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친구에게

korman 2006. 9. 25. 20:50



훈찬에게,

 

일전 글에서 해병대 118기 얘기를 하겠다고 했지? 오늘 그 얘기를 하고자 하네.

1학년 여름방학 봉사를 강원도 화천으로 가지 않았겠나. 그때 그대는 참여치 않았던걸로 기억되네.

우리가 머문곳은 7사단 정문 앞 초등학교 교실이었는데 우리 큰애가 7사단에 근무할때 가 보았더니 모두 달라져서 그때를 기억하지 못하겠더구만.

그때 내가 다닌 고등학교에서는 대학 원서를 쓸때 머리를 스님처럼 밀고가지 않으면 원서를 써주지 않았기 때문에 1학년 한 학기가 모드 지나갔지만 머리털은 봉사갈때까지 군인머리 정도 밖에는 자라지 않았었다네.

그때가 토요일 밤 10시 였는데 하루 시게줄을 모두 마치고 평가회를 하느라 남녀 모도 한 교실에 모여 있는데 밖에서 누가 부르는거야. 그래서 내다 봤더니 술먹은 군인 둘이서 복도 끝 신발장 있는데서 안으로 들어오려 하는거라.

그때만 하여도 술먹은 군인들을 보면 여학생들은 무서워 항 때 인데 단장이 그 군인들에게 나갔지. 그때 단장이 누군였나는 알거야. 그런데 한참을 지나도 들어오지 않는거라. 여학생들은 더욱 무섭다고 야단들이고... 그래서 부단장이 나갔지. 그런데 부단장도 나가서는 함흥차사였어. 불행하게도 우리들중 누구도 군대에 갔다온 사람이 없었네. 또 누가 나가겠나.

한참을 기다려도 두분이 돌아오지 않자 누군가 또 나가야 하는데, 망설이다 내가 용기를 내어 나갔네. 나가보니 군인 두명은 들어오는 문쪽에 버티고 서 있고 단장님은 벽에 기대어 있고 부단장님은 신발장에 기대어서 서로들 아무말 없이 기싸움만 하고 있더이.

그러니 기싸움에서 이기려면 나라도 무슨 말을 하여야 할것 아닌가. 그래서 나가면서 한마다 뱉었지.

"어떻게 오셨습니까"

이분들 혀가 약간 꼬부라진 소리로 자기들도 서울서 대학 다니다 군대에 왔는데 여학생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찾아왔다는거라. 그래서 또 내뱉은 말이 어쩌다가

"나도 군에 갔다 왔기 때문에 댁들 고충을 아는데 술을 먹고 오면 여학생들이 무서워 하니까 내일 낮에 맨정신으로 예의를 갖추어 오면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거요. 그러나 오늘밤은 그냥 돌아 가시요"  하였지. 그때도 단장님과 부단장님은 보릿자루였고...

이 친구들 내 얼굴을 보더니 머리도 다 자라지 않은 녀석이 한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내게 묻더구만. 몇학년이냐고. 그래서 그냥 대답했네. 1학년이라고...

그때야 그 친구들 드디어 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는지 밀어 붙이더군.

"보아하니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 머리도 ?李?. 어디 갔다 왔습니까?"

어디 갔다 왔다고 해야 하나. 거기에서 막히데. 육군 갔다 왔다고 하면  그 친구들이 육군이니 들통이 날테고. 할수없이 나온 말이 해병대 갔다 왔다고 했지. 해병대에 대하여는 우리 매형을 비롯하여 형님, 사촌들까지 모두 해병대 출신이라 웬만한것은 알고 또 부대가 어디 있는지 대충 아는바라 그걸로 밀어 붙이면 육군 쫄병이 해병대에 대하여 무얼 알겠나 생각했지.

그랬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또 묻더군. 몇기냐고.

그럼데말야 거기서 말이 막히더라고. 내 그때 나이에 몇기가 적당한지 아수가 있나. 형님 기수라도 알면 적당히 얼버무릴텐데. 그것도 모르지. 참 난감하데. 그렇다고 거기서 밀릴수도 없고.

그냥 뱉은 말이

"18기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118기로 생각한거야. 보통 100은 빼고 얘기 한다고 생각한거지. "118기요?" 하고 되묻길래 때는 이때다 싶어 "그렀습니다" 했더니 이 친구들은 한수 더 떠서 "그럼 하사였겠네요"  하더구만.

난 그때 해병대에 기수가 따로 있는 하사가 있는줄도 몰랐어. 그냥 병기수로 한 얘기였는데. 하사였다고 대답하였지. 그런데도 못믿겠다는 식으로 또 묻는거야. 언제가서 어디서 근무했냐고.

그 대답은 자신 있었어. "고등학교 졸업하고 금방 지원하여 가고 포항에서 훈련 받고 진해에서 잠깐 근무하다 구룡포에 파견 근무하다 백령도에 발령나서 상병까지 거기 있다가 김포 5여단에와서 애기봉에서 X나게 보초 서다가 말년에 후암동 사령부에 와서 얼마전에 제대해서 학교 들어와 지금 1학년이오." 이러면 그 당시에는 전국의 해병대 부대는 거의 다 대주었던 셈이지.

그랬더니 표정이 누구러지면서 "우리 친구도 해병대 하사로 지금 근무하고 있는데 그 친구는 145기입니다" 그러더구만. 그러나 대충 118기면 내말이 맞는다고 생각한거지. 해병대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어. 그 후 몇가지 해병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는데 그 친구들이 알고 있는 다른 사항이야  나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네. 그래서 그냥 밀어 붙였지.

"그래서 나도 당신들 마음 다 아는데 갔다가 술깬다음 낮에 얘기합시다" 하였더니 그때 돌아 가더군. 그래서 그 후 별명이 잠시 해병대 118기가 되었었지. 기억하시는 부들도 있을거야.

그후 형님께 물어봤더니 내 큰형님이 나와 12년이 차이가 나는데 한참 웃으시더니 당신은 병 200기라 하시더군. 그런데 나는 병 18기로 그 친구들은 하사 118기로 만들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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