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화견 (花見)

korman 2007. 2. 12. 00:18

  

 

아직 설날도 지나지 않았는데 날씨가 완연한 봄날이다. 겨울은 다 지나지도 않았는데 봄이 훌쩍 닥아 온 느낌이다. 온실가스와 엘리뇨현상에 의한 이상 고온이라 한다. 그 덕분에 동해안에는 오징어가 풍년이고 제주도에서 자라야 할 식물이 강원도 들판에서 발견된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제주도를 비롯하여 남녘에는 매화와 동백이 만개 하였고 바다건너 일본의 동경에도 벚꽃이 활짝 피었다는 소식이다.


늘 그랬듯이 설날이 지나고 나면 방송 뉴스와 일기예보 시간에는 화사한 봄옷을 차려입은 아리따운 여자 아나운서가 나와 어느 지방에는 개나리와 벚꽃이 언제쯤 필 것이라는 지방별 개화지도를 펼쳐놓고 시청자들에게 봄을 알릴 것이고 이와 때를 같이하여 각 지방에서는 진해 군항제를 필두로 봄의 축제가 시작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축제가 전국적으로 많이 열리기 시작한 시점이 지방자치가 시작된 시점과 무관하지 않다. 각 지방의 특성을 살려 재정자립도를 끌어 올리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축제들의 대부분은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 시작되고 그런 축제의 대부분은 벚꽃과 연계되어 있다.


봄이 되면 꽃은 피는게 자연의 순리이고 그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자유로움이다. 특성에 따라 장미축제도 하고 툴립축제도 하고 벚꽃죽제도 하고... 그런 축제들에 누가 토를 달고 이견을 달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전국에 만연하는 벚꽃죽제에 대하여는 꽃 자제를 즐기는 자유로움을 떠나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국화는 무궁화이다. 물론 어디를 찾아봐도 무궁화의 원산지가 우리나라라는 기록은 없다. 이의 학명에는 시리아가 들어가고 영어표기에는 이스라엘의 성스런 평원인 Sharon 이란 이름이 들어가고 BC25세기 경에 그리스에서 사용한 동전에 무궁화가 음각되어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고 하여 중동이나 그리스 쪽이 원산지라고 하기도 하고 인도나 중국이 원산지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많은 기록에서 4세기경부터 한반도 도처에 무궁화나무가 산재 하였다는 기록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지금은 아니지만, 애국가에 나오는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 많던 전국의 무궁화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의 혼을 말살시킨다는 일본놈들에 의하여 모두 베어져 뿌리째 뽑히고 그 자리에는 일본의 상징인 벚꽃이 심어졌다고 한다.     


벚꽃의 원산지는 일본이 주 무대이다. 일본의 산하에는 많은 벚꽃나무가 산재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학자들 중에는 제주도에 왕벚꽃이 자생하므로 벚꽃은 우리나라도 원산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또 다른 학자들은 제주도에 벚꽃의 원산지로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는 자생 군락지는 발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원산지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한다. 설사 제주도에서 군락지를 발견한다고 한들 그것이 온 삼천리강산에 피어 우리가 전국에서 즐기고 있는 벚꽃의 원산지라고는 말할 수 있을는지.


무궁화를 즐기던 벚꽃을 즐기던 꽃을 즐기는데 그 원산지가 무슨 상관이고 어느 나라의 국화인가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러나 우리가 벚꽃을 즐기기에 앞서 생각해볼 문제는 그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이며 이 땅에 왜 그 많은 벚나무가 존재하게 되었는가 하는 이유이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하여도 창경궁 (예전 창경원)에는 무척 오래된 벚꽃 나무들이 온 궁 안을 뒤덮고 있었고 꽃이 필 때면 야간 개장까지 하여 꽃구경을 하게 하였었다. 그러나 이는 일제가 조선왕궁을 비하시키고 우리의 혼을 말살하려고 동물원 설치와 함께 창경궁에 자신들의 상징인 그 벚꽃을 심었다 하지 않는가. 다행이 동물원을 없애고 창경궁을 복원 하면서 일제가 심은 벚꽃나무들이 많이 제거되었다고 한다.  

  

진해는 우리나라 제일의 군항이며 이순신 장군의 후예들을 길러내는 해군사관학교가 있는 정예의 군항이다. 우리의 벛꽃 축제는 이곳의 군항제와 더불어 시작된다. 왜 하필 이곳인가! 이곳의 오래된 벚꽃나무도 역시 일제의 잔재라고 한다. 우리는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구원한 이순신장군의 얼이 살아 숨쉬는 이곳에서 그들이 침략의 상징으로 심어놓은 그들의 꽃을 보면서 과거를 돌이켜 생각하고 숙연해지기 보다는 축제라는 이름으로 꽃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심장부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는 또 어떠한가. 국회의사당을 감싸고 있는 윤증로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은 만개하고 이 벚꽃들은 우리의 국회의사당을 뒤덮게 될 것이다. 윤증로의 벚꽃은 일본이 심은 것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심어놓고 즐기는 것이다. 혹자는 윤증로의 벚꽃은 일본사람들이 즐기는 벚꽃과는 종류가 다르다고 한다. 그렇다 한들 그것이 변명이 되지는 못한다. 우리의 무궁화도 그 종류가 무수히 많으니까. 국민의 얼굴이 다 다르다고 하여 그 나라 국민이 아니라고 하지는 못한다.


벚꽃을 즐기던 무궁화를 즐기던 꽃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데야 무슨 시비꺼리가 되겠는가. 그러나 우리의 역사적 배경을 생각할 때 국민들이 스스로 즐기는 것을 무어라 사주를 달지는 못할지언정 자치단체에서 스스로 나서서 스스로의 이름을 걸고 벚꽃축제를 연다는 것은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왜 그곳에 벚꽃을 심을 생각을 하였으며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으되 우리의 국회의사당을 뒤덮고 있는 일본꽃을 위하여 서울시 당국에서 직접 나서서 호들갑을 떨어서야 되겠는가. 일본에서는 벚꽃이 만개할때 온 집안식구들이 함께 도시락을 싸서 꽂구경을 가는 풍습이 있는데 이를 화견(花見) 이라 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그들의 꽃에 그것을 하고 있다.   


삼천리 금수강산에 화려하게 피어나던 우리의 무궁화는 일제에 의하여 벚꽃으로 바뀌고 이제는 저 시골의 초등학교 화단이나 군부대의 연병장 한켠에서 한여름의 이슬을 머금고 굳건히 피어나는 우리나라꽃 무궁화! 온 하늘을 가린 벚꽃의 윤증로를 뒤로한 우리의 국회의사당 뜰에는 과연 몇그루의 무궁화가 심어져 있을까!


지금도 새로 생기는 신작로변이나 산책로변에는 봄이 되면 많은 벚꽃나무가 심어지고 있다. 이를 보면서 제발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신이 사꾸라 삼천리 화려강산이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국회의사당 주변 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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