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잔인한 4월은 이게 아닌데

korman 2019. 4. 11. 19:13




잔인한 4월은 이게 아닌데


어제 동네 공원에 작은 카메라를 들고 갔다. 핸드폰에도 카메라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내 핸드폰에는 광고에 나오는 그런 카메라가 달린 건 아니기 때문에 차라리 일반 카메라를 들고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카메라를 꺼내 충전을 하였다. 요새 친구들이 카톡에 띠우는 사진엔 봄이 활짝 피어 있는데 지금 우리 동네 공원의 봄은 어디까지 왔을까 보고 싶었다. 그러나 친구들의 사진 속 활짝 핀 봄에 비하여 내가 사는 동네가 위도상으로 아직 완전한 봄이 오려면 멀었음인지 아니면 햇볕이 좀 더 필요함인지 피어나고 있는 꽃들의 모습에서 우리 동네에 봄이 다 도달하려면 좀 더 시일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밤새 비가 내렸다. 같은 행정구역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동네는 비가 왔다는 소식이 들려도 내가 사는 동네는 참 비에 인색한 동네인데 어제 밤에는 조용하게 비가 내렸다. 아침까지 이슬비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밤새 내리기는 한 것 같은데 빗줄기가 그리 세지는 않았는 모양이다. 그래도 그 인색한 비가 밤새 내렸다니 반갑다. 이제 햇빛이 나면 우리 동네에도 봄은 거의 다 다다를 것 같다. 강원도에는 눈이 많이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그 눈 소식은 좀 섭섭하다. 기왕 내리려면 산불 이전에 내렸다면 그런 큰 피해는 나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지금이라도 온 게 다행 아니냐 한다면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는 못하겠다.


길을 가다보면 담배를 피면서 가는 사람의 뒤를 따라가야 할 때가 있다. 예전엔 나도 담배를 피웠지만 끊은지 35년 정도가 지나다 보니 간접흡연에 대한 건강상 이유가 아니라도 이젠 그 담배연기의 냄새부터가 참 싫다. 나 혼자 간다면 걸음을 빨리해서 앞서 가겠지만 걸음이 느린 집사람하고 가는 경우에는 앞지르지를 못하니 길을 건너가던가 아니면 더 느리게 걸어 담배연기를 흩날리는 사람과 거리를 많이 둔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담배연기가 문제가 아니라,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좀 더 심각한 문제를 만나게 된다. 불이 꺼지지 않은 채 길거리에 홱 던져지는 꽁초 문제이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에는 이 꽁초는 불행한 상황을 불러올 수도 있고 특히 요즈음처럼 건조한 날씨에는 이런 행위가 아주 참담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그래도 예전에는 꽁초를 발로 비벼 불을 끄는 기본적인 행동이 많았는데 요즈음 내 눈에 띄는 길거리 흡연자들 중에는 불이 붙어있는 꽁초를 아무렇지도 않게 길에 던져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사는 곳의 주차장에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집의 화재보험을 좀 더 큰 것으로 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가질 때가 있다.


차를 운전하고 가다 보면 앞차에서 던져지는 담배꽁초를 보게 된다. 가끔 앞차에서 버린 담배꽁초가 뒤차 운전석으로 날아들어 사고가 나기도 하고 뒤따르는 트럭의 적재함을 불태웠다는 뉴스를 접할 때도 있으며 자신이 버린 담배꽁초가 자신이 몰고 가던 차량에 적재된 짐을 태웠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다. 이번 강원도 산불은 발화 원인이 담뱃불로 밝혀지지는 않았고 또한 강풍으로 인한 확산이 피해를 키운 큰 원인이었다지만 가랑잎이 많이 쌓인 가을 산자락에 난 길을 운전하며 산길가로 홱 던져지는 그 꽁초를 보면 그 자리를 지나치고 나서도 백미러로 몇 번이고 그 곳을 바라보게 될 때가 많다. 재떨이가 설치되지 않은 차는 없을 터인데 불도 끄지 않은 꽁초를 밖으로 던지는 운전자들의 순간적 생각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눈과 비가 내리기는 했어도 젖은 땅과 수풀은 봄볕과 봄바람에 며칠 가지 못하고 다시 건조해 진다고 한다. 또한 도심에도 불쏘시개가 될 만한 인화물질은 여기저기 많이 존재한다. 버리는 사람의 습성상 길거리는 물론이고 쓰레기 모아놓은 곳에도 던져놓고 볼 것이다. 비단 동해안 산불이 아니라도 근자에 들어 여기저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다. 이는 건조한 봄날씨 때문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안이한 생각이나 행동 때문에 일어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요즈음처럼 많이 일어나는 화재에 비하여 우리나라 같은 땅에 산야에서 자연발화되는 들불이 얼마나 될 것이며 잘 간수되는 시설물에서 터져 나오는 화재가 얼마나 되겠는가? 거의 모두가 인재일 뿐이다.


예전에는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보자”라는 표어가 길거리 곳곳에 붙어 있었다. 이 봄 모두가 내딛는 걸음걸음 이 표어를 생각함이 필요하다 하겠다. 잔인한 4월은 이게 아닌데.


2018년 4월 10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