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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

korman 2022. 6. 19. 19:38

배지

 

‘배지’라는 단어가 있다. 특정한 문장 속에 있으면 모를까 설명이 없으면 이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순수한 우리말이라고 하기엔 별로 들어본 적이 없고 한자어라고 하여도 일반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니 한자를 병기한다 해도 사전을 찾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 문장 중에 있는 단어라면 사전이 없어도 이해가 될 수 있겠지만, 많은 단어들이 그러하듯, 단어 자체만 가지고는 사전을 찾아도 여러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경우가 있으니 콕 집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전을 찾으면 배지라는 단어에 대한 동명이의(同名異義)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설사 많다고 하여도 지금 이 글에서 그 뜻의 많고 적음을 짚어 보고자 함은 아니며 단지 우리말로 전환된 영어단어 Badge에 대한 외래어 표기가 왜 배지가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함과 여러 가지 배지 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스마트폰으로 찾건 컴퓨터로 찾건 단어 옆에는 스피커 그림이 있다. 친절한 사전은 영국발음과 미국발음을 분리하여 들려준다. 예전에는 발음을 익히려면 발음기호를 먼저 알아야 했지만 요즈음은 듣고 배운다. 그런데 영국인이건 미국인이건 제3국인이건 Badge를 배지로 발음하는 사람들은 없다. 발음기호조차도 배지라 읽게 되어있지 않다. 모든 사람들은 ‘뱃지’ 혹은 ‘배찌’와 가깝게 발음한다. 심지어는 ‘뱃쥐’처럼 들리는 발음도 있다. 한국 사람들도 배지라고 발음하지는 않는다. 한글이 그들의 발음을 들리는 대로 가깝게 적을 수 없는 것도 아닌데 누구의 발음을 듣고 혹은 어떤 발음기호를 보고 Badge의 외래어 표기를 ‘배지’라 하였는지 참 의아스럽다. 한글의 장점을 무시한 처사라고 하면 관련 학자들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하다. 아마 그들도 ‘배지’라 쓰고 ‘뱃지’ 혹은 ‘배찌’라 읽을 것이다. 그런데도 한글의 장점을 살려 외래어 표기를 고치지 않는 것은 더욱 이상하다. 많은 외래어 단어들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Badge는 여러 가지 모양이 있다. 그 용도나 목적에 따라 디자인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종 배지를 수집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 또한 등산을 한창 다니던 시절에 산 관련 배지를 모으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정치인들이 배지를 좋아 하는 것 같다. 왜 그런 걸 달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국회의원들에게는 국가에서 황금배지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대부분의 그들은 그 황금배지를 자랑스럽게 옷깃에 꼭 달고 다닌다. 지방의회 의원들도 같다. 신분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물론 의무사항은 아니니 좀 겸손하신 분들은 안 달고 다니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그 국회의원 배지에 더하여 일반인들은 무슨 목적인지도 모를 배지를 몇 개씩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시는 분들도 있다. 특정 단체나 특정목적을 가지신분들과의 유대감을 나타내고자 함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뭘 많이 달고 다니시는 분들을 볼 때는 북한에서 깡통 같은 것을 온 가슴에 주렁주렁 매달고 행사에 나오는 사람들이 오버랩 된다.

 

그렇게 많은 배지를 달고 다니시는 분들도 우리나라 태극기배지는 달지 않는 것 같다. 다른 나라 정치인들이 자국 국기를 옷깃에 달고 있는 것을 보면 부러울 정도로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태극기배지를 외면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말씀은 많이들 하신다. 그런데 태극기를 옷깃에 다시는 분들은 별로 보지를 못하였다. 같은 목적을 가진 단체에 속한 분들이 결속을 위하여 같은 배지를 부착하고는 있지만 더 큰 목적을 위한 태극기배지는 배제당하는 것 같아 주렁주렁 뭔가를 많이 매달고 다니시는 분을 TV에서 뵐 때마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아니라 개인의 극히 정치적 목적만을 생각하는 것 처럼 느껴져 거부감마저 생긴다. 그런 분들이 자국의 국기를 옷깃에 단 외국 대표단을 만날 때는 더욱 그러하다.

 

배지를 발음 나는 대로 한글로 표기하면 화면에 맞춤법이 틀렸다고 빨간 줄이 그어진다. 그러니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배지라고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또 배지를 몇 개씩 자랑스럽게 달고 다니시는 분들께도 태극기배지를 달지 않는다 하여 내가 뭐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은 아니다. 나라d하 국민을 위한다고 자인한다면 그들 스스로 인지하여야 할 사항이니까.

 

조만간 Badge에 대한 한글표기도 현실에 맞게 고쳐지고 그들의 옷깃에 다는 배지도 개인의 권위와 집단적 목적에 앞서 국가와 국민을 우러르는 모양새가 되기 바란다.

 

2022년 6월 19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RzN4vnpzZPk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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