽에 부활하였다고 하는데 그 중심에 비록 국적은 달랐지만 아시아의 여결 3인이 메달을 들고 있는 모습은 서양인들을 머쓱하게 하는 데 충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호주대표 두 사람도 모두 우리나라 교포였으니 우리 여자들이 하기는 잘 하는 모양이다.


인터넷 포털에 난 기사를 보다가 리디아 고와 관련한 댓글을 보게 되었다. 각종 매스컴도 그녀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였는데 한국사람도 아닌데 왜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루냐는 시비성 댓글에서부터 각종 악성 댓글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가 외국인으로 고대에 다니는 것과 시상대에서 애국가가 나올 때 얼굴표정이 한국인이 아니었다는 시비로까지 이어졌다. 외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을 우리는 교포라고 부른다. 영주권을 가졌든 시민권을 가졌든 모두 교포라 부른다. 엄밀히 따져서 체재국 시민권자들은 한국 국적자가 아니므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 국적자이니 한국국민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녀가 한국인이 아닌 것은 아니다. 국적이 다른 것일 뿐 한국인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녀는 공식적으로 한국계 뉴질랜드인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영어로는 Korean New Zealander라 부른다고 한다. 이는 뿌리가 한국에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악성 댓글은 한국인이 왜 뉴질랜드 대표를 하느냐는 기본 관점에서 쓰여졌다. 결론적으로 한국인이 남의 나라 대표가 돼서 잘 한 것이 기분 나쁘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그녀가 한국계라는 것은 전 세계 골프계가 다 아는 사실이고 따라서 한국인이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또 비록 이번 올림픽에서 뉴질랜드에 은메달을 선사하였지만 이는 한국인으로 우리도 기뻐해야 할 일이다. 아마도 악성 댓글을 단 사람들 모두는 그녀와 일면식도 없으며 이해관계는 더더욱 없을 터, 참 못났다. 열등감에서 오는 패배의식인가?


많은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의 국적을 가지고 활동을 한다. 누군가는 개인적인 사업으로 유명세를 타고 누군가는 살고 있는 나라를 대표하여 유명해 지기도 한다. 뉴질랜드는 작은 나라지만 미국 같은 큰 나라에서 국가대표선수가 되는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니 어느 나라에서건 소수 외국계로 그 나라를 대표한다는 것은 모국인들도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이다. 대표가 된 선수들은 누구나 자신이 속한 나라를 빛내는 데 최선을 다 한다. 그게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또한 자신의 뿌리인 모국을 자랑스럽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리디아 고의 은메달은 비록 뉴질랜드에 속하지만 모든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그녀의 뿌리가 한국임을 기억하게 해 줄 것이다. 그게 그녀가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하는 이유인지 참 개탄스럽다.


우리나라에도 외국인 귀화선수들이 여럿 있다. 또 평창동계올림픽이나 스포츠의 국가 경쟁력을 위하여 지금도 다른 나라 선수들의 한국귀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귀화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어 한국을 빛내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우리의 뉴질랜드 교포는 왜 뉴질랜드를 빛내면 안 되는가? 그리 악의적인 댓글을 써제끼는 사람들은 한국인으로, 한국국적자로, 한국을 위하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런 댓글도 표현의 자유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자유, 그런게 자유라면 너무도 자의적이고 이기적이지 않은가? 아니면 철학적인가?


2016년 8월 22일

하늘빛


그림출처 : 구글, 음악출처 :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