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푸른 융단 위에 담배연기는 흐르고

korman 2016. 7. 23. 16:35



     image : yahoo.com


푸른 융단 위에 담배연기는 흐르고


지난주 영등포 역전 먹자골목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순대에 막걸리 몇 양재기 들이키고는 늘 하는 대로 당구장으로 향했다. 친구들 만나면 1차 한 잔 후에는 당구장으로 가는 게 공식처럼 되어 있다. 술도 적게 마시고 마신 술도 깨고 그리고 운동도 되니 적은 돈으로 그만한 효과를 거둘만한 곳도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늘 염려되는 것은 간접흡연이다. 당구대를 몇 바퀴 돌고 나면 1시간 이상이 훌쩍 지나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서 당구를 치면서도 흡연을 하기 때문에 비흡연자들에게는 그 폐해가 좀 크다고 볼 수 있다. 실내라는 특수성 때문에 아무리 많은 환풍기가 달려 있다 하더라도 담배연기는 쉽게 빠져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전에도 몇 번 와봤던 곳이라 생각하면서 눈에 띄는 당구장 문을 열었다. 경험상 보통 그 시간. 불금이라는 금요일 저녁 8~9시 정도의 그 골목 대부분의 당구장들은 별로 빈 당구대가 없는 편이고 문을 열면 진하게 스며드는 담배연기가 우선 손님을 맞이하는데 이곳은 붐벼야 하는 그 시각에 절반 정도의 당구대가 비어 있었고 그 흔하게 맡아 오던 담배연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은 웬일로 당구대도 많이 비고 담배 피는 사람이 없을까 둘러보았더니 한쪽 벽면에 빨간색으로 큼지막하게 금연이라 글자가 붙어 있었다. 그 시각에 당구대가 비어 있는 것은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데 대한 부작용일 텐데 당구장 사장이 매출감소를 각오하면서 금연당구장을 만든 덕분에 쾌적하고 기분 좋은 게임을 즐기고 나왔다. 금연당구장으로 소문이 나면 오래지 않아 빈 당구대도 채워질 것이다. 아니, 우리팀이 당구를 끝내고 나오던 그 시각에 빈 당구대들도 점차 채워지고 있었다.


당구장이 체육시설로 지정되어 청소년들도 드나들 수 있는 곳이 된지 꽤나 오래 지났지만 아직 금연시설로 지정되지 않았다. 여의도 큰집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일을 하지 않고 계시니 당분간은 내가 다녀온 곳처럼 당구장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해야 할 뿐이다. 또 어느 종목에서 담배를 피워가며 경기를 하여도 좋은 체육시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로는 당구가 유일한 종목으로 보인다. 많은 흡연자들이 다른 운동도 즐겨하고 있다. 그러나 운동과 흡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 또 어디에 있을까?


얼마 전에 ‘요새 당구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특히 중장년층은 물론 노년층에도 적은 비용으로 즐겁게 적절한 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당구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TV뉴스가 있었다. 나도 뉴스에 공감이 갔다. 내가 다니면서 나날이 늘어나는 당구인구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뉴스에서는 당구장 흡연에 대한 것은 보도하지 않았다. 기자가 흡연자이기 때문에 담배피우는 것에 대하여 무관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국민들이 즐기는 떠오르는 체육시설로 소개를 할 거면 그곳에서의 흡연문제도 당연히 거론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당구선수 중에 ‘조재호’라는 분이 있다. 이 분은 흡연자라고 한다. 그가 당구장 금연에 대하여 한 마디 하였다. 일반인들은 물론이지만 아마 선수들 중에서도 당구장 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분들이 계신지 프로는 프로다워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또 어린 아이들까지 찾을 수 있는 당구장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결과적으로는 당구계가 살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http://sports.news.nate.com/view/20160704n02982). 나는 그가 그리 이야기 하였다하여 법이 바뀌기 전에 많은 금연당구장이 나오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당구계를 선도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그처럼 금연을 강조하고 캠페인을 벌린다면 그에 동조하는 당구장들도 곳곳에서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체육시설은 남녀노소가 모두 같이 공유되어야 한다. 또 가족이 같이 즐기는 공간도 되어야 한다. 그의 말처럼 아이들의 손을 잡고 들어가 당구를 가르쳐 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머지않아 더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당구장 금연에 대한 좋은 방안이 빠른 시일 내에 강구되기를 바란다.


2016년 7월 21일

하늘빛


음악:유튜브




'이야기 흐름속으로 > 내가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덥게 지내네  (0) 2016.08.09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던가  (0) 2016.07.28
너는 팁세대 나는 힌트세대   (0) 2016.07.08
좋은 이름이란?  (0) 2016.07.04
얼마나 더 살아야  (0) 201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