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암니호텔에서 옴니호텔을 외치다.

korman 2016. 5. 5. 17:35

 

 

 

암니호텔에서 옴니호텔을 외치다.

 

TV방송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 음악경연 프로그램에서 잠시 주춤하였는데 패널 한 분이 출연자 노래의 발음을 평하면서 미국 LA와 보스턴의 영어 발음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패널은 진지하게 말을 시작하였는데 다른 패널들이 어찌 다른지 설명과 발음을 해 보라고 하자 LA사람들은 미국적인 발음을 하지만 보스턴사람들은 좀 보수적인 발음을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예를 들어 Water를 발음하는데 LA사람들은 ‘워럴’ 이라고 하지만 보스턴사람들은 ‘워럴’이라 한다고 그게 그거인 발음을 들려주어 웃음을 주었다. 다른 패널들의 집중적인 공격에 그는 같이 웃고 말았지만 그의 설명에는 나도 동감을 한다. 흉내는 못 내겠지만 내가 느낀 보스턴사람들의 발음은 약간 영국식 발음이 섞여 있다고나 할까. 보스턴이 미국 이민역사의 발원지라 한다면 보수적인 발음이 이상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다인종국가이니 영어발음도 다인종에 걸맞게끔 다양하겠지만 그렇다고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백인들이 사용하는 미국발음이 표준이라 하겠지만 나는 그 미국 백인들이 왜 '워터’를 '워럴’이라고 하는지 왜 알파벳 'O’를 다른 나라 지명조차도 '오'로 발음하지 않고 '아'로 고집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만난 미국인들은 '워럴'은 제쳐두더라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옥스퍼드'라 읽고 부르고 있는 영국의 유명한 도시인 'Oxford'를 어째서 ‘악스퍼드’라 발음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통상적인 말이야 자기들 쓰는 대로 발음한다고 하겠지만 다른 나라의 지명이야 해당 국가의 발음을 따라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특히 영국은 미국인들도 쓰고 있는 영어의 모국이 아닌가! 세계지배력이야 영국을 앞서가지만 문화적인 열등감 때문에 그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만난 영국인들이 미국인들의 영어를‘미국말', '미국사투리'. '미국영어’등등으로 칭했는지 모르겠지만...

 

내 큰애의 바이어로 한국에 출장을 올 때마다 내 집에 꼭 들르는 체코 여인은 내가 체코의 수도를 '프라하’라고 발음하자 눈을 똥그랗게 뜨면서 어찌 '프라그’라고 발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내가 웃으면서 “왜? 너네나라 수도가 프라하 아냐?”라고 되묻자 크게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내가 많은 한국인들이 영어로 대화한다고 해서 '프라하’를 '프라그’라 발음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녀는 미국인들의 예를 들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난 그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이나 미국이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지배하였다는 역사는 없는 것 같은데 왜 유럽의 다른 나라 도시들에 현지와는 다른 철자의 영어 이름을 별도로 붙여 영어공부 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지. 베네치아는 베니스, 프라하는 프라그, 뮨헨은 뮤니크, 빈은 비엔나, 모스크바는 모스코 등등. 영국의 역사적인 힘 때문인지 아니면 미국이 참전한 전쟁 때문인지.....이런 이름들을 다 알지 못하는 머리 별로 안 좋은 나는 가끔 이탈리아를 이탤리도 아니고 '이럴리’라고 하는 미국인을 만나면 심사가 좀 틀어질 때도 있다.

 

로마를 혼자 여행하다 같은 호텔에 투숙한 인연으로 로마의 한국식당에서 한식을 같이하였던 LA에 사는 백인 노인 한 분이 나를 LA에서 만나자 내가 묵는 호텔에서 저녁을 사겠다고 호텔이름을 대라고 하였다. 다운타운에 있는 '옴니(Omni)’호텔이라고 하였더니 몇 번을 되물었다. 그 때까지 그리 발음 하여도 못 알아듣는 사람이 없었던 이름인데 자꾸 같은 말을 되풀이하기 싫어 철자를 가르쳐 주었더니 그 때야 그는“암니”하고는 시간 약속을 하였다. 전화를 끊으며 이 바보는 왜 '암니'로 발음하는 것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다시 한 번 미국인들은 옥스퍼드를 악스퍼드로 발음하면서 까지 왜 이리 'O’발음을 '아'로 하는데 집착할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혹 세계에서 영어를 미국어로 부르게 하고 자신들은 영어를 영국사투리나 영국말, 영국 미국어 등으로 부르고 싶은 욕심에서 그리하는 건 아니겠지.

 

영어발음 다른 거야 남의 나라 이야기지만 우리나라를 경영하는 관공서나 국민을 선도하는 미디어에서는 왜 멀쩡히 잘 있는 우리말을 내버리고 그걸 영어로 바꾸어 놓는지 이해가 안 간다. 생활은 라이프, 문화는 켤쳐, 책은 북, 예술은 아트, 여행은 트래블, 음식은 푸드, 잡지는 매거진, 중앙공원은 센트럴파크, 사실은 팩트, 뉴타운, 뉴스테이, 그린파킹.....전문용어나 외래어로 지정된 말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단어들까지 마구잡이로 갈아치우면서 한글날에는 우리말과 글을 아끼고 사랑하자고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니까. 100년쯤 지나면 이 세상에 살아남는 언어는 6개쯤이라고 예상 한다는데 우리말과 글의 운명은 어찌 될는지 세종대왕님께 여쭙고 싶다.

 

2016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