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눈이 더워

korman 2008. 7. 27. 19:51
 

눈이 더워


며칠간 줄기차게 내리던 빗줄기가 가늘어지며

오늘 아침에도 이슬비를 뿌리더니

오후에 들어서자 맑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비켜가는 구름사이로 보이는 햇살이 반갑기는 하지만

감히 장마가 끝나가는 것이라 이야기 못하는 것은

지난해에도 또 그 이전에도

큰 비로인한 고통은 늘 장마가 끝났다는

기상대의 발표와 더불어 있어왔기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기름값과 각종 원자재 값으로 인한 고통이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듯 싶지만

여름더위와 겹쳐 국가 경제와

어려운 이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데도

외국의 유명 브랜드 매출은 늘어만 가고

부유한 사람들의 아파트 한달 전기료가

50만원에서 10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고 한다.

아파트 외부를 치장하는 공동전기료 때문이라고 하는데

사람이나 아파트나 허울에는 다를 바가 없는 모양이다.


방송과 신문에서는 연일

고유가 시대의 에너지 절약에 대하여

정부의 정책이나 대국민 협조사항을 알리고

각종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지만

선뜻 가슴에 닥아 오지 않는 것은

TV에 비쳐지는 그들의 허울 좋은 모습 때문이다.


빗속에서도, 이 습기 찬 무더위 속에서도

각종 회의에 참석하는 그들의 모습은

늘 검은 계열의 양복차림이고

더위를 이기기 위한 자유로운 복장은 찾기 힘들다.

한여름으로 들어서면서 목을 조르는 넥타이는 풀어졌지만

그래도 검은 양복저고리는 그대로 걸치고 있다.

물론 그곳에는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는 사람도 더위를 느끼게 하는

그 팔이 길고 두꺼운 검은 저고리를 걸치기 위하여

그곳의 방안 온도는 더 낮게 하여야 할 것이다.

에너지 절약은 어디에서 앞장서야 할 것인가.

 

각종 회의나 모임에는 예의를 차려야 할 국제회의가 있고

그렇지 않아도 되는 일반적인 것이 있다.

넥타이를 매어야 하는 국제행사에서도

참석한 사람들의 편의를 위하여

상호간 합의를 하면 목을 조르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형식이 필요하지 않은 국내용 모임이나 회의에서도

윗자리에 계시는 분이 저고리를 벗지 않으면

참석한 사람 모두 더위를 참아야 한다.

특히 관료사회에서는.......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은

그들이 저고리를 입고

더위를 참기 위하여 내리는 에어컨 온도만큼

더 높은 더위를 느껴야 한다.


몇 년 전에 모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인사를 할 때

적절하지 못한 옷차림 때문에 많은 말들이 있었다.

이렇듯이 옷이라는 것은 때와 장소에 따라

그 종류와 디자인과 색깔을 달리하여야 한다.

따라서 정부부처나 각료들이 회의를 하는데

아무리 더운 날씨라 하여도

친구를 만날 때처럼, 피서를 떠날 때처럼

그리 가벼운 옷을 입을 수는 없을 것이지만

모두가 그 치렁치렁한 양복저고리를 벗어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셔츠를 입고 있으니

시원한 셔츠차림을 하여도 좋은 일 아니겠는가.

양복저고리를 입고도 더위를 느끼지 않는 곳에서

국민들의 더위를 잊게 하는 묘안이 나올 수 있을지……


더위는 몸으로도 느끼지만

눈을 통하여도 느껴진다.

더운 날 국민을 더 덥게 하는

생산적이지 못한 형식들은 하루라도 빨리

사라지기 바란다.

더워도 웃옷을 벗지 못하는 그런 형식이.


오늘 아침 신문에

오일쇼크때에는  선풍기도 틀지 않고

부채로 더위를 식혔다는

고 박정희대통령에 관한 기사가

검은 양복저고리에 겹쳐진다.


2008년 7월 스무 이렛날


'이야기 흐름속으로 > 내가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엠바고 (EMBARGO)  (0) 2008.08.30
가슴을 시원하게  (0) 2008.08.02
인터넷, 그 악담과 쌍욕의 게시판  (0) 2008.07.27
일요일의 브런치  (0) 2008.07.14
내 마음대로  (0) 2008.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