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엇박자

korman 2020. 11. 9. 12:28

2018년 송광사의 가을

 

엇박자

 

TV에서 스튜디오에 관객들을 입장시키고 옛날 트로트음악을 방송하는 프로그램에는 나이 많은 분들이 관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트로트는 뽕짝리듬의 특성상 그런 관객들이 별로 힘들이지 않고 몸으로 박자를 맞추며 즐기기에 좋은 음악이다. 무대가 열리면 앞에서 유도하는 분이 계시기는 하지만 모든 분들이 리듬에 맞추어 자동으로 박수를 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노래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난처해질 때가 있을 것 같다. 엇박자 때문이다.

 

나이를 먹으면 모든 반사 신경이 제구실을 못한다고 한다. 마음먹은 대로 행동이 뒤따라주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들은 리듬에 맞춰 박수를 잘 친다고 치는데 실제로는 박자보다 1/4이나 반 박자쯤 늦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관객들이 많은 곳에서 노래하는 사람들은 박수 때문에 반주에 맞추는 게 방해받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70이 넘은 사람들에게는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기도 하고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 도로에는 어린이 보호구역처럼 ‘어르신보호구역’을 설정하여 자동차의 속도를 제한하는 곳도 있다. TV를 보면 엇박자가 내 눈에 보이니 나는 아직 엇박자인생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내가 박수치는 것을 남이 보면 나도 엇나가는 게 보일지도 모른다.

 

노인들이야 나이 때문이라고 치더라도 요즈음 보면 코로나 때문에 나라가 늙었는지 모르겠다. 아니 나라는 제대로 서 있는데 나라를 이끌고 나가는 사람들이 코로나 보다 더한 폐를 국민들에게 끼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 모두가 사는 곳을 가리지 않고 코로나 때문에 관계기관에서 받는 문자가 얼마나 될까? 내 경우 많을 때는 같은 내용을 5번 이상 받을 때도 있었고 내가 사는 행정구역에서 환자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10여 통 이상 받을 때도 있었다. 환자가 줄었다는 요즈음도 하루 3건 이상은 받는다. 모두 ‘필요 이상으로 모이지 말라, 음식점에서 식음료할 때 주의하라’ 등등 다 같은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기관을 거느리고 있는 정부에서는 여행 및 외식 장려용 쿠폰을 나눠줄테니 여기저기 많이 다니고 외식도 많이 하라고 하고 있다. 위축된 경제를 위한 소비촉진 정책이라 하겠지만 이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채찍과 당근? 그게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방역당국과의 목적을 달리한 위험한 엇박자라고 할 수 있겠다.

 

모이지 말라니 이웃 몇 집들과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 저녁을 같이 하며 담소를 나누던 모임도 언제 해 봤는지 가물가물하다. 가끔 전화로 ‘다음 주에는 한 번 모입시다.’라고 말만 할 뿐 실제로 모이지는 못하고 있다. 내가 사는 곳 지자체에서 어디서 누가 코로나 걸렸으니 조심하라는 연락이 계속 오기 때문에 숫자는 줄었다고 하지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정책상의 엇박자가 일어나면 가수가 관중 박수의 엇박자 때문에 반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많은 국민들과 나라가 리듬을 잃게 된다. 우리말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하나?’라는 것이 있다. 나갈 사람은 나가고 집콕할 사람은 그리하면 되지 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코로나방역’이라는 대명제 앞에서 이런 엇박자는 염려를 떠나 불행을 가져다 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전화기를 울린 문자에는 ‘식음료를 할 때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말라’는 대목이 있다. 혼밥 혼술이 아닌 다음에야 어찌 입을 안 벌릴 수 있을까? 이런 엇박자 치느니 차라리 식음료용 전용 마스크를 공식적으로 관계기관에서 개발하여 국민에게 배포하는 게 낫지 않을까?

 

2020년 11월 6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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