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배려

korman 2007. 2. 3. 12:29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걸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닙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 바바 하리다스 -


딸아이가 책을 한권 내민다. 한상복씨가 지은 “배려”라는 책이다. 자기가 읽고 내용이 참 좋고 느끼는 바가 크다고 나에게 권하는 것이다.


딸아이는 2월에 졸업예정인데 지난 연말에 참으로 다행스럽게 구청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 교사가 되었다. 졸업 이전에 취업이 되었으니 그 아이에게 요새 그 보다 좋은 일이 이디 있겠는가. 애비로서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 진다.


딸아이는 작은 아이라 집에서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일이 많았었는데 직장에 들어가고 첫 번째로 읽은 책이 “배려”라니 난 뜻밖으로 생각 되었으나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사회인으로서의 첫 번째 책으로 참 잘 선택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내용은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잘 나가는 회사에 수석으로 입사하여 기획실에 배속 되어 동료나 거래처 사람들의 입장은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을 추진하여 고속 승진하던 친구가 회사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와해시켜야 할 부서에 공작원으로 투입되었다가 그 부서원들 협조와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협동정신을 배워 오히려 그 팀을 살리는데 일조하고 잃어버린 가정도 되찾아 인생을 새롭게 출발하는 내용의 창작물이다.


배려[配慮]의 사전적 의미를 찾았더니 “보살펴 주려고 이리저리 마음을 써 줌”으로 적혀있다. 그러나 이를 어찌 사전적 의미로만 생각할 수 있겠는가. 남을 위하여 마음을 쓴다는 것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물질적 이익도 포기하여야 하며 자신이 가진 것을 남에게 미련 없이 나누어 줄 수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환경은 제각기 다르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따라 살아가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위하여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남에게 피해가 가는 행동을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항상 이기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사람도 어느 순간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때도 있을 것이다.


아주 자주 자신을 희생하며 남을 위하여 봉사하는 사람들이 TV나 신문에 소개된다. 어떤 이는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에 미련 없이 기증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생명을 생각하지 않고 전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그런 반면에 사회는 왜 이리 이기적이냐며 투덜거리기만 하는 사람도 있고 파업을 한다고 자신이 다니는 직장의 기물을 부수고 종료를 폭행하는 사람도 있다. 항상 자신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천직으로 알고 다른 사람들의 편안한 삶을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나처럼 그저 혼자 살아가기에 바쁜 사람도 있다.


이기적인 사람을 포함하여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구성된 시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이 사회가 이렇게 의롭게 지탱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누구나가 남을 배려하는데 그 기본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참 좋은 내용의 책인데도 누구에게 선물로 주거나 읽어 보라고 권할 생각은 없다. 혹시 상대편에게 배려에 대한 부족함을 지적받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도 상대를 배려하는 일 중의 하나인지는 모르겠으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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