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중국 하남성 정주에서 (출장기 상)

korman 2007. 1. 15. 23:41

 

낙산사 범종, 중국종 모양에 가까운 조선 범종

2005년 산불로 녹아 없어짐

2006년 10월 복원

 

 

지난 12월에 다녀온 중국 河南省의 省都 鄭州에 다시 다녀와야 할 일이 생겼다.

사실 지난 12월에 만났던 사람들은 이메일 교신 할 때의 이야기와 만났을 때의 이야기 그리고 만나고 돌아 왔을때의 이야기가 모두 달라서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업체라 하더라도 이번에 다시 그곳에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나 업체가 다른 관계로 속는 셈치고 그리고 출장비가 많이 드는 곳은 아니니 적은 비용으로 중국을 공부한다 생각하고 한번 더 다녀오기로 결정 하였다.


정주는 중국의 내륙지방으로 황하를 끼고 있는 도시이며 역사적으로 유명한 중국무예의 발상지 “소립사”를 지척에 두고 있는 도시이다.

지난번 갈 때는 인천공항에서 정주공항까지 중국남방항공의 직항이 있어 편하게 갔었는데 1월부터는 직항이 없어졌다고 한다. 직항이 있었다는 것은 정주와 한국 간에도 사람의 왕래가 많았다는 이야기인데 실질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나 보다. 아무튼 직항이 없어져 상해나 북경을 거쳐야 하는데 여러 가지 상황을 체크해 본즉 상해를 거쳐야 할 것 같았다.


상해의 푸동공항, 우리의 인천공항과 동북아의 허브공항 경쟁을 하고 있는 곳이다.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상징인 푸동공항에서 우리의 인천공항을 생각한다. 인천공항에 견주어 손색없는 크기와 시설을 갖춘 공항. 구태여 팔이 안으로 굽는 평가를 하자면 분위기가 인천공항에 뒤진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곳도 푸동공항을 사용하면서 우리의 김포공항처럼 국내선을 타기 위해서는 홍치아오 국내선 공항으로 이동을 하여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였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김포공항에서 국내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알 것 같았다. 푸동공항에 내려서부터 정주행 비행기를 타기 위하여서는 6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혼자 보내야 했다. 푸동공항과 정말 비교되는 국내선 공항. 이곳이 푸동공항 이전까지 상해의 관문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두 번째 찾은 정주공항. 이곳도 국제공항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어느 지방 고속버스 대합실 분위기와 흡사하다.

다음날 아침 만난 업체사람들, 역시 그 작태가 한심하다. 이미 이메일을 통하여 모든 조건이 협의되고 계약서 초안 까지 마련하여 마지막으로 얼굴을 맞대고 서명을 하자고 하여 찾아 왔건만 또 다른 소리를 늘어놓는다.

중국사람들의 비즈니스 스타일에 대하여는 많이 들어왔지만 모든 조건이 사전에 협의 되었는데도 만나자 마자 다른 소리를 늘어놓는 그들의 작태에서 먼저번 12월에 만났던 사람들과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그 자리에서 무 자르듯이 그들의 요구를 잘라버렸다. 그리고 그들에게 작은 출장비용으로 공부 잘 했으며 거래 이야기는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하였더니 그들도 황당한 얼굴로 협의를 끝냈다. 출장비가 아깝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그들과 점심을 같이하며 향후의 일을 논의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고 저녁 무렵 상해로 돌아가는 비행편을 예약 하였던 터라 그들과의 이야기가 일찍 끝난 후 시간이 매우 애매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황하”나 “소림사”를 다녀올 시간도 되지 못하고 상해로 일찍 돌아갈 비행편도 시간도 되지 못하고.....

그냥 호텔을 나와 큰길 가로 나섰다  아스팔트 배합에 문제가 있는지 자동차 바퀴에 묻은 콜타르로 인하여 그려진 차선이 모두 지워져 버렸다.

건널목 신호가 바뀌었음에도 안심하고 혼자 건너가기가 무섭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신호와 상관없이 마구 길을 건너고 자동차들은 또한 사람이 건너가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길거리 한 귀퉁이에서 정겨운 간판을 발견하였다. “아리랑”.

