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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소개에 대한 불안?

korman 2016. 8. 30. 18:04

 

 

 

맛집소개에 대한 불안?

 

 

선선하다고 해야 할까? 하루 만에 아침 창문을 열면 한기를 느껴야 할 만큼 기온이 뚝 떨어졌지만 그리 사람들을 시달리게 하던 더위가 물러가니 그것마저도 정이 들었는지 서운한 마음이 생긴다.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고 등받이를 의자가 넘어지지 않을 만큼 최대로 누이고 깍지 낀 양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창문으로 올려다 바라보는 하늘이 무척 예쁘다. 초등학교 때 배운 하늘빛이 이런 것이었나? 그 하늘가에 놓여있는 아파트 스카이라인에 점점이 걸린 흰 구름들이 아이들 동화책속 하늘에 나오는 온갖 그림들을 다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그림들은 바람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며 마치 하늘을 스크린삼아 구름영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서쪽의 해넘이 노을이 동쪽 아파트 벽에 반사되며 구름은 옅은 분홍빛으로 변한다.

 

일렁이는 바람이 선선하자 기동이 좀 나아진 집사람이 초여름 TV에서 본 맛집에 한 번 가 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TV에 보인 것은 대파를 잔뜩 썰어 넣고 매운 양념을 한 돼지불고기인데 이름이 ‘매운파불고기’인가 그랬던 것 같다. 먹고 나면 냉면까지 한 그릇 주는데 그 양이 가격에 비하여 참 푸짐하였다. 주인장 이야기는 대학가이기 때문에 맛도 맛이지만 양과 가격에 신경을 쓴다는 것이었다. TV에서 소개하는 이유도 가격대비 양과 맛이었다. 학생들이 주 고객인 까닭에 가격에 주안점을 두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소개되는 양을 다 제공하려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내 집에서 두어 번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니 둘이 손잡고 슬금슬금 산책이나 하자고 하며 들어선 맛집에는 학교앞답게 젊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빈자리에 안내받아 우리도 그 불고기 2인분을 시켰다.

 

상차림에 올라온 것들을 살피니 보이는 것이야 TV에서 소개한 대로 다 있었지만 글쎄 그 맛과 양은 TV 출연자들이 그리 감탄사를 연발하던 만큼 나도 감탄을 하여야 할지 망설여졌다. 보고 느끼는 것이야 각자의 입맛과 개성에 따라 다르고 사진이 그 실물보다는 더 낫게 보인다는 말도 있으며 카메라 앵글과 각도에 따라 그 보임새도 다르니, 나에게 소개된 만큼의 감동이 다가오지 않는다고 그 자리에서 불편한 얼굴을 할 수는 없는 일, 난 그보다는 고기를 구우면서 방송에 대한 다른 각도의 모양을 보았다. 고기가 익어가는 그 불판에 대한 모양새를. 소개된 식당에서 사용되는 가스레인지는 일반적으로 가스가 호스를 통하여 공급되는 중앙공급식이 아니라 각 테이블마다 독립된 부탄가스통을 넣는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사용되는 불판은 직사각형으로 제작된 것으로 사이즈가 레인지 전체 사이즈에 에 딱 맞게 만들어져 있었다.

 

휴대용 레인지와 그 불판 때문에 일어나는 사고는 심심치 않게 뉴스에 보도되고 이에 대하여 각 방송사와 가스안전공사 같은 곳에서는 각종 폭발실험을 해 가면서 올바른 사용방법을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그 내용의 첫째 주의사항은 절대로 불판이 부탄가스통을 덮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불판이 가스통을 덮으면 열전도로 인하여 가스통이 폭발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늘 실험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사항이다. 그런데 직사각형으로 만들어진 그 식당의 테이블마다에 각각 놓인 그 많은 불판은 모두 가스통영역의 끝까지 덮고 있었다. 시켜놓은 음식이니 빨리 먹고 나가자고 집사람을 재촉하며 나중에 받아 놓은 냉면은 먹는 둥 마는 둥하고 계산을 마쳤다. 사고는 날 수도 있고 안 날수도 있다. 그러나 맛있게 먹어야 하는 음식에 불안감을 조미료로 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전국 방방곡곡의 수많은 맛집들이 모든 방송사들에 의하여 국민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하도 많이 소개되니 이제는 뭐 남아있는 식당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한발 지나가면 000방송국 XXX프로그램에 소개된 집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소개되는 식당 음식의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방송국이라면 음식을 소개함에 앞서 식사를 즐기기에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요소는 없는지도 살펴보고 시청자에게 소개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이 그 위험성을 알리는 실험방송까지 하는 마당에 그 위험성을 크게 내포하고 있는 식당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어쩌면 방송의 이율배반이라 할 수도 있겠다.

 

식당에 전화를 하였다. 대답은 어땠을까? 누가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예 알겠습니다.”....... 영혼 없는 목소리라는 게 있다면 바로 그 대답의 목소리가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6년 8월 29일

하늘빛

 


음악: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