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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 100주년 기념에 태극기 4괘를 덮은 일본 나라꽃

korman 2019. 4. 22. 16:42




        스터 출처 : 인천 중구 홈페이지에서 발췌


임정 100주년 기념에 태극기 4괘를 덮은 일본 나라꽃


올해가 일제에 항거하여 일어난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라고 전국 여기저기서 의미 있는 행사를 많이 하고 있다. 내가 사는 인천에서도 그 100주년의 일환으로 지난 13일 인천의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공원, 자유공원에서 많은 행사가 있었다. 이곳은 인천의 상징이기도 하지만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고 오랜 세월동안 울창한 수목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인천 시내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고로 인천 대교를 비롯한 먼 바다의 풍경을 감상하기에도 좋은 곳이라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도 즐겨 찾는 곳이다.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으로 이곳에서 해당 구청이 주최하는 초등학생 그림그리기 대회에 3학년 된 손녀가 참가신청을 하였다고 같이 가자고 하기로 오랜만에 애들 소풍 따라가는 기분으로 공원에 올랐다. 그간의 세월만큼 나이 먹은 목련과 벚꽃나무들이 즐비하고 잘 가꾸어 놓은 화단의 색색가지 꽃들과 어울려 화사한 봄빛을 발하는데 거기에 임시정부가 뭔지도 모를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100주년 기념을 위하여 열심히 그려놓는 그림에서 비단 봄꽃이 없다 하더라도 봄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그림에 비하여 나에게 주어진 100주년 행사의 느낌은 그 커다란 의미 보다는 우리의 모순점을 보는 듯하여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주년 행사의 성격이야 당연히 일제에 항거한 선조들의 발자취와 나라를 되찾기 위한 애국지사들의 업적을 기리는 것이겠지만 미술대회 외에 어떤 행사들이 있는지 궁금하여 행사를 주최한 해당 구청의 홈페이지를 찾았다가 웃지 못 할 행사포스터를 발견하고는 더 이상의 열람을 접었다. 분명 우리가 대대손손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적 큰 의미의 행사를 표방하였는데도 불구하고, 내 기대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포스터에 표기된 것은 100주년만의 독립된 행사가 아니고 벛꽃축제의 일부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즉 대의는 벚꽃 축제이고 100주넌 행사는 그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자 하는 한 부분이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이곳 자유공원 아래동네는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일본의 조차구역이 있었던 곳이다. 그리고 강점기시대를 거치면서 공원에는 자연히 벚꽃이 심어졌을 것이다. 지금 수령이 오래된 벚꽃나무들은 그 시절 심어졌을 것이고 벚꽃은 내가 알기로 일본의 국화라는 것이다.


학술행사가 아닌 다음에야 꽃을 즐기는데 어디가 원산지이고 어느 나라 국회인가 같은 것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단지 계절별로 자연의 법칙에 따라 피고 지는 꽃 자체의 아름다움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꽃이 주는 아름다움은 사람을 정화시킨다. 꽃의 종류에 따라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그 꽃이 비록 일본의 국화라 하더라도 바라보고 있는 자체만으로 마음은 평화로워지고 심신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의 불행한 과거사와 3.1운동이나 임정 100주년 기념 같은 역사와 민족을 기리는 행사에 벚꽃을 결부시키면 그 의미는 달라진다. 그리하면 그 꽃은 과거사에 대한 치유가 아니라 왜인들에게 항거하다 고통스럽게 쓰러져간 애국지사들의 고난의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거룩하다고 해도 모자랄 그 분들을 기리는 행사가 그 고통을 안겨준 그들의 꽃을 기리는 행사의 일부가 되었어야 했을까?


100주년 기념을 내세우기 위함인지 포스터 제일 상단에 큰 그림으로 차지하고 있는 태극기, 그러나 불행하게도 내 눈에 뜨인 것은 그 태극기에서 나타나는 애국지사들에 대한 경의가 아니라 태극기의 4괘를 덮고 있는 활짝 핀 벚꽃이었다. 의미를 너무 비약시키는 것 같지만 그것은 흡사 우리의 태극기를 4괘의 지점에서부터 살살 집어삼키며 싱글거리는 왜인들의 미소 같이 느껴졌다.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고 하여도 기쁘고 즐겁고 그러나 성스러워야 할 행사로 100주년 기념을 택하였다면 애초부터 그 행사를 벚꽃축제 속에 집어넣은 생각부터가 잘못 된 것이고 더군다나 태극기의 4괘를 벚꽃이 집어먹는 듯한 인상의 포스터는 어불성설이 아니었을까?    


햇빛 따사로이 비치는 벚꽃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나름대로 선조들의 업적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잘 가꾸어진 화단의 총천연색 꽃들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의 그림 속에는 구국의 의지를 다지는 독립투사들의 모습이 나름대로 힘 있게 그려져 있었다. 이 아이들의 그림과 전문가가 그렸을 그 포스터가 겹쳐지며 내가 너무 민감함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만일 내 손녀가 그 포스터를 보고 뭔가를 묻는다면 어찌 답해야 하나 하는 기우가 생겨나고 있었다.


지금 과거사의 해결되기 힘든 일부문제로 한일관계가 어려워지고 있다.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이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 삼천리 강산엔 온통 일본 나라 꽃이다. 그 벚꽃축제속의 100주년 기념 행사와 포스터의 의미가 불행한 역사를 떠나 앞으로 한일 관계의 좋은 바람을 담았다고 한다면 내 마음도 긍정적으로 변화될 수 있을까? 


2019년 4월 19일

(59주년 4·19혁명 기념일에)

하늘빛

무궁화/주응규 작시/김성희 작곡/오케스트라 연주.

출처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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