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전기스탠드 때문에

korman 2016. 4. 19. 16:29

 

 

 

전기스탠드 때문에

 

요새 도시에 있는 집들은 다 비슷한 환경이겠지만 밤에 집안의 전등을 꺼도 밖에서 들어오는 거리의 빛 때문에 한밤에 눈을 뜬다한들 벽을 더듬어야 할 정도로 어둡지 않으니 잠결에 손닿기 쉬운 곳에 전등 스위치 없다고 불편하다 할 일 없지만 침대머리 옆 협탁에 라인스위치가 달린 조그마한 스탠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입·퇴원을 반복하는 집사람이 입원하고 있는 동안에는 나 혼자 있으니 천정에 달린 등 사용할일 거의 없지만 퇴원 후에는 자다가 가끔씩 불을 켜야 할 일이 생기니 머리맡에 스탠드를 하나 놓으면 편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저 10W 정도의 낮은 조도면 좋을 듯싶었다.

 

요즈음 TV에 광고하는 온라인상점을 살피다 크기와 모양이 마음에 드는 하얀 스탠드를 하나 발견하였다. 가격이 9천원에도 못 미쳐서 그리 튼튼하겠다는 기대는 하지 않으면서도 가만히 세워둘 것이니 금세 망가질 일 있을까 싶어 추가 설명을 살펴보는데 작은 글씨로 쓴 “권장전구 E14 MAX 40W”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MAX 40W는 알겠는데 E14는 뭔가 하여 사진들을 살펴보았으나 별다르게 표시된 사진은 없었다. 단지 스탠드 갓과 전구를 끼운 채 아래에서 갓 속으로 올려 찍은 사진뿐이라 보기에는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구 같아 보였고 보통 스탠드 사면 전구는 따라 오던가 옵션으로 구매하게 되어 있으나 그런 부가 설명도 없고 하여 그냥 주문하였다. E14라는 게 무언지 모르니 좀 찜찜하기는 하였지만 보통에서 벗어난다면 다른 설명이 있었겠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배송이 좀 늦는구나 생각할 즈음 물건이 배달되었다. 사진에서 본 대로 내가 원하던 적절한 크기와 모양이었다. 그러나 소켓을 살펴본즉 좀 찜찜하던 생각이 현실이 되었고 전구는 제공되지 않았다. E14라는 전구는 일반적인 전구의 소켓 사이즈보다 훨씬 작은 것이었다. 우선 동네 잡화점 두 군데를 들러 전구를 확인하였으나 없었다. 철물점 몇 군데도 들렀으나 철물점 주인들도 E14는 뭔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동네 작은 마트들의 전구 코너에도 그런 건 없었다. 다행이 동네 마지막이라고 간 곳에서 종이 케이스에 E14라고 쓰인 1,500원짜리 필라멘트 전구를 발견하기는 하였으나 40W 이하는 없었고 모두가 60W 뿐이었다. 최대 40W까지만 쓰라고 되어 있으니 그 이상이면 화재의 위험이 있다는 말 아닌가. 그래도 잠깐씩만 켤 거니까 일단 그거라도 끼워야겠다 생각하고 샀다. 하지만 정해진 용량의 50%를 초과하는 전구를 끼워놓고 보니 금방이라도 스위치와 전선이 과열되는 느낌이 들어 라인스위치에 손가락 올리는 것이 망설여지기도 하였다.

 

안되겠다 싶어 동네에서 떨어진 대형마트의 전구 코너를 찾았다. 기대한대로 거기에는 전구나 종이케이스에 E14라고 쓰인 몇 가지 전구가 있었다. 동네에서 한 번 경험하였으니 살펴보기도 쉬웠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도 저렴한 필라멘트 전구는 40W 이하가 없었고 모두 60W 뿐이었으며 낮은 와트(W)수의 삼파장 램프와 LED 램프는 있었지만 그 값은 스탠드 값에 버금간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스탠드에 가까운 값을 지불하고 4W 전구색 LED램프 하나를 샀다. 하기야 요새 형광램프나 삼파장램프까지도 모두 LED램프로 바뀌고 있는 시기에 아무리 조도가 낮은 것이라도 값이 싸다는 이유로 필라멘트 전구를 찾는 내가 어리석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속담도 있는데......... LED램프는 역시 밝았다. 전기소비량이 4W에 불과한데도 일반 전구 30W 이상의 밝기는 되는 것 같았다. 배보다는 큰 배꼽을 달았지만 달아놓고 보니 분위기도 살고 안심도 되었다. 비싸게 지불한 전구값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절약되는 전기료가 보상해 주겠지.

 

한편 만일 스탠드 판매자가 E14 전구에 대한 기술을 상세하게 하였다면, 혹은 소켓사이즈가 제대로 보이는 사진이라도 게재 하였다면 나부터라도 그 스탠드를 구매하였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을 위한 참고로 우리가 통상 집에서 사용하는 나사모양의 소켓에 맞는 전구나 램프 코드는 E26이라 되어 있다. 그리고 장식용에 많이 쓰이는 손가락 한마디만한 칼라전구는, 요새는 이것도 LED로 바뀌고 있지만, E12라 되어있다. 따라서 나처럼 전구 찾아 삼만리를 헤매고도 거창한 가격을 투자하지 않으려면 스탠드나 등기구 구매 전 꼭 램프의 코드번호 혹은 소켓사이즈를 미리 확인하여야 한다. 판매자는 권장전구를 E14라고 명기하였으니 자신의 책임은 없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그 코드번호의 의미를 알고 있을까? 나만 모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판매자의 좀 더 솔직한 설명이 아쉬웠던 온라인 쇼핑이었다.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산 내 잘못도 크겠지만......

 

2016년 4월 18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