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짬뽕집 주차장
지난 4월에 동네 저렴한 칼국수집에서 남기는 김치에 붙이는 환경부담금에 대하여 글을 남긴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엊그제 그 앞을 지나다 보니 가계를 뜯어내고 있었다. 안내문에는 TV에서 광고하는 돼지고기 브랜드의 스테이크집으로 바뀐다는 내용이 있었다. 점심이고 저녁이고 술은 팔지 않으면서 오로지 저렴한 칼국수만 가지고 점포를 유지할 수 있을까 생각하였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또 그 칼국수집 주인이 업종을 바꾸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인수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뜯겨지는 점포를 보면서 나 보다는 집사람이 더 서운한 마음이 드는 모양인지 그 뜨끈하고 진한 멸치국물을 아직 열 그릇도 못 먹었는데 하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칼국수 이야기를 하려던 것이 아닌데 섭섭한 마음은 늘 먼저 밖으로 나오는 모양이다.
며칠 전 집사람이 다니는 병원 길 건너에 새로운 음식점이 생겼다. 원래는 양복 할인점이 있었다. 늘 그곳을 지나다니며 이런 곳에 양복 파는 곳이 홀로 있어 장사가 될까 하는 생각을 해 왔는데 연유야 모르겠지만 짬뽕전문 중국집으로 바뀌었다. 끼니를 해결하는 데 중국음식을 먼저 떠올리지는 않는 나인지라 그저 바라만 보며 지나다녔는데 큰아이가 엄마를 만나러 왔다가 아비에게 새로 생긴 집 짬뽕 맛이나 보러 가자고 하여 들러보았다. 특별히 맛이 있을거라 생각한 건 아니지만 큰아이나 내입에는 그리 탐탁한 맛이 아니라서 한 번 가 보고는 다시 가지는 않고 있지만 맛이라는 게 대부분 공통적으로 느껴지는지 병원에 안사람들을 면회 오가며 한 끼를 그곳에서 해결해본 남편들의 대부분은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곳은 짬뽕의 맛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나의 관심을 끓었다.
그 중국집 앞 인도는 보통 인도의 두 배도 넘어 보인다. 그 반면에 행인들의 밀집도는 별로 높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인도의 불법주차를 막기 위하여 건물의 진출입로와 닿은 부분에는 차량 진입을 막는 말뚝이 서너 개씩 서있다. 그런데 그 중국집에서는 개업하면서 가계 전면 인도에 10여개 정도의 주차선을 비스듬하게 그어 놓았다. 인도를 음식점 손님들의 주차공간으로 이용할 목적이었다. 거기에다 자동차가 유리에 부딪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직경 10cm도 넘을 파이프를 인도 안쪽을 따라 설치하여 자동차 정지시설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는 늘 몇 대의 차량이 인도를 타고 올라와 있었다. 인도가 넓다고 불법시설을 설치해 가며 자기 가계 주차장으로 사용하겠다는 음식점 주인의 심리는 어느 별에서 온 것일까 생각하며, 건물진입로와 면한 곳에는 막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차들이 어찌 인도로 올라올까 살펴봤더니 차도와 인도의 경계석을 넘어 오르내리는 것이었다. 인도에 주차장을 만든 음식점 주인이나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인도를 드나드는 운전자들이나 다른 점은 없을 테고 인도에 주차하였다고 딱지를 떼이면 아마도 주인과 손님 간에 책임을 놓고 고성이 오고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생각하며 오가던 어느 날 그 중국집에 면한 인도 바깥쪽 차도에 접한 면을 따라 몇 개의 반원형 차단 시설이 설치되어있는 것이 보였다. 구청에서 그리 하였나보다 하고 살펴보다 일을 하려면 좀 제대로 하지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 간격이 너무 넓어 승용차들은 그 사이사이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역시 인도주차장에 차를 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막대 한두 개만 더 박았으면 그리 되지 않았을 텐데 시설물을 설치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였을까? 그리고 불법으로 설치된 파이프는 왜 철거되지 않았을까? 국민들이 내는 세금이 또 이렇게 무용지물로 살아져 가는구나 생각하며 다시 며칠을 오갈 무렵 어느 날 아침에 보니 밤새 안녕이라고 그 반원시설들이 철거되고 대신 일자로 연결된 스테인리스 펜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밤새 차단시설을 바꾼 모양이었다. 이제야 제대로 되었구나 생각 하면서도 좀 씁쓸한 생각을 하였다. 처음부터 신중히 생각하고 설계하여 일자로 된 펜스를 설치하였다면 실없이 없어지는 세금도 없었을 것을 하는 생각. 그래도 그 불법 파이프는 아직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설치하는 사람과 철거하는 사람이 달라서 그런 건지.........
돈을 들여 차단 시설을 설치하는 것 보다는 음식점에 대한 행정지도를 통하여 불법주차를 막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더 좋았겠다 하는 생각과 기왕 하려면 음식이나 차단장치나 처음부터 잘 해야 자기 주머니나 국민의 주머니가 온전하거늘 하는 생각이 겹쳤다.
2016년 5월 14일
하늘빛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