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좋은 이름이란?

korman 2016. 7. 4. 14:35



      사진:야후

좋은 이름이란?


내 이름에는 ‘헌’자가 들어간다. 누가 이름을 물어 대답하면 상대방은 ‘현’으로 되부르는 사람이 많이 있다. 심지어는 종이양식에 적어 넣은 것도 나중에 연락 오는 것을 보면 ‘현’으로 적혀있는 것이 한 둘이 아니다. 발음이 편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불러주는 것은 고사하고 글자로 적어주는데도 ‘현’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것이다. 그래서 생긴 버릇이 구별을 못하는 사람에게는 ‘헌’자가 들어가는 일반 단어를 불러주는 것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헌이건 현이건 간에 내국인에게나 외국인에게나 모두 편하게 불릴 수 있는 이름자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은 돌림자 개념이 예전 같지 않기로 손주들의 이름을 지으면서 돌림자와는 상관없이 편한 발음을 골랐다. 물론 한자도 없앴다. 한자의 뜻과 획수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요새는 한자 없는 이름이 많아 그런지 역술인들이 한글의 획수를 따진다고 한다. 손주들의 이름에는 ‘예’자를 넣었다. 그랬더니 교회에 다니는 아파트의 아주머니들이나 할머니들이 어느 교회 나가냐고 물어왔다. 왜 내가 교회에 다닌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아이들 이름에 ‘예’자가 있어 그리 생각하였다고 하였다. ‘예’자가 예수의 예자인줄 알았다는 것이다. 한글 획수를 따지는 사람들이나 이름에 예자가 들어있어 교회에 나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모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겠다.


예전에는 이미 지어진 개인의 이름을 고치는 것이 어려웠다는데 요새는 사유가 분명한 경우 개명신청을 하면 적법하게 이름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불편하거나 재미있는 이름은 사람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지명이나 동네 이름에도 많이 있다.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발견된 이름들이 인터넷에 심심치 않게 실리고 있다. 또한 가끔씩 동네이름을 고쳐달라고 관계기관에 청원을 하였다는 뉴스도 접하곤 한다. 아이들 이름을 지으면서 느낀 게 이름 짓는 다는 게 아무리 원칙 없이 짓는다 하더라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세계가 한 동네라는 요즈음 국내외 사람들 모두가 부르기 좋고 또 앞에 붙는 성과도 잘 어울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자를 병용하는 이름은 좋은 의미를 담은 한자도 골라야 한다. 그래서 그 우스갯소리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의 유명한 작명가에게서 이름을 지은 사람이 나중에 그에게 다시 찾아가 이름을 보여 주었더니 그 작명가 왈 “어느X이 이따위 이름을 지어주었어?”라 하였다나.


내가 사는 동네는 남구(南區)에 속해 있다. 동네 통장이 운영하는 가게에 들렀더니 서명을 해 달라며 인쇄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구의 명칭을 바꾸는 것에 동의하면 서명해 달라는 것이었다. 인천은 지금처럼 크지 않았을 때 정해진 구의 명칭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구가 방향으로 이름 지어져 있다. 동구, 서구, 남구, 북구, 남동구 등등. 명칭 바꾸는 일을 추진하는 이유가 전국에서 같은 이름을 쓰는 곳이 6곳이 있어 고유성과 정체성이 결여되어 있고 일본에 14곳이 있어 일본 식민지 행정의 잔재이며 실제 방위와 불일치한다고 되어 있었다. 구의 고유성과 역사성이 있는 이름으로 재도약하기 하기 위함이라고도 하였다. 그러나 난 서명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라면 전국에 고쳐야 할 이름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이상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부르는데 힘들지도 않고 뭐가 창조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름을 바꾸는데서 오는 시민들의 혼란과 불편함이 크고 모든 시설물의 표지나 심지어는 지도까지도 다 바꾸어야 하는데 드는 사회적 비용이 어마어마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며칠 지나서 구청으로부터 안내장이 배달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명칭변경에 따른 혼란과 행정비용을 걱정하였는지 “주민등록이나 토지대장 등 공부는 전산화 되어 있어 주민 불편이 없으며 소요되는 행정비용은 인천시와 국가에서 전부 지원되기 때문에 우리 구의 재장부담은 발생되지 않습니다.” 라는 문구가 들어있었다. 전산화된 문서들의 이름을 바꾸는 작업은 그렇다 하더라도 소요되는 행정비용은 남구의 돈이 아니라도 그게 모두 국민들이 내는 국세와 지방세를 축내는 일인데 구의 재정부담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모양새가 좀 안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이나 행정구역이나 그 이름이 중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예전에 다른 이름이 있었지만 누군가에 의하여 강제로 개명된 것을 되찾겠다고 한다면 모를까. 부르기 쉽고 전혀 이상하지도 않으며 오래도록 사용하여 친근한 이름이라면 굳이 바꾸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남구 주민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어찌 나올지 궁급하다.


2016년 7월 2일

하늘빛

음악: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