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가더니 안왔어

korman 2006. 12. 27. 23:46


보물 제11-2호

조선범종, 문경범룡사동종

직지사 박물관내 소장

 

내게는 오랜 술친구가 있다.

70이 넘어 머리는 완전한 백발이지만 아직도 정열적으로 일하는 분이다.

나는 이 분과 한달에 한두번 충무로에서 만나

동국대 학생들이 자주 가는골목의 주점에 마주 앉아

학생들의 대화도 훔쳐 들으며

소주를 두서너병 마시고는

같이 경인선 전철을 탄다.

이 분이 몇달 전

내자를 앞세워 보내셨다.

그 분은 그 후로도 아무런 변화 없이

같은 생활을 하고 계시지만

뵐때마다 외모상으로 달라지는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연말이 다가와 얼굴을 뵈어야겠기로

점심을 같이 하기로 하고

남산으로 오르는 길 옆의 골목길

허름한 청국장집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점심이 나오기 전

소주 2병.

어쩌다 먼저 가신 그 분의 이야기를 하게 되고

혼자 남으신 이 분의 말씀

"가더니 안왔어"

간단한 이 한마디가

나의 미래에 대한 억측과 어울려

전철로 향하는 발걸음을 무겁게 하였다.

응급실로 실려 가더니 안왔어.......

나에게 오늘 저녁 노을은 일찍 찾아온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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