이런 중부 내륙지방에 까지 한국식당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그 모양새로 보아 그곳이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은 곧 짐작할 수 있었다. 북경에서 위그루 사람이 경영하는 한식을 (속아서) 먹어본 경험이 있는지라 들어가 볼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곧 보이는 큰 병원 광고판에는 “한국식성형수술”이라는 문구가 눈에 확 띄는 장소에 설치되어 있다. 한국식 성형은 무엇인가? 많은 중국 여성들이 한국식 성형을 원한다고 들었는데 그 여파가 이곳 후미진 곳 까지 흘러 왔구나.

육교로 올라섰다. 많은 사람들이 육교 위에서 좌판을 벌리고 있다. 놀랍게도 펼쳐놓고 파는 것은 모두가 흉기들뿐이다. 정글에서 나무를 쳐내는 칼, 사냥터에서 쓰는 날카로운 칼, 람보가 들고 다니던 칼, 폭력배가 사용하는 각종 칼들. 우리나라에서는 흉기 매매로 당장 단속 되어야 할 일들이 이곳 육교 위에서는 아무런 제재 없이 좌판위에 펼쳐지고 있었다.

육교와 연결된 백화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나라 가나라 아주가나....” 대장금의 OST가 온 매장 안에 울려 퍼진다. 대장금의 문화적인 힘이 중국 중원에 울려 퍼지고 있는 순간이었다.


차도에 자동차가 밀리자 나를 태운 택시를 비롯하여 많은 차들이 인도로 올라서고 순식간에 인도는 차도로 변한다. 하지만 행인 누구 하나 투덜거리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적반하장이라던가. 인도 위에 있는 청소용 리어카가 걸리작 거린다고 운전기사가 창문을 열고 청소원에게 무어라 큰소리를 친다. 그저 택시 안에 있는 나만 놀랄 뿐 그 청소원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다. 늘 있는 일인지.


상해로 돌아가기 위하여 들어선 저녁 무렵의 정주공항에는 비행기 체크인 시간까지 앉아서 기다릴 의자가 없었다. 돈 들여 커피를 한잔 마시는 길 외에는....

이층의 커피숍에서 커피를 한잔 주문하였다. 그러나 때가 찌든 하얀 가운을 입은 소년이 배달해 온 커피는 독약처럼 진하고 얼음보다 차가웠다. 모든 손짓 발짓을 다 동원하여도, 다른 직원이 와서도, 나의 요구 사항은 통역될 길이 없었다.  이걸 어찌 말해야 뜨겁고 연한 커피를 마실 수 있나. 커피값은 또 되게 비싸네. 우리의 반잔 정도 밖에는 안되는 것 같은데 6천원이라니. 이 중국의 변방에서.

순간 잊고 있었던 전자사전이 생각났다. 한중사전. 참 좋은 세상이다. 전자사전이 보여주는 간체 글자 하나로 냉커피는 뜨거운 커피로 금방 바뀌어졌다.

주위를 돌아보니 그 많은 테이블에 둘러앉은 남녀노소 모두가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놀음인지 놀이인지 모든 테이블이 카지노 테이블이다. 이런 것을 진풍경이라고 한다나.


순간 아래층 체크인 카운터 앞이 시끄러워 진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바나나를 먹으며 떠들어 댄다. 체크인 시간도 되고 하여 천천히 카운터 앞으로 향하는데 그 떠드는 소리는 정겨운 우리말이다. 그리고 줄지어 늘어선 가방에 붙어있는 한글도 선명한 이름표. 남해에서 부부모임으로 소림사 관광을 온 노인들이라 했다. 따로따로 즐기는 우리나라 관광문화에서 참 좋은 광경이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주위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고 큰 소리로 계속 떠들어댄다는 것이다. 가이드가 이런 것은 좀 주의를 줘야 하지 않을까.


상해로 향하는 밤 비행기 의자에 기대어 곧 잠이 들었다. 

 

- 중편으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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