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던가

korman 2016. 7. 28. 17:43



      동네에 핀 7월의 코스모스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던가


내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친근한 분들 중에 자신과 친한 사람들을 누구에게 소개 한다던가 전언을 할 때 어떤 분야의 “대한민국에서 제일인 사람”임을 소개말 앞에 꼭 붙여 넣는 분이 있다. 그 분이 특정분야의 대한민국 사람들의 실력을 다 알아서가 아니라 자신이 친한 사람을 잘 소개하기 위한 일종의 말버릇인데 실제보다 너무 과장된 소개는 듣는 사람의 비웃음을 살 수 있고 소개 되어지는 사람도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될 수도 있어 아무리 좋은 의미로 붙이는 버릇이지만 과장된 소개는 서로에게 해가 된다. 따라서 그분에 의하여 누군가에게 소개될 때는 그러지 말라고 사전에 이야기 하지만 좀 조마조마하다.


방송 드라마에서는 별로 느껴지지 않지만 TV에 소개되는 연극무대에서의 배우들이 하는 몸짓은 내가 느끼기에는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것 보다는 좀 과하게 보인다. 관객을 직접 대하는 무대의 특성상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나 영화에 비하여 연극에 별로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는 나는 그런 몸짓에 좀 거리감을 느낀다. 아주 오래전 명동에서 연극을 본 적이 있다. 그때는 배우들이 무대에서 마이크를 사용할 수 없어 대사 목소리가 무척 컸었다. 그러니 목소리를 크게 내려면 동작도 크게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금은 큰 극장에서는 얼굴에 붙이는 마이크를 사용하고 작은 곳에서는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워 목소리를 그리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그래도 내가 느끼는 연극에서의 목소리와 동작은 일상적인 것 보다는 좀 과장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강이나 바다에 놓인 다리들의 이름 앞에는 모두 큰대자(大)가 들어가 있다. 한남대교, 양평대교, 인천대교....예전에는 영문명에 Grand라는 명칭도 붙였었지만 지금은 한글을 그대로 로마자로 표기 하였다. 그래서 Grand라는 단어는 없어졌다. 사실 그랜드의 대표적 사전적의미를 보면 “웅장한, 웅대한”이 맨 위에 놓여있다. 그런 의미에서 바다에 놓인 인천대교정도라면 몰라도 한강이나 다른 강에 놓인 다리들에 붙인, 우리가 좋아하는 대자를 Grand로 번역하여 붙였던 것은 좀 과장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노사협의에 관한 뉴스를 듣다보면 항상 “극적으로 합의되었습니다”라는 표현을 듣게 된다. 노사가 좀 티격태격하다가 합의하면 무조건 이 말이 나온다. 극적이라는 것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간신히, 그야말로 영화나 연극 대본의 일부처럼 이루어 진 것을 말함일 텐데 사태의 중경이나 길고 짧은 것은 제쳐두고 노사가 좀 대립하였다하면 주저 없이 그런 표현을 쓴다. 어차피 인생은 연극이라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이루는 모든 것이 다 극적이어야 한다는 말이 되겠다. 일반인들은 아무리 생활이 어렵더라도 쌀 한 포대를 극적으로 샀다는 표현은 하지 않는다. 부모와 다투고 화해했다 하더라도 극적으로 화해했다고 잘 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런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려는 일종의 과장된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생들의 지식경연프로그램 중에 ‘골든벨을 OOO'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주에는 어려운 관문에서 두 명의 학생이 남았는데 주어진 문제가 여름에 한꺼번에 많은 부하가 걸려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오는 현상을 무엇이라고 하냐는 것이었다. 한 학생은 ’블랙아웃‘이라 적었고 다른 학생은 ’정전사태‘라고 적었다. 정답은 ’블랙아웃(대정전)“이라 하였다. 그래서 정전사태라고 적은 학생은 탈락되었다. 지난여름 TV나 신문들은 앞 다투어 블랙아웃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였다. 나는 저걸 그냥 정전이라고 하면 될 것을 왜 구태여 모두가 블랙아웃이라 할까 생각하였다. Blackout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그냥 정정이라 나와 있다. 정전을 한영사전에서 찾으면 Blackout이라 나와 있다. 그러니 누가 대정전이라 번역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정전사태를 강조하기 위하여 영어로 Blackout이라 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블랙아웃의 본뜻을 벗어난 과장된 번역이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정전사태라고 적은 학생을 탈락시킨 것은 잘못된 처사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무언가를 강조하고 싶으면 그 말에 해당되는 영어를 마구잡이로 가져다 쓴다. 강조법은 그런 것이 아닐 텐데. 영어권에서도 대규모 정전사태를 일컫는 말이 Blackout이라면 사전에도 그리 나와야 할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탈락된 학생에게는 과장된 표현과 번역에 의한 희생이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하였던가. 무엇이던 과한 표현들은 웃음꺼리가 될 수 있고 망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나저나 교육현장에서는 과장이 없어야 하는데 그 떨어진 학생이 참 안타깝다. 수능고사라면 소송이 걸릴 수도 있겠다.


2016년 7월 25일

하늘빛


음악: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