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초가을 국화속 누님표 김밥

korman 2008. 10. 10. 22:49

 

초가을 국화속 누님표 김밥

 

 

 

   아직 한낮의 햇볕은

 

  초여름만큼이나 따가운 10월의 연휴

 

  하늘빛이 가을을 따라가야 함에도

 

  아직 여름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있다.

 

 

 

  지금은 하늘공원이라 불리는

 

  서울 난지도의 몇 배가 될까

 

  인천에는 수도권 매립지가 있다.

 

  어떤 시인의 언어로도

 

  결코 시로 표현될 수 없을 것 같은 이곳에서

 

봄부터 소쩍새가 울었을 리는 없겠지만

 

매년 10월이면 누님 같은 꽃이라는 국화전회가 열린다.

 

 

 

 

 

그저 좋은 말로 수도권매립지라 부르지만

 

사실 이 곳은 예전에는 조개를 캐고 고동을 줍고 게를 잡던

 

드넓은 갯벌이었던 곳인데

 

지금은 서울 한강변의 난지도처럼

 

수도권에서 나오는 생활쓰레기를 매립하는 곳이 되었다.

 

바다를 정화하고 치유하고

 

많은 바다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것이 갯벌이라 하는데

 

미래의 인간을 위하여 간직해야 할 자연의 보고를

 

인간이 배설한 쓰레기를 위하여 파괴하고 있다.

 

자신들이 배출한 오염물질을 치우는 시설이

 

자신들의 동네에는 만들어지면 안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를 내세우면서......

 

 

 

 

 

  친환경이라 하였던가

 

  난지도가 하늘공원으로 되살아났듯이

 

  먼저 매립이 끝난 1차 매립지인 이곳에는

 

  그 세월과 넓이만큼의 생태공원이 조성되고

 

  인위적으로 가꾸어지기는 하였지만

 

  자연에 가까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리고 가을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사람들은

 

  내 발 아래에 큰 쓰레기 산더미 하나가 누워

 

  메탄가스를 만들고 있는 존재가 있음을

 

  잊어가고 있다.

 

 

 

시인의 눈과 느낌은 따라갈 수 없음인지

 

나에게 그 국화는

 

전혀 누님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데

 

내 누님은 매년 10월이 시작되면

 

금년에는 언제 전시회가 시작되는지 알아보라고

 

채근하시곤 한다.

 

  

 

 올해도 내 누님은 내가 알려드린 날을

 

 잘 기억하고 계시다가

 

 10월의 첫 주말이 시작되는 날 아침에

 

 전화를 하셨다.

 

 김밥과 음료를 준비하였으니

 

 마누라 대동하고 그곳에서 만나자고.

 

 김밥이라....

 

 집에서 그리 먼 곳도 아니고

 

 화창한 10월의 첫 주말에

 

 국화꽃에 묻혀 먹는

 

 그 오묘한 누님표 김밥의 맛은

 

 장금이가 만든 수라가 부럽지 않은 터라

 

 화장이 덜 끝났다는 마누라 말은 무시하고

 

그래도 국화보다 예쁘다는 말로 입막음을 하며

 

고모가 만든 김밥좀 남겨오라는 큰아이의 외침을 뒤로한 채

 

국화를 향하여, 아니 누님표 김밥을 향하여 시동을 걸었다.

 

 

 

 

 

 

 

  

 

전시장에 도착한 시각이 10시경이었는데도

 

그 넓은 제1,2주차장은 만원이 되었는지

 

안내원들은 붉은 경광막대가 달린 안내봉을 휘두르며

 

천둥과 같은 호루라기 소리로

 

몰려드는 차량들을 제3주차장이라 쓰인 곳으로 안내하였고

 

도착되는 차량마다

 

전시된 국화의 종류와 색깔보다도

 

더한 화려함으로 치장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아직 여름의 끝자락이 남아 있음인지

 

노지에 심어놓은 국화들은 봉우리를 열지 않았지만

 

인위적으로 피워지고 만들어져 작품이라 불리는

 

온갖 빛깔과 종류의 크고 작은 국화들이

 

그 은은한 향기로 벌과 나비들을 불러들이며

 

자신들을 구경하러온 인간들의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한 자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작가라는 한 사람을 키우기 위하여

 

인간에 의하여 휘어지고 눌려지고 비틀어진 모습으로.

