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내리면
마른 잎 가득한 겨울 평원에
함박눈 내리면
시간이 멈춘 듯하다.
들판의 짐승도
하늘의 새도
속세의 인간도
짐짓
발자욱 남기기 망설여
설원엔
시간의 흔적이 없다.
너울 밀려오는
바닷가에 함박눈 내리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눈 속에 묻힌 듯하다.
파도 부딪는 바위의 울림도
포말 속 모래의 부딪침도
먹이를 찾는 갈매기 울음도
소리 없이 쌓이는 눈에
모두 덮여진 듯
바람조차도 숨을 죽인다.
세상이 잠든 눈밭에
달빛 내리면
달빛은 눈 위에 녹아들고
눈밭은
푸르스름 달빛으로 변한다.
달빛 스민 눈엔
번뇌마저 녹아들 듯하다.
도시엔
눈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시의 눈엔
세상의 온갖 잡티가 다
섞여 내리는 것 같다.
도시의 발에 마구 밟히고
소금에 절여지며
천덕꾸러기로 버려진다.
그래도 눈이 오면
도시에도 미소가 흐른다.
눈은
냉냉한 세상에
푸근한 마음을 선물하는 듯하다.
2021년 12월 18일
함박눈 쌓이던 날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4Tr0otuiQuU 링크 Beethoven - Moonlight Sonata (F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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