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더불어 산다는 것

korman 2007. 1. 28. 23:02

해남 대흥사 탑산사 종. 문화재청 사진  

해남 대흥사 동종 (탑산사 동종)

고려범종, 높이 79cm, 입지름 43cm

보물 제88호

 

내가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온 것이 벌서 18년째로 접어든다. 그 동안에 많은 사람들이 이사를 가고 또 이사를 온 관계로 이웃이 여러 번 바뀌었다. 다른 쪽은 모르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라인에서는 단 26세대 중 3세대만이 최초의 원주민 입주 동기생이다. 우리 앞집은 입주 동기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 자식들이 살고 있어 사실 동기생은 두 가구뿐 이라는게 맞겠다. 모르긴 하지만 다른 동이나 라인도 같은 상황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바뀐 이웃들은 처음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거의가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들을 둔 젊은층들이다.


처음에 내가 입주를 하였을 때는 그런 제도가 없었지만 이제는 음식물이나 재활용 쓰레기를 철저하게 분리하여 버리고 있다. 이를 위하여 각 동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음식물 모으는 통, 헌 옷가지를 모으는 박스,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하여 버리는 박스 등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구청에서는 각 가정에 음식물 쓰레기를 담는 플라스틱통도 무료로 나눠 주었다.


어느 일요일 낮 시간에 다른 라인에 사시는 할머니 한분이 주차장 한켠에 마련된 음식물 모으는 통을 손으로 휘휘 저으시는 모습을 보고 혹시 치매노인이 아닌가 가까이 가 보았다. 그런데 그 할머니께서는 그 속에서 검은 비닐봉지를 한없이 건져내시고 계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요새 젊은것들은 어째서 이럴까. 이거 모두 가축들이 먹어야 하는데”하고 되뇌신다. 이야기인즉 젊은 주부들이 나눠준 플라스틱통을 사용하지 않고 검은 비닐봉지에 음식물을 담아 와서는 비닐봉지채로 통속에 버리고 간다는 것이다. 그 옆에는 봉지는 별도로 버리라고 다른 박스가 놓여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치매노인이라 지레 짐작하였던 내 생각에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내가 사는 라인에서도 그런 주부가 있는지 가끔씩 승강기를 타면 아주 지독한 음식물 썩는 냄새가나고 바닥에는 구정물들이 떨어져 있다. 이웃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시설이라 생각하면 좀 조심해야 하는데 자신들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같이 살고 있다. 이렇게 음식물 쓰레기가 썩도록 집안에 보관하는 집에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생각해 본다.


또 한번은 헌옷을 수집해가는 사람이 헌옷 수집통을 여는 것을 목격한 일이 있었는데 그 수집상 보다 내가 더 놀란 일이 있었다. 그 사람이 열어 놓은 수집통에서는 헌 옷가지와 뒤섞여 온갖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 분의 입에서는 육두문자가 거칠게 나왔고 나도 역시 비슷한 독백을 하였었다. 언젠가 TV에서 우체통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들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상황과 똑 같은 순간이었다.   


아파트의 관리소장이 바뀌면서 좀 더 확실한 공고 효과를 생각 하였는지 주민들에게 중요한 공고물들은 게시판에는 물론 승강기 안쪽 벽에도 붙여 놓고 있다. 그런데 그 벽에 붙여져 있는 공고물은 하루가 지나지 않아 누군가에 의하여 찢겨져 승강기 바닥에 짓밟혀 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가끔 승강기에서 담배를 피운 냄새가 나고 승강기 바닥에 혹은 입구에 담배꽁초 혹은 빈 담뱃갑이 버려져 있다. 누가 보지 않는다고 함께 산다는 사실을 망각한 삶의 소행이리라. 어떤 이웃은 우편물에서 내용만 빼고 봉투는 승강기 안에 버리는 사람도 있다. 봉투에는 자기 집의 호수와 이름이 씌어져 있는데 이를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 사는 집이다. 이럴 경우 나는 그 버려진 봉투를 집어서는 다시 그 집의 우편물함에 넣어준다. 이런 어른들이 있어서인지 아이들도 많은 과자 봉지를 승강기 안에다 버린다. 내가 처음 이 아파트에 입주 하였을 때는 이런 일들이 없었다. 사회가 선진화 되고 교육이 발전 할수록 사라져야 할 일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 이는 우리의 교육이 입시만을 중요시 할뿐 인성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데에서 오는 후유증이라 하면 억측일까 생각해 본다.

