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 3

초록색 유리병이 그립다

초록색 유리병이 그립다 아마도 이제 자기가 나서 자란 가지에 매달일 힘조차 없는 모양이다. 얼마 전 며칠간 추적추적 반갑지 않은 가을비가 계속 내리고 바람까지 불어댄 날씨에 가로수 가지마다 남아있는 잎사귀들이 절반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날이 차가워지기는 하였지만 미풍조차 불지 않는 오늘에도 동네 은행나무 대부분은 몸을 털어내는 소리마저 들릴 듯 여기서 툭 저기서 툭 노란 이파리들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아직 힘겹게 빛바랜 초록빛을 간직한 나무가 있는가하면 노란색이 온 몸을 감싸기는 하였지만 비와 바람을 굳건히 버티며 온전한 몸을 간직하고 있는 나무도 있다. 자신은 아직 땅으로 내리거나 바람에 실려 가야 할 정도로 가을을 타지는 않는다는 뜻인지. 사람들 대부분이 계절이나 날씨에 민감하기는 하..

책갈피 속의 이파리

책갈피 속의 가을 이파리 포플러가 늘어선 가을의 신작로에 바람이 불면 대궐 기둥처럼 쭉 뻗은 몸뚱이에고깔을 씌운 듯 하늘로 뾰족이 오른 가지의 이파리들은바람에 파르르 소리를 내었다.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첫가지는겹겹이 쌓인 먼지의 무게로바람의 흔들림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했다.엉겁된 세월의 겹겹이 처럼.  포플러가 늘어선 가을의 신작로에바람이 불면하늘과 닿은 꼭대기 노란 이파리는몸뚱이를 차며 바람타고 날아구름 속으로 숨을 듯 더 높이 올랐다. 흔들흔들 거리며 하늘을 떠돌다신작로 끝 어느 들 모퉁이에 누어햇볕 쪼이고 부스러지다그 조차 먼지가 되었다.영겁의 세월을 다 보낸 듯.  포플러가 늘어선 가을의 신작로에비가 내리면겹겹의 먼지에 바람조차 비켜간 이파리들도가을이 가져온 세월의 무게를 못 이겨갓길에 떨어져 빗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