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내 마음대로

korman 2008. 7. 5. 15:38

내 마음대로


일요일저녁 식사가 끝나고 8시경 산책이나 가야겠다고 운동화를 신고 있을 때 밖에 친구를 만나러 가던 큰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 근처에 있는 대우전자 공장에서 큰 불이 났다는 것이다. 그곳은 새로 생긴 넓은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저녁시간에는 동네 사람들이 운동을 하느라고 그 앞 도로를 따라 왕래가 많은 곳이기는 하지만 번잡스러운 곳은 아니다. 나도 저녁 그 시간에 집에 있으면 늘 집사람과 그 대우전자 앞을 지나 운동겸 산책을 하곤 한다.


운동화를 신던 길이었으므로 밖으로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대우전자가 있는 동쪽 하늘에 먹구름 같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소방차와 경찰차 및 구급차들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이어지며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가 하늘에 흩어지며 주변을 어둡게 하고 있었다. 저녁식사 후 운동과 산책을 나왔던 많은 사람들과 사이렌 소리에 놀란 사람들 모두의 발걸음이 대우전자 쪽으로 향하고 우리 부부도 자연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곳으로 가는 잠깐 동안의 시간에도 하늘에는 계속해서 먹물보다도 더 검은 연기가 회오리바람을 타고 오르는 모래먼지처럼 그렇게 하늘로 오르고 있었고 화재현장 부근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과 차량들로 혼잡을 이루고 있었으며 교통경찰들과 의경 및 지역 의용소방대원들이 나와서 소방차나 구급차 등의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오가는 차량들을 통제하고 화재가 난 건물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폭발물질 때문에 그 건물 앞 인도 쪽에는 의경들이 구경꾼들의 안전을 위하여 저지선을 설치하고 일반인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었다. 또한 이곳저곳에서의 요란한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인천시내 각 소방서에서 속속 도착하는 소방차 및 구급차의 사이렌소리들이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에 섞이고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공장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 주위를 소방차들이 감싸고 살수 준비만을 하고 있을 뿐 검은 연기는 더욱 심해지는데도 물을 뿌리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먼발치에서 바라본 건물 지붕을 뚫고 검은 연기사이로 붉은 빛이 보이기 시작하는데도 밖의 소방관들은 바라만 보고 있을 뿐 그냥 그대로 대기만 하고 있었다. 내가 속으로 이제 불길이 올라오고 있는데 어째서 물은 안 뿌리고 가만히 있을까 참 의아하게 생각하는 순간 얼굴을 비치려던 불길과 검은 연기가 차츰 누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다행이 건물 내부로 들어간 소방관들에 의하여 불이 밖으로 번지기 전에 진압되었는지 연기는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화재 진압도 재산피해를 최소화 하고 모두 작전에 의하여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밖으로 번지기 전에 안에서 모두 제압한 것이 무척 다행스러웠다. 한편 칠흑 같은 연기로 가득 찼었을 한 치도 볼 수 없는 건물 내부에 침투해 성공적인 진압을 한 소방대원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지며 위험을 무릅쓰고 그런 곳으로 몸을 던져야 하는 소방관들을 가족으로 둔 사람들은 어디에서 불이 났다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 화재진압을 하다 희생당한 소방관들의 애석한 사연을 접한 때문이다. 그러나 잦아드는 연기를 바라보며 소방관들의 저런 용감한 모습에 비하여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과 주위를 정리하는 경찰의 모습에서 나는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꼈다.


화재 현장이 아니라도 도로를 운행 중인 모든 차량은 소방차를 포함하여 모든 종류의 구급차량이 사이렌을 울리고 응급임무를 수행중인 때는 그들이 우선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어떤 방법으로든 양보하고 길을 터 주어야 한다. 그러나 화재 현장에서 내가 본 그들의 모습은 실로 참담하다고 말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지나가면서라도 구경을 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겠지만 소방차의 사이렌이 계속 울리고 경찰차의 안내방송과 통제하는 사람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계속 울리는데도 그들은 소방차야 가건 말건 경찰이 뭐라 하건 말건 응급차의 통행이야 안중에 없는 듯 도로를 주차장으로 만들고 주차저지를 무시하고 그렇게 불구경을 하고 있었고 현장에 모여든 사람들도 그리 위험하다는 전경들의 제지를 뚫고 좀 더 가까이서 보겠다고 저지선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경찰 참 연약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도 물론 융통성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융통성은 때와 장소에 따라서 달라져야 한다. 이처럼 크고 위험한 화재현장에서 경찰의 통제를 무시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경찰이 융통성을 가져야 할까. 어째서 경찰이 이런 사람들에게 소방차가 진입하여야 하니 주차하지 말아달라고 사정을 하여야 하며 위험하니 통제선 안으로 들어오지 말아달라고 머리를 조아려야 할까. 우리에게는 도로교통법이 있고 기초질서에 관한 법도 있다. 나는 이 광경을 보면서 경찰의 제지를 뿌리치고 그곳에 주정차 하는 무리들은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통제선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무릎을 꿇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런 우리의 자화상을 보면 늘 생각하는 게 있다. 이런 경우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찌 행동할까. 이렇게 개인이 마음먹은 대로 행동하는 것이 자유라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자유스러운 나라이며 이런 것이 민주주의 국가라면 우리나라보다 더 민주적인 나라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그 광경을 보면서 선진국 국민으로 가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지금 내가 내 행동은 로맨스고 남의 행동은 불륜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모르겠지만.


다행이도 일요일이었던 관계로 인명피해도 없었고 소방관들의 발 빠른 대처와 현명한 진압 덕분에 외관상 재산피해도 그리 크지는 않은 것 같았다. 집으로 돌리는 발걸음 너머로 보이는 공장 담에 붙어있는 현수막 한 장이 미풍에 흔들리고 있었다.

완전고용 확보하고 2008 임•단투에 승리하자


2008년 7월 초 이튿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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