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18-240725
조선의 선비-이준구․강호성-스타북스
지금도 청렴, 청빈한 사람 혹은 청백리 같은 단어에 자동적으로 연동되는 것은 관직에 있는 사람들이다. 관직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느껴진다면 그냥 ‘공무원’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 책의 제목이 ‘조선의 선비’라 하였는데 선비들이 다 벼슬아치를 한 것은 아니니 ‘선비가 곧 공무원이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선비라는 단어에서 풍겨지는 이미지에는 다른 불순물은 감히 접근이 불가능할 것 같은 고고함이 느껴진다.
이 책에는 관직에 나아갔던 조선의 선비들 중 30명을 선발하여 그들의 청렴함을 소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난 이런 조선 선비들에 대하여 별 관심이 없었던지 책 속에 열거된 30명 중 들어본 이름이라곤 ‘퇴계 이황’ 밖에는 없다. 물론 이황이라 함은 특별히 이런 책을 찾아서 읽지 않는다 하더라도 학창 시절 역사시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람들의 예를 들어야 할 필요성이 주어질 때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이황을 이야기하였기 때문에 세뇌적이라 할까 기억에서 살아지지 못하는 인물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도 그 분 역시 이 책에 열거된 30명 중의 한 분일 뿐이다. 30명의 청렴도는 모두 비슷하기 때문이다.
조선의 청렴한 선비가 어찌 30명뿐이었을까만 이 분야를 깊이 연구하신 편저자 두 분이 그 많은 선비들 중에서 선택한 것을 보면 그 청렴도에서 둘째가라면 모두 서러워하실 분들이라 생각된다. 지금의 관직에서도 좋은 자리에 계신 분들에게는 많은 청탁이 들어가는 모양이다. 그런 청탁을 거절하신 분들은 특별히 국민들에게 알려질 일이 없지만 가끔 주어지는 물질에서 헤어나지 못하시는 분들은 경찰서 입구나 법원 입구에서 기자들의 카메라 세례와 질문 세례를 받으며 세상에 알려지곤 한다.
이 책에 소개된 선비들의 청렴도는 그 순위를 매기기가 어렵다. 모두 경우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결과를 따진다면 요새 TV 연예프로그램 담당자들이 자주 자막으로 내보내는 CTRL C, CTRL V와 흡사하다하겠다. 그러니 좀 과장하여 30명에 대한 스토리를 읽었다고는 하지만 표준적인 하나의 이야기를 복사하여 모양이 다른 30개의 활자로 30명의 이름 밑에 붙였다 하여도 될 것 같은 유사함이 느껴졌다.
모두가 그랬던 건 아니지만 이 책속에는 자신의 청렴 때문에 식솔들이 굶는 일도 허다하였다는 대목이 있다. 그런데 주인이 굶고 있으면 그래도 양반이라고 딸려있던 종들이 주인을 위하여 식량을 구하려 애쓰는 장면도 있다. 친구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려고 하여도 그 쌀 한 톨도 거절하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리 양반은 장에서 가격을 물어봐도 안 되고 물건을 만져봐도 안되고 상품을 거래하여도 안 되고....하는 양반의 불문율이 존재하였다고는 하지만 청렴에도 융통성은 있어야 하였을 텐데 아마 그런 융통성조차도 선비에게는 존재할 수 없었던 인생이었던 모양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어쩌다 안 좋은 일로 취재를 당하는 요즈음 관직에 계시는 분들과 조선의 선비들을 비교하기 위해서 읽은 건 아니다. 사회 환경이 천지차이고 관직에 대한 가치관도 다르며 급여(녹봉) 기준도 다르기 때문에 비교를 할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국가(나라)나 국민(백성)을 생각하여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건 그 때나 지금이나 공통적이라 할 수 있겠다. 오히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조선 선비들의 시대적 배경이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 전이라고는 하더라도 그 융통성 없는 생활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부정을 저지르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생활에 대한 융통성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그 시대의 환경에 처하였다면 어떤 융통성을 찾았을까하는 생각도 존재하였다.
이 책에 소개되는 선비들의 시대에는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면 나라에서 주는 녹봉만 가지고는 식솔을 거느릴 수 없었다 한다. 그럴진대 나라에 공을 세우거나 백성을 잘 위하여 임금이 상으로 내리는 하사품까지 마다하는 것은 어떤 융통성일까.
2024년 7월 31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kxlE0bQeSbU 링크
Monti Czardas Flute Jae-a Yoo 플루트 유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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