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우리도 그들처럼

korman 2016. 6. 1. 13:23




우리도 그들처럼


어렸을 적부터 들어온 지칭 -계절의 여왕 5월-. 누가 이 말을 처음 썼는지 다른 나라에도 같은 표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말을 처음 지어낸 사람은 예전 여자대학에서 하였던 메이퀸 선발대회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아무튼 어느덧 그 여왕이 왕관을 내리고 ‘호국보훈의 달’이라 일컫는 6월이 되었다. 세월이 빠르다더니 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느덧 한 해의 중간점에 서버렸다.


우리가 여왕을 보낸 날이 미국에는 우리의 현충일과 같은 ‘메모리얼 데이’였다고 한다. 5월의 4번째 월요일이 그날이지만 우리와의 시차 때문에 우리에게는 화요일이 되었다. 내가 뭐라고 남의 나라 현충일까지 기억하고 있을까만 새벽부터 중계하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를 보고 있으려니 모든 경기에서 공수 교대하여 수비로 전환된 팀은 그때마다 군복무늬의 모자를 쓰고 나왔다. 그리고 가끔씩 군인들의 희생을 기리고 기억하는 자막이 흘렀다. 전국의 야구장에서 동시에 같은 행사를 하고 있는지 방송되는 야구장들은 각각 다른 곳인데도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경기가 있었던 우리 선수들 강정호, 이대호, 김현수도 모두 그 모자를 썼다. 그 모습에서 우리 현충일의 야구장 모습을 그려보았다. 미국으로 건너간 우리 선수들은 국내에서의 그런 경험을 얼마나 가지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일본 원폭지 히로시마를 방문한 일을 가지고 방문 전에도 그랬지만 방문 후에도 여러 가지 말이 있다. 가장 비중 있는 말이 일본을 전쟁 피해국으로 인정하는 행동이라느니 원폭을 사과하는 의미라느니 하는 말이었다. 미국에서는 사과의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하였지만 분명 일본은 우리나라와 중국은 물론 여타 아시아 국가들에 막대한 피해를 준 전범국임을 감안한다면 피해 당사국들에 그 모양새가 좋게 보일이 만무하였다. 미국 역시 하와이가 거의 수장되다시피 한 피해를 입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독일과 달리 피해국들이 받아 드릴만한 확실한 사과는 없이 평화를 외치며 다시 남의 나라와 전쟁을 할 수 있도록 헌법까지 개정하였다. 방어용이라지만 방어를 하기 위해서는 공격이 최선이라는 말이 있으니 방어를 핑계로 남의 나라를 치겠다는 의미도 되겠다. 오바마 옆에서 웃고 있는 아베의 뒤에는 비열함이 감추어 있는 듯 보였다. 기업 회장들이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가서는 마스크를 쓰고 휠체어를 타거나 침대에 누워 국민 앞에 나타나서 면죄부를 바라는 모양새와 같다고나 할까. 그 마스크 뒤에 가려진 미소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오바마가 방문한 히로시마 원폭지는 평화공원으로 바뀌어져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평화의 종’이라 명명된 범종이 설치되어 있다. 일본이 평화의 종으로 명명한 것은 비단 히로시마뿐만이 아니다. 범종에 관한 기록에 의하면 전쟁물자를 충당하기 위하여 그들은 자국 내 사찰은 물론 우리나라 사찰에서도 범종을 공출하여 갔다. 전쟁이 끝난 후 국제사회에 얼마나 엄살을 떨었는지 1950년에 세계 각국 26개국으로부터 동전을 기증받아 그것을 녹여 범종을 만들어 공출 당하였던 사찰에 걸고는 ‘완전 평화를 위한 만세의 종(The Bell of Banzai for absolute peace)’이라 명명하여 놓고 이 종의 복제품을 만들어 1954년 UN본부를 필두로 세계 곳곳에 기증하고 있다. UN본부에 기증한 종도 평화라는 이름으로 60개국으로부터 기증받은 동전을 녹여서 만들었고 지금도 매년 9월 21일 세계평화의 날에 타종되고 있다. 반기문 사무총장도 이것을 타종하였다.


지금은 ‘세계평화의 종 협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자국 내 주요도시에는 물론 세계 주요국 수많은 도시에 평화를 강조하며 종을 기증하여 오고 있다. 비단 이 협회만이 아니라 히로시마, 나가사키, 그리고 각국 주요도시들 사이의 자매결연에도 평화와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종이 기증되고 있다. 난 이런 자료들이 보일 때 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종을 사용하여 국제사회에 자신들이 전범자가 아니라 원폭피해자임을 강조하고 전범에 대한 역사를 희석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었다. 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교적인 성스러움은 물론 그 소리는 평화와 행복을 위하여 인간이 하늘에 울리는 소리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히로시마 평화의 종을 타종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방문이 일본 전역에 면죄부의 인상을 심어준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이제 며칠 있으면 우리의 현충일이 온다. 온전한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지금도 위안부 문제를 얼버무리고 역사를 왜곡하고 남의 영토를 자기네 거라고 우기고 있는 일본에 맞서 나라를 일으킨 독립투사들과 공산주의의 침략에서 국가를 수호하고 산화하신 분들, 그리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하여 몸을 바치신 의인들을 기억하며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 평화가 이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비롯되었음을 인식하고 오는 현충일에는 온 나라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전국의 야구장엔 미국 야구인들, 그들이 하는 것처럼 기억과 추모의 물결이 넘쳐나기를 기대해 본다.


2016년 6월 1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