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상해의 여명속에 (출장기 중)

korman 2007. 1. 17. 00:34

상해 난징로 광장에 걸려있는 종

 

 

쿵 하고 비행기가 상해 홍치아오 국내선 공항 활주로에 내려앉는 충격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만만디라고 하는 중국 사람들 이지만 비행기에서만은 우리나라 사람들 보다 더 급하다. 비행기가 아직 활주로에 구르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 천장에서 보따리를 꺼내고 핸드폰을 켜고 통로에 줄을 선다. 스튜어디스도 그런 것을 만류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비행기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또 우리나라 스튜어디스들은 이런 것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하는 상해의 밤 길거리의 야경은 서울 보다 더 화려하고 밝게 느껴졌다.


22층 호텔방의 창문으로 희뿌연 여명이 찾아온다. 새벽하늘을 가르며 올라간 고츨 빌딩들은 모양과 높이가 같은 건물이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새벽안개 속에 쌓인 상해 중심부의 스카이라인이 산수화의 그것과 비교된다.


지난번 이곳에 왔을 때 정해진 시간 때문에 황포강가와 그 건너편만을 바라보고 돌아왔다. 그저 맥 놓고 하루 묵으며 이곳저곳 살펴보고 싶지만 다음 행선지 관계로 이번에도 그리 할 여유는 없다. 아직 하루를 열 시간이 되지 않은 관계로 22층에서 바라본 길거리에는 행인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어제 정주에서의 일이 상해의 여명에 교차 되면서 잊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머릿속에 각인된다. 좀 더 자야하는데...


항가리언 무곡으로 기억되는 음악 소리가 선잠을 자던 귓가를 맴돈다. 눈을 떠서 밖을 본즉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를 메우고 있다. 상해의 보행자 천국이라는 난징로. 그곳 광장에는 항가리언 무곡에 맞추어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제 각각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 부채춤을 추는 여인네들, 검무를 추는 아주머니들, 쌍쌍이 서양춤을 추는 남녀... 출근하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 사이를 비집고 나간다. 중국문화와 서양문화가 아침 운동으로 퓨전을 이루는 순간이다.


시간을 아껴야 하는데 희뿌연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다 늦잠을 잤다. 전기 주전자에 물을 올려놓고 욕실의 샤워기를 틀었다. 미지근한 물줄기가 아침 기분을 제법 상쾌하게 한다.

집을 떠날 때 가져온 인스턴트 미역국에 끓인 물을 붓고 욕실 뜨거운 물에 담가 두었던 햇반을 가져다 미역국속에 넣고는 뚜껑을 덮었다. 잠시 기다림으로 하여 훌륭한 아침상이 차려진다. 그렇게 여러 해를 여기저기 돌아 다녔으면서 난 아직도 남의나라 현지 음식에 익숙하지 않다. 세계 공통의 맥도날드나 KFC등을 제외 하고는. 그래서 이런 것들을 늘 싸가지고 다닌다. 훌륭한 미역국에 아시아나 비행기에서 준 튜브고추장으로 나홀로 조찬을 하고 난징로로 나섰다.


난징로 광장에는 중국 전통 모양의 큰 종이 걸려있다. 종각은 없으되 마치 우리의 보신각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그 종이 왜 거기에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는 아무런 안내판도 없다. 종을 모으는 나에게만 관심의 대상인 듯 싶다.


점심 무렵에는 다음 행선지를 위하여 푸동공항으로 가야한다. 문득 임정사무실을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또 충분하지 않은 시간. 그곳을 찾아 돌아보고 호텔로 돌아와 보따리를 찾아 공항으로 가기에는 충분치 않은 시간이다. 언제 내가 또 상해를 올 것인가. 임정사무실을 찾지 못한 기분이 꼭 아버지 기일에 제사를 지내지 못한 것 처럼 죄송스럽다.


호텔에서 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려다 문득 지하철과 자기부상열차를 타보고 싶었다. 상해의 지하철. 우리의 그것 보다는 차폭이 약간 좁다. 그러나 우리보다는 후발주자인 그들의 지하철에서 나는 표를 어찌 사야 하는지 어느 노선을 타야 하는지 전혀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우리보다 훨씬 잘 짜여진 표지판, 행선지만 누르면 요금까지 영문으로 자세히 안내되는 표자동판매기, 출구와 입구를 분리하여 혼잡을 피하게 한 구조, 그리고 재활용과 광고가 가능한 표. 무엇하나 우리가 낫다고 할 수 있는게 지하철에는 없었다.  

 

자기부상열차 내부


자기부상열차 외부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라 그럴까. 자기부상열차를 관리하는 모든 직원들의 유니폼은 다른 사람들과는 한눈에도 차이가 났다. 깔끔하고 고급스럽고 그리고 그들의 얼굴에는 자긍심이 보였다. 서서히 떠오르며 속력을 내던 이 열차는 눈 깜빡할 사이에 시속 430km에 도달한다. 가히 비행기 속력이다. 일반 차량으로 한시간 이상이 걸리는 시내와 공항을 이 열파는 불과 6분만에 주파하였다. 우리는 지금 200km를 달릴 수 있는 자기부상열차를 시험운행중이라 한다. 과연 우리가 이들보다 얼마동안이나 앞서 갈 수 있을까! 광동성의 국민소득이 만불이 넘었다고 하는데....

 

- 하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