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신도림역 4번 플랫폼에 밤비가 내리면

korman 2017. 3. 10. 16:40




신도림역 4번 플랫폼에 밤비가 내리면


집으로 돌아가는 밤

신도림역 4번 플랫폼에

비가 내리면

남녘으로 달리는 초특급열차는

물먹은 회오리를 만들고

한 발 물러서 바라보는 열차는

어느새 저만치에 젖은 꽁무니를 보인다.


빗물품은 도림천엔

황색빛 가로등이 무리를 이루고

천변 나룻배인가

고가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는

강물 철벅이는 사공의 삿대인양

온갖 사연이 뒤섞인 빗물을 퉁겨내

가로등을 타고 수면위에 흐르는

잔잔한 동심원들을 무너뜨린다.


완행과 급행과 초급행이

비 맞은 한밤의 플랫폼을 흔들고

디젤엔진의 육중한 화물기관차 소리는

검은 비구름보다도 더한 무거움으로

귓가를 누른다.

주어진 선로 따라 각기 오가는 열차들은

가고 또 가고 오고 또 오는

인간의 세월을 닮았다.


비 내리는 한밤 신도림역

4번 플랫폼에 서면

그래서

선로는 인생이 된다.

그리고

인생은 그리움을 부른다.


열차들과 군상들의 소음은

세파에 겹을 덧씌우고

한 잔 술에 거나해진 마음은 

소음보다 큰 소리로

전화를 건다.

“나 지금 신도림에서 급행 탄다.”

집에 가면

새날이 되겠지.


오늘도 신도림역 4번 플랫폼에서

주막집 툇마루 인생을 느끼며

막차를 탄다.

내일이면 잊어버리는

시간의 이야기를 찾아서.


2017년 3월 10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