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호칭 - 님이라 부르리까

korman 2017. 3. 6. 20:47




호칭 - 님이라 부르리까


살아가면서 주변사람들 혹은 친척, 진지들과 소통을 하려면 우리나라에서는 친구가 아닌 한 각자 가지고 있는 이름과는 별도로 호칭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아랫사람에게는 이름만 부를 때도 있지만 직장 같은 집단에서는 손아래라 하더라도 직함을 같이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름을 부를 때도 꼭 이름 뒤에 아무개야 라고 아, 야, 이 등을 넣어야 자연스럽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를 부를 때 자연 부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그래서 전 국가대표축구감독 히딩크는 선수간 빠른 소통을 위하여 선후배에 관계없이 야,아도 다 빼고 모든 선수들에게 서양식으로 이름만 부르게 하였다고 한다. 죄를 짓고 감옥에 간 관료들의 전직함까지도 불러주는 우리사회이니 후배가 선배의 이름만을 부르는 것에 참 적응이 되지 않고 미안함이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교의 영향을 받은 나라들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지구상의 어느 나라가 우리처럼 꼭 호칭을 넣어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서양에서는 대부분 세대에 관계없이 부모 등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이름이나 성을 부르는 것이 대부분인 것 같다. 나이나 직함 때문에 존칭이 필요한 경우에도 Mr.나 Ms.를 넣는 것으로 아이에서 노인까지 통용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제3자 간에도 나이든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에 더하여 가지고 있는 이름조차도 불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직장 같은 곳에서는 성과 직함만을 많이 부르지만 가정에서도 자녀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 그간의 자식 이름은 빼고 아이들 이름을 넣어 누구아비야, 아무개 어미야 등으로 부른다. 나이든 자식에 대한 부모의 배려인 듯하다. 이름은 남에게서 많이 불리어져야 좋다고 하는데 우리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름을 잊어가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우리 사회나 직장에서도 서양에서와 같이 남자의 성 앞에 미스터, 여자의 성 앞에는 미스를 붙여 부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미스터와 미스라는 호칭이 왜곡되면서 일반인들이 거부감을 느꼈음인지 요새는 거의 그렇게 부르지는 않는다. 군(君)이나 양(孃) 또한 별로 통용되지 않고 있다. 예전에는 예의바른 호칭으로 사용되던 것이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좋지 않는 뜻이 스며들어 사람들에게서 멀어져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신 재미있는 호칭이 생겼다. 뭔가 좀 고상하게 보이려는 모임이나 격조가 있게 보이려는 모임에서는 사람을 호칭할 때 이름 뒤에 ‘님’을 붙인다. 평소에는 아무개씨로 불리던 사람들이 무슨 시상식이나 클래식 연주회 같은 곳에서는 어김없이 ‘님’이라 불린다. 평소대로 ‘씨’를 붙여도 될 것을 굳이 ‘님’을 붙이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름 뒤에 ‘씨’ 대신에 ‘님’을 붙인다고 그 모임이 더 교양적이고 격조가 더 높아지거나 더 고상해지는 것은 아니다. 반면에 일반 대중가요 행사장에서는 “씨”조차도 생략될 때가 있다. 제3자인 나에게는 일종의 차별로 느껴진다. 사람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것은 우리 어법에도 맞지 않는다는데. 님이라 부르리까 당신이라 부르리까~~~.


당신이라는 호칭도 그러하다. 자식이나 이웃들 간에 웃어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그 어른에 대하여 ‘당신께서...’라는 호칭을 썼다. 물론 부부간에도 다정히 쓰는 말이다. 지금도 그 의미의 호칭은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이 좋은 의미는 점점 없어지면서 상호간 시비가 오고갈 때 삿대질 하면서 부르는 게 당신이 되었다. 이제 좀 더 세월이 지나 세대가 바뀌면 당신의 원래 참 뜻을 모른 채 왜 남의 아버지 더러 ‘당신’이라고 하냐며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반면에 요새 젊은 아내들은 남편을 부를 때 오빠라는 호칭을 쓴다. 아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사람을 그 아이의 엄마는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다. 음식점의 젊은 여직원은 누구에게나 언니가 되고 우리 엄마는 왜 그리 많은 여자 형제들을 두었는지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모두 이모가 되었다. 꼭 호칭이 필요한 우리 사회의 병폐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나와 10촌 이상에도, 사돈의 8촌까지도 호칭이 있는 우리 문화의 어려움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삼성전자에서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으로 재편하기 위하여 직원들 상호 부름에서 직함을 빼라고 하였다고 한다. 과연 이 정책이 오랜 수직문화와 호칭문화를 깨고 직원들에게 부담감 없이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2017년 3월 5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