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창가의 화분에서 봄을 느끼며

korman 2019. 3. 20. 16:38





창가의 화분에서 봄을 느끼며


일기예보에 며칠 있다가 조금 추워질 것이라 하였으나 옷깃을 스치는 바람이 그리 차지 않으니 추워야 얼마나 추울까? 꽃샘추위라 하였으니 겨울 내내 땅 속에 혹은 어미의 가지 속에 움츠리고 있다 세상을 살짝 엿보려고 하는 새순에게 다가올 세월의 풍파를 미리 알려주려 함이겠지. 3월 중순이 넘어섰으니 이제 확실한 봄이라고 하여도 무방하다 하겠다. 창가에 놔둔 화분에서 새잎이 나오고 있어 좀 더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에 요즈음은 간유리 덧문을 열고 햇빛이 더 많이 들어오도록 맑은 유리창의 면적을 넓히는 날이 많아졌다.


창가의 화분은, 십 수 년 전 처음 그것을 선물 받았을 때는 흡사 키 작은 늙은이 같은 느낌이 드는 분재라고 하는 것이었다. 난 원래 분재라고 하는 것을 기를 줄 모르는데다 자라나야 하는 것을 조그만 화분에서 인위적으로 못 자라게 기형을 만드는 것은 장애목을 보는 것 같아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하여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화분을 큰 것으로 갈아주고 그저 보기 싫지 않게 다듬어만 주고 있는데도 길들여진 대로 자라는지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별로 자란 것 같지는 않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흡사 늙은이 피부 같은 그 거친 피복을 벗기고 나오는 새순이 참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가끔 가지에 물을 뿌려주면 목피가 좀 부드러워져 새잎이 나오는데 조금은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분무를 해 보지만 딱히 내가 시원하게 도와줄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자연의 이치대로 놔두는 것 외에는.


내가 분재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보면 이 봄 창밖으로 보이는 가로수엔 더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내가 사는 동네의 모든 가로수는 은행나무다. 오래 전 이 동네에 새로운 주택용 토지가 개발되면서 심어진 것들이라 그 크기와 굵기가 가히 콘크리트 전주보다 더하다. 그래서 여름에는 초록색 이파리들이 좋았고 가을에는 노란 낙엽들이 가을 거리의 운치를 더했다. 한 가지 은행이 좀 안 좋은 냄새를 풍기는 고로 길거리에서 그걸 밟지 않으려 걸음걸이를 조심하는 게 흠이기는 하지만 가을에 미화원들이 좀 힘들겠다는 생각은 노란 정취에 밀려 생각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곤 하였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빛깔만 다를 뿐 모든 도로변에 콘크리트전주와 거의 흡사한 모습으로 서있다. 가지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무성한 이파리를 자랑하던 나무에 재작년에 가지치기가 있었다. 모든 가지들이 다 잘려나가고 기둥만이 남았다. 난 정원사들이 어떤 기준으로 가지치기를 하는지는 모른다. 단지 그 모습을 보면서 가지를 저리 잘라내도 나무가 살까하는 의문만 들었다. 그래도 작년 봄 그 몸통에서도 이파리는 돋아났다. 그리고 여지없이 가을에는 노래졌고 길거리엔 은행도 떨어졌다. 단지 여름엔 그늘이 없었고 가을의 정취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의 낙엽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사람의 대머리나 다름없는 몸통에서 돋아나는 새잎을 보며 나무가 참 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올 봄에도 그대로다. 아마 한 십년은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도 그 모습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몸통은 아직 봄을 느끼지 못하는지 참 을씨년스럽게 보인다. 지금 창 곁에 놔둔 내 화분의 모습은 아니라도 그래도 작년처럼 새잎은 돋아나겠지. 왜 그리 잔가지까지 모두 잘라야 했는지는 아직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침 하늘이 그놈의 미세먼지라는 것 때문에 뿌옇더니 이 오후시간 지금은 비가 조금씩 내린다. 이제 농사철이 시작되어 좀 더 많은 비가 내려야 할 것 같은데, 그래서 풍부한 농수도 확보되고 하늘의 먼지도 다 씻어주면 좋으련만 내리는 모양새가 길바닥도 다 적시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봄비 아닌가! 이번 주말에 접사가 잘 되는 카메라 들고 봄을 찍으러 동네 공원에라도 가야겠다. 뭔가 돋아나는 게 있겠지. 게으른 나보다 먼저 공원에 찾아오는 게 봄 아니겠나.


2019년 3월 20일

하늘빛

음악: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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