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너는 팁세대 나는 힌트세대

korman 2016. 7. 8. 14:42




너는 팁세대 나는 힌트세대


며칠 전 TV에서 교양프로그램을 보다 나도 이제 지나간 세대구나 생각한 적이 있었다. TV에 출연한 전문가 한 분이 진행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는 도중에 역으로 진행자에게 질문을 하나 던지자 진행자가 잠시 생각하더니 “팁좀 주시죠.”라고 하였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방송을 하는데 갑자기 무슨 팁을 달라고 하는 거야”라고 순간적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같은 의미를 가졌으면서도 사용하는 세대에 따라 선택되는 단어가 다르지만 나이를 좀 먹은 사람들에게, 영어교육을 많이 받았다 하더라도, 통상적으로 팁이란 그저 한 잔 술과 함께 호기를 부리는 것으로의 선입견이 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서양처럼 팁문화가 존재하는 국가 중에는 들지 못한다. 세대에 따라 생각이 좀 다를 수도 있겠으나 아직도 관광업소에서 자동으로 부가되는 봉사료나 음주가무처에서 지갑을 여는 것 외에 서양처럼 인식하여 봉사자에게 적절히 내미는 팁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받는 사람 또한 적절한 금액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고 봐도 좋을 듯싶다.


택시를 타고 내 집에 오신 형님께서 택시기사와의 대화를 화제로 삼았다. 형님이 타자마자 택시기사가 하는 말이 별사람 다 봤다고 말을 꺼내며 형님 전에 외국인을 태웠는데 내리며 요금으로 낸 돈에서 거스름돈은 팁으로 가지라고 하였다고 하며 그 잔돈이 500원도 안 되는 돈이었는데 그걸 팁이라고 주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투덜거리더라고 하였다. 그래서 요금이 얼마였냐고 물으니 3500여원이라고 하였다며 도무지 팁에 대한 개념을 어찌 가지고 있기에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요새 서양에는 통상 사용금액의 15%정도를 팁으로 주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택시요금은 그저 잔돈을 거슬러 받지 않는 것으로 팁을 대신한다고 하는데 손님이 잔돈까지 꼭꼭 받아 챙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팁을 주고도 욕먹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요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통카드로 결제하니 그런 잔돈도 생기지 않지만.


몬트리올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카드를 내었더니 얼마짜리 영수증을 원하는지 물어왔다. 어리둥절하여 그냥 실가격을 적으라 하였더니 종사자의 표정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영수증을 기다리며 다른 사람들을 훔쳐보니 자신들이 주고 싶은 팁의 금액을 합쳐 불러주고 있었다. 영수증을 전해주는 종사자에게 나는 팁을 따로 주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하고 테이블 위에 내려놓자 그제야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다른 곳에서는 카드 슬립을 가져오면 손님이 금액을 적어 넣는데 거기서는 영수증 금액을 물어와 잠시 동안 “여기도 가짜 영수증이 있나?”하고 생각하였다. LA에서는 한국식당과 한국다방을 이용하고 팁을 안 놓고 나와 종업원이 길가까지 따라 나오며 팁을 달라고 하여 손에 쥐어준 경우도 있었다. 팁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토종 한국인이라 한국사람들끼리 밥 먹고 차 마시고 나니 거기는 팁이 존재한다는 걸 잊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그 팁은 주머니가 짧은 출장자들이나 여행자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15%라면 작은 금액은 아니니까. 우리와는 달리 메뉴판에 적힌 금액에 세금도 별도로 물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갑자기 튀어나온 “팁좀 주시죠”에 대처하는 인지능력이 그리 스마트하지가 못했던 것이다. 그도 그런 것이 내 세대에서 어떤 도움이 되는 귀띔을 ‘팁’이라고 통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별로 들어보지 못하였다. 같은 의미로 ‘힌트’를 즐겨 썼을 뿐이다. 영어 사전을 찾아봐도 ‘팁’은 귀띔 이외의 다른 뜻을 많이 내포하고 있지만 ‘힌트’는 도움이 되는 것의 의미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요새 젊은 세대들은 힌트라는 말 대신에 팁이라는 말을 주로 쓰고 있다. 아마도 영어권에서도 그리 쓰는 관계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내 세대에서는 사용되던 비타민이 어느날 갑자기 바이라민이 되었듯이. 실제 영어권 사람들은 어느 단어가 대세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제 젊은 세대에 있어서 팁이 가지는 대표적 의미는 봉사료보다는 힌트의 의미가 일반화되었다. 같은 의미로도 이리 세대가 나누어지며 나는 힌트세대, 너는 팁세대가 되는 것이다. 이 팁이건 저 팁이건, 힌트세대에게나 팁세대에게나, 모두 올바른 생활의 한 팁이 되기 바란다.


2016년 7월 7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