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얼마나 더 살아야

korman 2016. 6. 22. 13:36





얼마나 더 살아야


절친한 친구가 카톡으로 전해온 글 가운데 이런 말이 있었다.

“싼 것은 필요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사면서 진작 필요한 것은 비싸다고 사지 않는다.”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을 하였던 일이 아닌가 싶다. 백화점 좌대에서부터 호객꾼 아줌마들이 있는 지하철역 보따리상에 이르기까지 물건도 다양하고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방법도 다양하다. 또한 싸게 판다는 핑계나 이유도 다양하다. 그런데 이런 행사에 평소 정품으로 팔던 것들을 그대로 내어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만 그렇지 않은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요새 각 우유회사별로 큰 팩에 든 우유를 두 개씩 묶어 좀 싸게 파는 것이 많다. 지난달엔 그렇게 싸게 파는 걸 조심하라는 뉴스가 나왔다. 100% 원유가 아니라 수입한 분유를 물에 푼 것인데 일반 우유처럼 포장하고 정품 우유와 같은 곳에 진열, 판매하고 있다며 사기 전에 성분표를 확인하라고 하였다. 나도 모르고 그런 우유를 한 번 샀던 적이 있었는데 그 맛이 우유보다는 물맛에 버금가기로 다시는 사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뉴스를 듣고 성분표를 확인하였더니 정말 그렇게 씌어 있었다. 우유가공품이라면 모를까 일반 우유를 사면서 우유팩의 성분표를 읽는 분들이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100% 국산 원유로 만든 우유겠거니 하고 사오지 않았을까? 그런데 요새 새로 두 개를 묶은 회사의 제품에 큰 글씨로 “용량을 확인하세요.”라고 쓴 게 눈에 띄었다. 그리고 한 팩이 1,000ml(1L)임을 강조하였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보통 큰 팩 하나가 그 용량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럼 평소 내가 샀던 회사의 것은 그게 아니란 이야기인가? 그래서 용량을 확인하였더니만 같은 회사 제품이라도 하나씩 파는 것은 정량인데 반하여 두 개 묶은 것은 개당 용량이 작은 글씨로 900ml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그러니 용량을 줄여 두 개 묶어서 좀 싸게 팔아온 것이었다. 가격은 낮추었으나 용량을 줄였으니, 그것도 소비자가 눈치 채기 어렵게 팩의 크기도 비슷하게 하였으니, 수입분유를 물에 풀어 우유처럼 보이게 한 것이나 도덕적인 면에서는 비슷한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만든 분들이야 “성분표나 용량을 확인하지 않고 사는 네가 바보지” 하시겠지만.


네모난 00크래커라는 게 있다. 한 쪽에 잼을 바르고 치즈를 얹은 다음 다른 쪽을 얹으면 좋은 크래커 샌드위치가 되어 평소에 손주들에게 만들어주던 것으로 나도 커피 한 잔과 함께 가끔 즐기곤 하였다. 그걸 반값에 팔고 있어 한 박스를 사왔다. 박스를 열면 그 속에 과자를 넣은 소형 낱개 비닐포장이 있고 평소 그 비닐포장 속에는 크래커가 짝수로 들어 있어 샌드위치 만드는 쪽수가 모자라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뜯은 박스의 비닐포장 속에는 과자가 홀수로 들어 있었다. 과자 한 쪽이 줄어든 것이었다. 요새는 정상가에 파는 같은 것을 사 보지 않았으니 과자값을 올리느라고 정상적인 것도 홀수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반값으로 산 것이라 공장에서 행사용을 따로 만들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적인 것이라면 홀수로 만들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교차되었기 때문이었다. 한 박스 속에 소형포장 개수는 제대로 있었는지도 의심스럽고. 그러나 어쩌랴. 심정은 그러하나 비교할 수 있는 물증이 없으니. 앞으로는 유사한 다른 회사의 과자를 사는 수밖에.


휴지가 필요하여 집 근처의 대형마트에 들렸다. 대기업에서 만드는 휴지를 1+1에 세일한다는 큰 안내판이 매달려 있었다. 집사람은 평소에 쓰던 것을 사자고 하였지만 같은 수량과 길이로 된 것을 비슷한 가격에 두 묶음을 준다고 하는 안내판에 눈이 솔깃하여 그걸 집어 들었다. 늘 쓰던 것 보다는 넓이가 약간 좁았지만 그게 큰 문제는 아니라 생각되었다. 비닐포장에 씌인 넓이 표기 옆에는 ±2mm라 적혀 있었다. 그걸 보면서 요새 같이 정밀한 시대에 아무리 휴지기로서니 무슨 오차가 위아래 2mm씩, 결국 넓은 것과 좁은 것 사이에 4mm씩이나 날까 하는 생각은 하였지만 다른 것들에는 어찌 적혀있나 살펴보지는 않았다. 작은 것이 있으면 큰 것도 있다는 의미이니 싸다고 생각하고 한 번 써 보자고 집에 와 비닐을 벗겨내고 각 롤의 넓이를 비교하니, 아 불사, 30롤 모두가 -2mm일뿐 +2mm는 없었다. 정품보다는 좀 좁게 만들어 두 다발을 묶어 싸게 팔면서 그 넓이에는 다시 ±라는 수학표기로 도망갈 틈을 만들어 놓고는 모두 -2mm로 하여 결국 표기한 넓이에서 2mm를 또 줄인 것이었다. 휴지의 질은 크게 나쁘지 않아 마누라 핀잔을 들어가며 그냥 쓰기는 하였지만 화장실 들어가기 전의 무거움이 늘 뒤를 따라다녔다. 아무리 이벤트라 하지만 이런 건 용량치기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그 뒤 새로 산 휴지를 보니 넓이 표기는 있으나 ±어쩌구 하는 것은 적혀있지도 않았다.


눈속임과 솔깃함에 대처하는 능력은 나이와 비례하지 않는 모양이다. 얼마나 더 살아야 이런 미끼에 의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인지. 갑자기 김수희의 ‘애모’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아, 얼만큼 나 더 살아야 그대를 잊을 수 있나 ~~~”


2016년 6월 20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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