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담배연기에 인생은 흐르고

korman 2007. 7. 9. 23:09

담배 연기에 인생은 흐르고


강남역 근처에서 친구들과의 모임이 끝나고 인천으로 오는 광역버스를 타기 위하여 버스 정류장에 늘어선 줄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한 시간은 금요일의 늦은 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금요일저녁에 모임을 갖는 것인지 10시가 넘어서면 그 버스 정류장에는 부평, 인천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로 몇 겹의 줄이 만들어진다.


바람이 좀 분다고 하여도 습도와 온도가 높은 공기는 멀쩡한 사람의 기분도 언짢게 하지만 소주라도 몇 잔 걸친 사람들에게는 그런 공기 속에서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다른 사람들 보다 더 힘든 것이 사실이다. 밖에서 열나고 안에서 열나고 높은 습도도 괴로운데 몸속에서도 열을 식히기 위하여 많은 수분이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차량소통이 극히 원활하지 못한 시간임으로 인하여 버스의 도착 시간은 평소보다 훨씬 길어지고, 무료하다 생각되는 시간이 오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한 개비 꺼내어 불을  댕긴다. 이 순간도 예외는 아니어서 나의 앞 두 사람 건너뛴 자리에 서 있던 사람이 하얀 연기를 허공으로 날리고 있다. 그러나 바람의 방향 때문에 연기는 바로 뒷사람 얼굴로 향하고 손끝으로 쳐 떨어뜨리는 담뱃재 또한 두 사람 건너에 서 있는 나에게 까지도 괴로움을 주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질은 급하지만 보편적으로 남에게 싫은 소리 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참을성이 많은 것 같다. 한 사람의 흡연으로 인하여 줄을 서 있는 여러 사람들이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그가 스스로 담뱃불을 꺼 주기만을 바랄뿐 나를 포함하여 누구도 그에게 그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담배 연기와 재가 바람을 타고 이 사람 저 사람의 얼굴을 스치고 있을 때 그 사람 바로 뒤에서 피해를 가장 많이 보고 있던 아가씨가 점잖게 담뱃불을 꺼 줄 것을 요구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그는 그 소리를 들었는지 말았는지 연신 짧아져 가는 꽁초의 불을 밝히고 재를 털어내고 있다. 그러기 조금 후 각종 길거리의 소음을 일시에 멈추게 하는 앙칼진 외침이 한밤의 고층건물에 부딪혀 메아리친다. “여러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데 담배 좀 나중에 피시면 안되겠냐고요?” 그 순간 줄을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에 쏠리고 그는 슬그머니 꽁초를 길바닥에 버리고 발로 비볐다.


요새 이 곳 저 곳에서 금연구역이 많이 설정되고 있다. 또한 여러 나라들이 흡연에 대한 규제를 강력하게 진행하고 있다. 국민 건강을 생각하여 내리는 조치로 비흡연자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일이기는 하지만 흡연자들에게는 지극히 곤혹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사실 이 담배에 관한 한 모든 나라가 이율배반적이다. 국민들에게는 건강에 해로우니 피우지 말라고 하면서도 국가에서 담배장사를 하는 나라들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전매청에서 관장하다 요새는 공기업을 만들어 장사를 하고 있다. 불량식품은 단속하면서도 불량식품 보다도 더 나쁜 담배는 합법화 하는 나라들, 이들 모두가 담배에 관한 한 제정신이 아니다. 청소년들의 흡연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국가에서는 담배 장사를 멈추지 못한다.

담배 피우는 것이 합법적이니 흡연자들도 법으로 제약 받지 않는 장소 어디에서나 피울 권리가 있다. 따라서 버스를 기다리며 흡연하는 사람들에게 비흡연자들이 담뱃불을 꺼라 마라 할 권리는 없다. 그러나 비흡연자들도 옆사람의 담배연기를 맡지 않을 권리는 가지고 있다. 누가 옳은가는 따질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법 이전에 남을 배려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 경우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라면 법으로 제지를 받는 장소가 아니라 하더라도 흡연자가 좀 참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기와 담뱃재가 본인보다는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에는 더 더욱...  


서울시에서는 9월부터 버스정류장에서의 흡연을 법으로 금지한다고 한다. 흡연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영역이 살아져 아쉽겠지만 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이제 서울의 버스 정류장에서는 흡연자들의 얼룩이 살아져 한결 깨끗한 환경이 될 것이다. 흡연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담배꽁초를 그 자리에 버리는 것은 고사하고 침까지 그곳에 뱉기 때문이다.     

  

내가 담배를 끊은 것은 83년도이다. 벌써 25년의 긴 세월이 흘렀다. 그 때만 하여도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 때 까지 하루에 피는 담배의 양은 두 갑 반이었다. 건설 현장이기는 하였지만 연일 피곤이 풀리지 않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하루 종일 한 개비의 담배도 피우지 않은 날이 있었는데 과연 그 다음날 아침에 몸이 매우 가벼워지면서 기분이 상쾌하였다. 그간의 피로는 니코틴 과다 섭취에 의한 피곤증 이었던 것이었다. 그 다음날부터 안 피우기로 결심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는 니코틴에 찌들었던 나의 두 폐도 원래의 깨끗하였던 상태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흡연은 신체적 건강에는 해로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정신적 피로를 풀어주는 것 또한 의학적으로도 인정해야 할 사실이다. 지금도 무언가를 깊이 생각해야 할 때 난 그 가슴속 깊이 빨아드렸다 뿜어 나오는 연기에 고통도 실어 보냈던 과거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담배를 피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2007년 7월 아흐렛날

 

 

엘가 - 사랑의 인사(피아노 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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