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주인이 날이 갈수록 손님이 줄어든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이발소로 와야 하는 남자들이 모두 미용실로 가고 있으니 운영이 되겠냐고 나에게 묻는다. 내 아들 녀석도 지 에미가 다니는 미용실에 가서 이발을 한다. 애비한테 매번 잔소리를 들으면서 굳이 미용실에 가는 이유는 이발소에서는 자기 마음에 들게 머리모양을 만들지 못한다는 말이다. 사내 녀석들의 모양새가 여성화 되어 미용사가 남자들의 머리를 더 마음에 들게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왜 이발사들은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주려 연구, 노력하지 않는지 생각해 보아여 할 대상이다. 머리를 한창 깎고 있던 이발소 주인이 나에게 불만을 토로한다. 미국에 가서 살아야 한다고 계속 떠들어댄다. 무슨 이야기인가 물은즉 이발소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표식을 이발소 앞, 옆, 건물 옥상등 4개를 세웠더니 구청에서 나와 2개만 세우라고 단속을 한다는 것이다. 아마 법으로 한 이발소당 2개로 제한 하였는 모양이다. 이 양반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런 걸 제한하고 단속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머리가 띵해온다. 나는 항상 누구를 만나던 세상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을 한다. 가히 이발소 주인적 사고방식이다. 만들어진 법과 원칙에 의한 사회적 약속을 떠나서 생활하여도 별로 어려움이 없는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특히 돈과 권력이 있다면 더 편한 민주시민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자유를 추구하는 단순한 이론만을 함축하고 있다면. 이발소 주인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민주주의는 곧 자유라는 말과 일치 한다고만 생각할 뿐 자유를 누리기 위하여는 자율이 뒤따라야 하고 사회적으로 약속된 법과 질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악법도 법이라 하는데. 따라서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제재가 가해질 경우 그것이 법과 질서에 반한 것일 지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이를 해석함으로써 우리나라는 미국 같은 민주주의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이발소 주인이 미국에 가서 이발소를 차리면 과연 그 표식을 자기 마음대로 4개도 좋고 5개도 좋고 여기저기 설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주어진 법과 규정을 어겼을 때 우리나라에서처럼 그곳에서도 몇 번의 인정어린 권고를 받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도 단속이 되면 이 사람은 그 다음에 어디로 간다고 할까? 러시아로? 얼마 전 FTA를 반대 한다고 미국에 원정 데모를 간 우리나라 사람들이 허가된 구역에서 주어진 구호만 외치고 피켓만 얌전히 흔들다가 돌아온 일이 있다. 이들 모두는 우리나라에서 같은 데모를 할 때 쇠파이프와 죽창과 각목과 화염방사기까지 동원하여 데모를 막는 전경들에게 위해를 가하던 사람들이다. 그 중에서 한 사람이 부상을 당했다고 경찰이 과잉단속을 하였다고 난리를 피웠다. 자신들로 인하여 경찰병원에 누워있는 수많은 어린 전경들과 그 부모들의 고통은 생각지도 않은 채 자신들의 시위가 4.19와 같다고 생각하는지. 데모대의 앞줄에 늘 보이는 사람들, 이들도 세계적으로 미국이 민주주의의 표상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에 가서는 참 얌전히도 하고 오더니만 자기 나라에 돌아와서는 또 예의 같은 작태를 보인다. 미국 갔을 때 우리나라에서 하는 방식대로 좀 해보지 어떻게 되나. 그들도 미국에서 그리하면 어찌 되는지 알고는 있나보다. 우리나라가 좀 더 민주화가 되어야 한다고 떠들면서 죽창과 쇠파이프와 각목과 화염방사기와 끊인물을 들고 나서는 사람들. 과연 이들은 얼마만금의 방종이 주어져야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발소 주인은 그것을 몇 개 더 설치하여야 우리가 자유국가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할까? 이발이 끝났을 때 그에게 그냥 물었다. 이발소표식의 적,청,백 3색이 뭐를 뜻하는 것인지 알고 있느냐고. 모른다는 대답을 뒤로하고 이발소문을 나서며 “대한민국보다 더 자유스러운 나라는 어디에고 없습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민주주의국가에 살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거리로 나섰다. 겨울바람이 봄바람처럼 포근한데 머리칼이 잘려나간 부위가 싸늘해져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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