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korman 2022. 6. 8. 18:23

동네 공원의 6월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초등학교시절부터 모두가 인간에 대하여 공통적으로 배운 게 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때에 선생님께서 같이 가르쳐주셨을법한 ‘감정이라는 게 무엇이냐’하면 같이 기억해낼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감정 (感情) :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이라고 간단히 나와 있다. 백과사전을 찾으면 좀 길게 나온다. 국어사전의 단순한 뜻에서 인문과 철학이 좀 더 가미되어 설명된다. 딱히 감정이라는 것에 대하여 배운 바도 없고 사전을 찾아본 바 없을지라도 무엇에 대하여 느낀 바를 말이나 표정으로 표현할 줄 알게 되면 나이의 작고 많음을 떠나 그것이 곧 감정이 아닐까?

감정이라는 것은 입안에서 느낄 수 있다는 단맛, 쓴맛, 신맛, 매운맛, 짠맛 등을 다 포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기쁨과 슬픔이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다른 것들은 모두 이 두 가지 요소에 다 녹아든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이성이건 가족이건 기쁨을 줄 때도 있고 슬픔을 줄 때도 있다. 어떤 일에 재미를 느끼는 것은 기쁨의 한 부분이고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슬픔의 한 줄기이다. 감정에는 동반하는 것도 있다. 기쁨은 웃음을 동반하고 슬픔은 눈물을 동반한다. 또한 시대가 변하면서 감정은 하나의 단순한 뜻만을 내포할 때도 있다. 대화 중 상대에게서 “나한테 감정 있냐?”라는 응대가 돌아올 경우가 그것이라 할 수 있겠다. 보통 사람들은 타인 앞에서도 기쁨과 슬픔을 느낀 그대로 표출하지만 좀 냉혹하리만치 감정을 들어내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감정의 표현을 절제하는 사람들 중에는 선천적으로 표현에 좀 서툰 사람들도 있겠지만 순간적으로 감정을 잘 숨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일반인들이야 그저 느끼는 대로 그 자리에서 대부분의 감정이 표출되지만 전문 놀음꾼을 제외한다면 감정을 숨겨야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직업상 이유 때문일 것이다. 갑자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는 것도 고역이지만 슬픔을 참아야 하는 사람들은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여자 분들의 경우는 남자들보다 더 힘들지 않을까.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눈물을 참는데 한계를 느낀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영화 같은 것 보다는 인생다큐 같은 실 장면이 소개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지난 현충일 기념식에서 몇 해 전 돌아가신 한 장군에게 손주가 띄운 편지가 소개되었다. 6.25참전시 진영에서 이름도 모른 채 성과 계급만으로 급하게 인사를 나누고 전사한 한 신임소위 곁에 묻힌 장군의 이야기였다. 그는 장군묘역에 묻혀야할 충분한 자격이 있는 분이었는데 그 소위 곁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하였다고 한다. 이름도 몰라 묘비에도 그냥 김 소위로만 되어있던 소위의 이름을 찾아주고 극가도 찾지 못했던 그의 가족을 찾아주는데 평생 헌신하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그의 옆에 누워있다고 하였다. 이 편지는 듣는 모든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힐 수 있는 충분한 사연이었다. 

난 사연을 들으며 표정에 아무런 변화와 미동도 없이 차분하고 담담하게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여자 분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물론 전문직 여성으로 직업상 감정을 절제하는 교육을 받았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녀의 나이도 그런 사연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나이는 아닌 것 같았는데 그러나 그녀의 얼굴이나 눈동자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지난 달 미국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사건으로 희생한 아이들의 사연을 읽던 미국 CNN뉴스 담담자들이 사연을 읽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그들도 감정 절제에 대한 교육을 받았을 테지만 아이들 희생 앞에서 그런 교육은 소용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진행자가 눈물을 보이면 시청자들은 어떠했을까?

현충일에서 사연을 읽던 그 여자 분도 편지를 읽으며 느낀 감정을 절제할 게 아니라 그대로 표출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편지가 다 읽혀진 후, 옆에서 눈물을 훔치며 중계를 같이 보던 집사람에게 내가 한 말은 “참 대단하네. 녹화도 아니고 실시간인데 표정하나 안 변하네”였다. 

2022년 6월 15일
하늘빛.

 

 

음악 : https://www.youtube.com/watch?v=rrE39d_PfOM

Feelings - Richard Clayderman - Morris Albert - piano cover - Jaeyong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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