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TV에서 채혈을?

korman 2017. 2. 23. 17:21




TV에서 채혈을?


요새 병원과 관련된 TV뉴스를 보면 자신이 무얼 하는 사람인지를 망각한 참 철없는 의료인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수술실에서 환자를 절개하고 인증샷을 찍는 수술팀, 누군가의 생일이라고 수술실에서 케이크에 촛불까지 꽂아 생일파티 하는 의료진 그리고 그런 것들을 자랑스럽게 SNS에 올리는 철부지들. 이런 저런 의료사고에 대한 소식을 접할 때 마다 저런 사람들이 진료를 맡던가 수술을 하면 의료사고는 자연히 뒤따라 다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집사람을 몇 번씩 수술대에 뉘이고 요새도 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병원엘 가야하는 나의 경우는 그런 소식들을 그냥 허수로 지나칠 수 없는 사람 중에 하나가 되었다.


엊그제도 집사람의 정기 진료일이 되어 병원엘 다녀왔다. 진료가 있는 날이면 담당 의사를 만나기 한 시간 전 꼭 채혈을 한다. 그리고 그 분석 결과가 나와야 담당 의사가 진료를 한다. 병원에 들어서면 이걸 매번해야 하나 하고 투덜거리는 집사람 등을 밀어 먼저 채혈실로 향한다. 누군들 안 그럴까만 병원에 가면 난 늘 심난해진다. 진료를 받기 위하여 기다리는 사람들이 언제나 이곳저곳에 북적대기 때문이다. 내 집사람이야 이미 그 대열에 들어섰지만 나도 언제 그 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집사람 돌보러 병원에 동행하는 자체도 참 싫은 일이다.


채혈실은 항상 다른 곳보다 더 붐빈다. 많은 진료과목 의사들이 진료에 따른 혈액분석을 우선으로 하는 듯하다. 그러니 채혈은 진찰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적 의료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채혈담당이 실수하여 채혈병에 환자의 라벨을 잘 못 붙이면 의사에게서는 전혀 다른 진단이 나올 테니 환자에게는 치명적이 되겠고 그건 곧바로 의료사고와 연결이 될 것이다. 때문에 채혈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업무에 임하면 늘 집중을 하고 조심성 있게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집사람과 같이 들어선 채혈실은 다른 때 보다 더 붐볐다. 이 병원은 환자들이 대기하는 모든 곳에 TV가 설치되어 있다. 기다리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지루함을 배려한 것도 있지만 대기자들의 순번을 알려주는 모니터 역할도 한다. 그런데 다른 곳에는 진료실과 대기실이 분리되어 있어 접수대 외에 의료진들에게는 TV가 직접인 영향을 주지 않지만 채혈실에는 분리 칸막이가 없어 환자는 물론 채혈하는 의료인들에게도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집사람과 차례를 기다리며 내가 바라본 의료진, 그 분들은 환자의 팔에 주사바늘을 꽂으며 또 뭔가를 기록하며 환자의 질문에 답하며 연신 TV를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TV를 바라보니 TV방향도 대기자들 보다는 자신들이 보기 좋은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TV를 보며 일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혹 뭔가 잘못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솟아났다.


그 자리에서 그들에게 TV에서 채혈하냐고 묻고 싶었지만 여러 사람들이 있으니 나중에 병원 측에 지적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모든 진료를 마치고 돌아와 병원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였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더니 전화를 받는 사람도 좀 놀란 듯이 담당부서에 연락하여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였다. 며칠 지났으니 어떤 조치가 내려졌는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3개월 후에는 또 같은 곳에 가야하니 무엇이 변했는지 그 때에 확인하여 보려고 한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하여 곳곳에 TV를 설치하였겠지만 장소를 가려서 했으면 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채혈실에도 TV가 필요했으면 채혈실과 대기실을 분리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의 나라에 가서 그곳 병원에는 가보지 않았으니 다른 나라 병원에도 곳곳에 그렇게 많은 TV가 설치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채혈실에서 TV시청과 채혈업무를 동시에 행하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며 병원의 곳곳에 노출된 일반TV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17년 2월 23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