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봄볕에도 겨울은 남아있다.

korman 2019. 4. 17. 17:30




봄볕에도 겨울은 남아있다.


오래 전 선물 받은

분재나무가 가엾어

맘대로 크라고

그 때

큰 화분으로 갈아줬는데도

이미 고목이 되었는지

이파리 나오기가 무척 힘들다.


가지마다 삐죽이

연초록색 어린 순이

다닥다닥 붙었는데

목피를 뚫는 게 그리 어려운가

덧창 연 봄볕에도

이파리 펼치기가 힘겨워 보인다.


가지를 물에 부풀리면

수월함이 있을까

분무도 하여 보지만

바라볼 때 마다

사람의 즐거움을 위하여

인위적으로 그를

조로하게 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자연의 법칙에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을

공연히

더딘 시간이라고

내가 초조해 하는 건 아닌지

아니면

늙어 보이는 목피가

윤기 빠지고 주름지는

내 피부와 같아

나 스스로

처량함을 더하는 것인지.


내 창가엔

엊그제 이웃이 들고 온

봄 꽃 한 송이는 있으되

환한 봄볕에도

아직 겨울은

다 가시지 않고 있다.


2019년 4월 15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