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우편번호표식부호

korman 2008. 4. 7. 00:02

우편번호표식부호


한 달 전쯤으로 기억된다. 집으로 배달된 우편물 하나를 집어 들고 어디서 온 것인가 봉투의 발신자를 살피다 혼자 쓴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부산시장과 모 국회의원께서 공동으로 조직위원장을 맡은 국제전시행사의 참관 안내장이었는데 발신자의 주소 우편번호 앞에 자랑스럽게 박혀있는 커다란 부호가 그리 되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 우편번호 앞에는 그 숫자들이 우편번호임을 알리는 정해진 부호를 넣어야 한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오래전에 정하여 백성에게 사용하라고 한 부호는 동그라미 속에 "우"자가 들어있는 부호라고 알고 있다.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이런 부호가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우편번호를 쓰기 시작한 때가 1970년도라 하니 대부분의 백성들은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러나 그게 그렇지가 못한 모양이다.


행사 주최 측에서 그리 만들었는지 아니면 인쇄소의 실수였는지는 모르겠으되 그 봉투에 씌어진 자신들의 우편번호 앞에는 커다랗게 표시가 되어 있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는 일본의 우편번호 앞에 붙는 기호이다. 내친김에 안내장에 인쇄된 주소도 살펴보았다. 거기도 역시 그리되어 있었다. 통상적으로 인쇄소에서는 고객이 넘겨준 디자인대로 인쇄를 하였을 테니 주최 측의 디자인 실수였다고 생각하여도 좋을 듯 하다.


일반인도 아니고 시장이 조직위원장을 하는 야심에 찬 국제행사인데 작은 일은 아닌 듯싶어 주최 측 담당자와 부산시에 이메일을 보내고 상황을 알려 주었다. 그들도 이를 인지하였는지 빠른 회신을 보내왔다. 잘못된 봉투를 모두 수정하여 발송하였다는 부산시의 대답이었지만 나도 이미 그런 것을 받았으니 받을만한 사람들은 벌서 다 받았을 테고 남아있던 봉투가 얼마나 있었겠으며 안내장 자체도 잘못되었는데 그것을 폐기 하였겠는가. 그 말을 믿고 싶지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요즈음은 남자나 여자나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은 모두 명함을 가지고 다니며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는 이것을 교환하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의 명함에서 우편번호를 발견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주소를 표기할 때 우편번호를 써 넣으면 좋으련만 무슨 이유에선지 많은 명함이 우편번호 없이 주소만 인쇄되어 있다. 비록 우편번호가 넣어져 있는 명함이라 하더라도 우편번호 앞에 부호를 정확하게 표기한 명함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씁쓸하게도 자국의 부호는 모르면서도 일본 우편번호부호를 표기한 명함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이들은 그것이 일본의 것인 줄이나 알고 쓰는 것일까.


얼마 전 한 전시회에 갔었다. 전시회에 가면 전시업체들로부터 카탈로그와 함께 명함을 받는다. 그런데 그 중 상당수의 명함에서 일본의 표식부호가 발견되었다. 차라리 다른 명함들처럼 표기나 하지 말지. 그런 곳에는 이메일을 보내어 알려주었지만 그걸 수정하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럼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대답은 간단하다. 사람들이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 알게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크고 작은 회사들이 자사의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다. 물론 각각의 관공서 및 공공 단체들도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다. 그 홈페이지 하단에는 업체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 기본적인 홈페이지 주인장의 연락처가 적혀있다. 그리고 이곳에도 명함에서처럼 우편번호가 적혀있는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물론 우편번호 표식부호를 제대로 사용한 곳은 발견하기 어렵다. 비록 표식부호를 적은 곳이라 하더라도 (우), 우), 우, 우: 등등 마음 내키는 대로 적었다. 이런 것을 중구난방이라 하여도 좋을까. 심지어 청와대도, 국무총리실도, 우편번호를 관장하는 정보통신부도 (요새 무슨 부로 바뀌었나?), 우편업무를 관장하는 각 체신청도, 우정사업본부도, 예하 전국의 각 우체국도, 금융기관도, 언론기관도, 제대로 적은 곳은 발견되지 않는다. 밤새 뒤져보면 어디선가 나오기는 하겠지만 우편번호를 관장하는 해당 관공서들도 제대로 표기하지 않는 표식부호를 일반 백성들이 제대로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


올바르게 쓴 곳이 딱 한군데 있긴 하다. 서울중앙우체국 홈페이지. 이곳에는 선명하게 동그라미 속에 들어간 우자를 표기하여 놓았다. 해당 기관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으므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우편물의 규격봉투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규격에 벗어나는 봉투를 사용하면 우편요금을 더 내야한다. 그 규격봉투에는 우편번호를 적게끔 네모난 칸이 새겨져 있는데 그것도 법으로 정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네모칸 앞에 법으로 정해진 부호는 보이지 않는다. 규격봉투에 의무적으로 표기하라는 규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우편물에건 우편번호는 적으라하면서 정작 정해놓은 표식부호는 표기하지 않아도 되는 규정, 홍보도 하지 않아 백성들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일본의 그것을 우리 것인가 착각하며 사용하는 현실. 이 문제도 대통령께서 한 말씀 하시면 해결 되려나.


사용하지 않는 규정. 해당 관공서 어디에서도 홍보조차 하지 않는 규정. 그래서 일본 표기를 사용하는 사람들. 아직 이 규정이 존속하는지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의문이가지만 어제 난 또 하나의 일본표기가 들어간 명함을 받았고 그리고 나는 그곳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컴퓨터 워드 부호난에서도 찾아지지 않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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