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가여운 열사누나

korman 2019. 2. 23. 18:12




가여운 열사누나


올해 우리나이로 118세

제 어머니보다 17살이 많으십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아직도

모든 사내놈들의 누나로 불립니다.

누나라 불리던 누구든

나이가 들면 누님이 됩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아직

제 손자에게까지

누나에 머물러 있습니다.

왜 이래야 합니까?

남자독립투사들은

형님이나 오빠로 불리지 않습니다.


누나가 낫지 그럼

너처럼 당신이라 부르면

누나에게 시비하는 것 밖에

안 되지 않느냐하는

당신이란 호칭의 참뜻을 모르는 사람이

저를 손가락질 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공식적 존칭은 열사입니다.

1951년에 열사로 선정되셨답니다.

그게 제가 태어나던 해입니다.

벌써 68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전

영아 유아 어린이 청소년 학생 청년

아비에서 할아비로 변신을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아직

열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고

누군가가 보톡스를 놓은 것 같습니다.

왜입니까? 왜 아직 열사입니까?


지금 수많은 열사가 태어나고 있습니다.

그들도 다 이유가 있겠지요.

다 나라를 위함이라 이해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게 당신과 격이 같아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게 당신을 안쓰럽게 만듭니다.


올해가 당신이 앞장섰던

3.1운동의 100주년이라고 합니다.

100주년 기념을 크게 하려고 하나봅니다.

아마 당신을 전면에 내세울 겁니다.

이 100주년에

당신 사진이 곳곳 펄럭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당신을

우리나라를 일제의 만행에서 구한

독립지사의 반열에 동등하게

올리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요즈음

청와대와 정치인들 사이에 당신의 서훈을

상향조정하자는 의견이 오갔다고 합니다.

기왕 하려면 절차가 필요할 텐데

좀 더 일찍 검토하여

100주년 기념식에서 발표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아직 확정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3.1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말입니다.

그저 인기발언이 아니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 여성들이

미투라는 운동을 벌리고 있습니다.

현 시국의 열사를 제외하고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남성애국지사에도

이준열사 외에

다른 분들이 계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활발한 미투운동에

왜 당신은 빠져있는지 궁금합니다.

한복을 입으셨던 분이라

시대적 배경이 다르다고

제외되셨나요?

그 미투운동의 선봉에 서신 분들이

당신을 인지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번 100주년에도 당신이

그저 그 많은 열사가운데 

한 분으로 머물러 있다면

서훈 등급을 조정하겠다는

정치인들의 인기몰이 XX아리 놀림을

미투운동이 해결해주기를 바랍니다.

여성이래서 아직 열사냐고

그 분들이 피켓 좀 들고 거리로 나오시고

SNS운동하면 얼른 해결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100주년 올해는 미투의 힘을 빌려서라도

좀 제대로 된 예우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래서 열사 저래서 열사라 하는 데

당신을 그곳에 두어서야 되겠습니까?

아마 그 새로운 열사들도

당신과 같은 반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께 많이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후손들이 못나 죄송합니다.


2019년 2월 23일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