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불쌍한 대한민국

korman 2008. 9. 12. 22:31

 

불쌍한 대한민국


건망증이 좀 심한 사람은 벌써 기억에서 멀어진 호칭이기는 하지만

십수 년 전에 국제적으로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무섭게 성장하는

“네 마리의 용”이라 불려지는 4개국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 네 마리 용 가운데서 우리나라는

더 이상의 용임을 거부하고 홀로가기 시작하였다.

맥아더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거기에 돌을 던지며.


그 때

월미공원 산책로를 따라 매달아 놓은 지역시인들의 시화 전시회는

해방 이후에 지식인들이 그랬듯이 낡고 낡은 사상적 논쟁이

공원 입구에서부터 월미산 정상까지 이어지고

매달아 놓은 글 줄기마다 철책 너머의 사상에 대한 그리움이

함박꽃만큼 풍성하게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줄기의 맨 윗자리에는

이 육사 시인의 “광야에서”라는

교육받은 한국인이라면 결코 잊지 못할 민족의 몸부림이

마치 그들을 대변하는 것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그들의 봄은 어디였는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모두 어디로 갔는지.


그리고 십여 년이 흐른 후

봄을 다시 빼앗겼다는 생각이었을까

서울시청 앞 잔디는 소고기를 앞세운

집회 참가자들이 흘린 촛농으로 말라 버리고

대한민국은 양쪽으로 갈라진 혼란의 세월 속에서

비상의 날개를 잃어버린 채로 시간을 따라 떠내려갔다.

그리고 광우병 걸려 죽는다는 사람들 보다는

그런 고기라도 못 먹어서 죽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서였을까

아니면 움츠렸던 세월의 봄이 돌아왔음인가

시청 앞의 잔디가 다시 돋아날 즈음

이번에는 종교라는 이름의 편 가르기가

대한민국을 어지럽히고 있다.

모두가 나라를 생각한다는 미명하에.


우리나라에는 종교적인 국교라는 게 없다.

그리고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나라이며

누구나 알고 있는 4대종교 외에도

보통사람들은 알지도 못하는 무수히 많은

군소종교들이 존재하며 예전에는 미신으로 불리던

샤머니즘이나 토테미즘 또는 운명철학 같은 것들도

토속신앙 혹은 민속신앙으로 불려지고 있으며 또한

이런 무속신앙을 믿는 사람들도 4대종교에 못지않게 많이 있다.

우스개 소리로 우리나라의 개신교, 불교, 천주교의 신도수를 합하면

우리나라 인구의 2배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각 종교의 세 불리기가 심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종교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것이 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정신과 육체의 수양처가 되어야지

집단적 세력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집단적 세력화는 집단적 과시를 가져오고 과시는 지배욕을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종교의 종교지도자라 하는 분들은

각각의 신도들이 올바른 정신세계로 나아가도록

성현의 말씀으로 인도하는 분들이 되어야지

신도들을 지배하는 위치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 종교편향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인다.

또한 3대종교 지도자들이 신도들을 앞세우고 길거리로 나왔다.

모두들 나라를 위한다는 이름으로.

기독교에서는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사랑이 제일이라 하고

불교에서는 자비를 앞세운다.

과연 그럴까.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면 타종교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하고

자비가 중요하다면 편향된 마음에도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

그리한다면 종교편향이라는 단어는 존재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종교인들이라면

길거리나 운동장으로 나와 하늘에 주먹질하며 세를 과시하기 보다는

그저 조용히 산속에서, 교회에서 나라를 위한 묵언의 기도를 하는 것이

예수님이나 부처님의 말씀을 참되게 이행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말없는 대다수의 국민들도 그들 못지않게 나라를 생각한다는 사실을

그들 모두가 스스로 인지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대한미국은 일부 몰지각한 국가 공직자들의 편향된 혀끝이나

종교적 과시로 이루어지는 국가가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그들이 외치는 사랑과 자비와 나라를 위한 마음이

입에 발린 일들이 되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2008년 9월 열 이틀 추석을 앞두고



 바이올린 - 조르즈 테레베시 & 기타 - 소냐 프룬바우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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