   

아파트의 아래, 윗층에서 매일 밤 동시에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그 중간층에 샌드위치가 되어 살아본 경험이 있는 분이 계신지 모르겠다. 내가 사는 아래층에는 나와 초등학교를 잠시 같이 다녔던 친구가 살고 있었는데 이 친구네는 거의 매일 밤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을 치르곤 하였다. 어찌 그렇게 거의 매일 밤늦은 시간에 전쟁을 치르는지 남의 가정사가 어떤지는 모르겠으되 이웃의 괴로움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 하였다. 이 사람들이 전쟁을 할 때는, 현관 경비하시는 분의 말에 의하면, 주로 안사람이 이웃 보기 민망하게 취해서 밤늦게 귀가하는 날이었다. 결국 이 친구는 집에서 나가 버렸고 요즈음은 아래층이 조용하다.


위층에서의 전쟁은 아래층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심하였다. 그 집의 작은 딸아이는 내 작은 아이와 중학교 동창인데 이 집은 주로 바깥양반이 잔뜩 취해서 들어오는 날 전쟁이 일어났다. 아래층이 소총으로 치르는 전쟁 이었다면 위층은 대포를 동원한 전쟁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이 사람들이 전쟁을 할 때는 순서가 있는데 우선 새벽 1시쯤이  되어 시끄러워 지기 시작 하는데 귀가 하여서는 현관문을 두드리며 문 열라고 큰소리치고 곧 이어 무언가를 마구 집어 던지는 소리에 상호간 고성이 오가고 모녀의 울음소리가 들리며 그 모녀가 이방 저방 도망 다니는지 뛰어 다니는 쿵쿵 소리가 이어지다가 결국 밖으로 쫓겨나는지 문 열어 달라고 현관문을 두드리며 애원하는 모녀의 소리가 어두움을 가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아침이 되면 다정한 부부가 되어 팔짱을 끼고 아파트 현관을 나선다. 안사람의 얼굴에 시퍼런 멍 자국과 함께. 그런 위층 사람들이 얼마 전 이사를 갔다.

그동안 위층이건 아래층이건 거의 매일 밤 이웃에게 피해를 주고 있었으면서도 누구도 이웃을 배려하거나 이웃에 미안함을 표시하는 행동은 뒤따르지 않았다. 하기야 이웃을 배려하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면 밤마다 전쟁을 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이제는 좀 조용히 사나보다 생각 하였는데 위층에 새로 이사 오는 사람이 집수리를 한다고 한 십여일을 공사판을 벌려 놓았다. 그 동안 콘크리트 깨는 드릴소리, 갈아내는 소리, 망치질소리등 공사하는 소음으로 많이 괴로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 집의 누구도 이웃에게 양해를 구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집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고 흙이 떨어져 나왔다. 그 집의 화장실 공사 중 발생한 일이었다. 즉시 위층으로 올라가 공사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한즉 이들은 그럴 수 있는 일이라며 사과는커녕 좀 참으면 된다고 아무런 초치를 취하지 않았다. 참 어이없는 일이었다.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면 미리 우리집에 찾아와 그 이야기를 하고 양해를 구하였어야 하지 않았을까. 아파트 관리소에 연락하고 관리소에서 공사하는 사람들에게 손해배상청구 하겠다고 한 후에야 조치가 취해졌다. 그러나 사과의 말은 결국 듣지 못하였다.


이 집에 새로운 이웃이 이사를 왔다. 그런데 이 집에는 어린아이가 있나보다. 밤마다 12시 넘어서까지 아이가 계속 뛰어다니고 있어 쿵쿵 소리가 심하게 난다. 집사람 말에 의하면 아이가 어린이집에라도 다니는지 낮에는 그렇지 않은데 밤만 되면 그런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달 이상이 지났는데 공사 할 때와 같이 누구도 우리집에 내려와 아이가 뛰는데 대하여 양해를 구하지 않는다. 집사람은 올라가서 이야기를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아이가 있으면 당연히 뛰어 다니고 공동주택에 살면서 이웃간에 그런걸 못참아주면 어찌 아파트에 같이 살겠냐고 그냥 이해하라고 이야기 한다. 언젠가는 위층에서 내려와 양해의 말을 해 주기를 바라면서.


모든 사회생활이 그러하지만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특히 이웃을 생각하고 배려하고 참아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 모든 문제를 자신의 가정만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공동주택에 살 수 없다. 내가 사는 아파트가 다른 곳에 비하여 수준이 떨어지는지는 모르겠으되 이웃과 함께하는 마음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곳이 공동주택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인지할 수는 없는 것인지 젊은 이웃의 행동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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