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Corona)와 크라운(Crown)
우리나라에서 ‘코로나’라는 단어를 지금의 코로나 사태 이전에 들어 알고 있었던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이를 좀 먹고 자동차에 관심이 있었던 분이라면 1960년대 우리나라 자동차 초창기에 신진자동차에서 일본 도요타로부터 반조립으로 들여와 국산부품을 좀 가미하여 생산한, 당시에는 고급승용차로 인식된 자동차 모델명 ‘코로나’를 우선 떠올릴 것 같다. 1972년까지 생산되었다니 자동차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도 1980년대에 태어난 세대까지는 기억이 될지 모르겠다.
신진자동차에서는 또한 같은 방법으로 ‘크라운’이라는 이름의 자동차도 생산하였다. 이 자동차는 내가 기억하기로 그 당시 최고급승용차였고 행세깨나 한다는 분들에게 크라운 검정색은 사회적, 경제적 신분을 과시하는 최고의 방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록을 찾아보니 1967년 5월 20일은 코로나 5,000대 및 크라운 1호차가 생산된 기념일로 남아 있었다. 특히 나중에 생산된 크라운 자동차에는 지금의 고급차들이 그러하듯 영국여왕이 머리에 쓰는 모양의 노란 입체적 왕관이 엔진룸 뚜껑에 거만하게 올라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코로나와 크라운은 현재 모두 왕관으로 해석된다. 사실 코로나가 언제부터 왜 왕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영어사전을 찾으면 왕관이라는 뜻이 있는 게 아니고 “Corona: 光環: 광환; 구름이 태양이나 달의 표면을 가릴 때, 태양이나 달의 둘레에 생기는 불그스름한 빛의 둥근 테”라는 게 우선적으로 나와 있다. 이게 코로나 사태가 퍼지자 왕관이라는 빛나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현미경으로 보이는 코로나균이 왕관의 모양을 닮아서 Corona라고 이름 지었다.’라고 국내에는 소개되고 있지만 사진을 비교하면 왕관과 닮은 게 아니고 실지로는 ‘광환(무리)’을 닮았다. 사전을 찾았더니 스페인어는 왕관을 Corona라고 하는 반면 왕관을 영어로 표기하려면 Crown이 대세이고 Corona가 아니고 Coronal이라는 단어가 왕관을 뜻한다고 나와 있었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의 ‘왕관모양’ 소개에 완전 동의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가 왕관의 모양으로 소개 되었지만 진작 인터넷에서 한글로든 영어로든 코로나 이미지를 찾으면 왕관은 거의 나오지 않고 코로나 원래의 뜻인 ‘광환’의 모습과 현미경으로 본 COVID-19균의 모습만 많이 나온다. 그림으로 본 그 두 이미지의 모습은 실지로 매우 흡사하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는 왕관이라는 모습만 전달되었을까? 코로나균에 지배당하는 우리의 모습이 왕에게 지배당하던 민초들의 모습과 닮아서였을까?
아무튼 코로나와 크라운은 같은 왕관으로 통하지만 현실에서는 동급의 왕관은 아닌 것 같다. 우선 왕들이 쓰는 왕관을 우리는 보편적 영어로 크라운이라 칭하지 코로나로 부르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크라운을 넘어 좀 더 고급스러움을 나타내고 싶은 것에는 ‘로얄’이라는 명칭이 덧붙는다. 코로나와 크라운을 상표로 사용한 물건들을 살펴보면 술, 의류, 음료 등 서민들의 기초생활과 관련된 제품들에는 코로나라는 상표가 많은 반면에 좀 더 빛나는 상품들이나 럭셔리한 시설들 그리고 상류층으로 느끼게 하여주는 무엇인가엔 크라운이라는 이름이 많이 붙었다. 신진자동차의 코로나와 크라운도 같은 자동차이면서도 차별적인 그 한 예가 되겠고 이름을 지은 사람들이 왕관의 모양을 닮았다고 느끼면서도 누구나 알고 있는 왕관의 모습, 크라운이라 하지 않고 코로나라 한 이유도 비슷한 속내가 아니었을까?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기사를 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멕시코의 코로나맥주는 매출감소로 더 이상 생산을 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코로나를 상표로 사용하던 다른 상품들도 비슷한 운명이 되지 않았을까. 코로나 사태가 머지않아 끝날 것 같은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이 사태가 오래 지속되면 될수록 어느 곳에도 코로나라는 이름은 상업적으로 존재가 불가능해 질 것이고 학문적으로 사용하는 ‘Corona:光環:광환’ 그 본연의 이름도 사람들에게는 그저 COVID-19균의 영원한 이름으로 남지 않을까하는 기우가 생긴다.
2020년 11월 20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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