 

  

 

작년의 두 배는 넓어진 듯한 이곳 사라진 갯벌위에는

 

국화만 피어있는 것이 아니었다.

 

풍성한 연잎으로 덮여있는 넓은 호수위에는

 

커다란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예쁜 오작교와 나무다리사이로

 

맑은 냇물이 흐르는 개울가에는 징검다리도 놓여있다.

 

그리고 아직은 잿빛을 띄지 않은 갈대가

 

가을이 와 있음을 알려준다.

 

송사리가 노니는 것이

 

쓰레기 더미에 만든 호수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주차장 반대편 넓은 밭에는

 

  가을이 오면 누구나 노래하는

 

  코스모스군락이 있다.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밭의 가운데를 잘라

 

  사진도 찍고 산책도 하게 만들어 놓았지만

 

  인간의 심성이란 것이

 

  코스모스와는 다른 것인지

 

  꽃의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사진을 찍는다고

 

  기어코 그들을 밟고 들어가

 

  몇 줄 외길을 만들었다.

 

  정말로 자신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인간의 추한 군상을 꽃밭에 그려 놓았다.

 

 

 

굽이굽이 산책로를 따라가면

 

야생화를 비롯하여 또 다른 꽃동산이 펼쳐지고

 

더위가 느껴지는 한낮의 기온에

 

봄이 왔음을 착각한 벚나무가 왕벚꽃을 피웠다.

 

들국화가 하얗게 피어난 길가 동산에는

 

갈대숲이 바람에 흔들리고

 

어린아이를 데려온 한 젊은 엄마가

 

아이에게 주려는 듯 갈대를 꺾고 있다.

 

아이는 덩달아 어미 흉내를 낸다고

 

갈대를 흔들고

 

나이 지긋한 내 누님은 아이의 손이

 

갈댓잎에 베어질까

 

노심초사하며 젊은 여인에게

 

주의를 주었지만

 

아이의 어미는 아이의 손 보다는

 

잘려지지 않는 갈대 꺾는 데만

 

정신이 없다.

 

 

 

초가을 한낮에 땀방울을 흘린 후

 

커다란 소나무 그늘에

 

국화꽃 보다 예쁘게 만들어진 김밥 도시락이 놓여졌다.

 

내 누님은 소풍이 아니라도

 

그 넉넉한 마음으로

 

 

 

휴일에 가끔씩 김밥을 만들어

 

나와 내 큰아이를 부른다.

 

당신이 만들어 주는 김밥을

 

너무나 좋아하는 우리 부자의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님이 만들어 주는 김밥에

 

배가 부르는 줄도 모른 채

 

이 나이에도 난

 

늘 그릇이 비워져야 젓가락을 놓는다.

 

오늘도 커다란 플라스틱 도시락을

 

모두 비우고

 

내년이면 칠순이 되는 내 누님은

 

60이 가까워오는 동생이

 

당신이 마련한 김밥에 열광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당신 몫의 작은 도시락도 내 쪽으로 밀어 놓으셨다.

 

그리고 난 집을 나설 때의 큰아이의 외침을 잊어버렸다.

 

 

 

 

 

희뿌연 하늘 저쪽으로

 

에베레스트만한 산봉우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국화와 누님표 김밥과 초가을에 취한 하루였다.

 

 

 

2008년 10월 아흐렛날

 

 

 

Domenico Zipoli (1688 - 1726)
Elevazione for Solo Oboe, Solo Cello, Strings and Organ
(arr. V. Hunt)    08'20
 
 
오보에와 첼로, 오르간과 현을위한 아다지오

 

음악 : 음악정원 이메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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