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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ese New Year 유감

korman 2012. 1. 29. 13:00

 

 

 Chinese New Year 유감

 

양력 정월이 다 지나기도 전에 설날이 돌아왔다. 올해는 윤달이라는 것이 끼어 있어 음력 정월이 이리 빨리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명절과 민속 및 농사에 관련된 모든 절기가 음력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 것이 없음에도 한때는 공식적인 휴일로 지정하지 않아 많은 국민들이 좀 불편하게 설날을 보내기는 하였지만 현재는 3일간 연휴로 지정이 된 덕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명절을 맞을 수 있어 좋다. 당직이다 비상근무다 하여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분들도 있고 이런 명절이 돌아오는 것 자체가 괴로운 분들과 사회적으로 보살핌이 필요한 분들도 많이 계시기는 하지만 전통적으로 설날이 우리나라 최고의 명절임을 부인 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요새는 신년 선물이나 덕담 혹은 연하장도 양력 1월 1일 보다는 설날을 기준으로 오고 가는 것이 더 많은 듯싶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캘린더에는 음력과 양력이 있으나 공식적으로는 양력을 사용하고 국제적으로도 모든 것이 양력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마 이집트에서 태양을 기준으로 하여 최초로 만들었다는 양력이 동양의 달을 기준으로 하여 만든 음력보다는 좀 더 세월을 보내는데 수월하였음인지 아니면 세가 강한 서양 사람들이 사용하여 그리 되었음인지 양력이 세계의 모든 국가를 정복하여버렸다. 하기야 몇 년에 한 번씩 한 달을 통째로 집어넣어야 1년 주기를 맞출 수 있는 음력보다는 그저 하루를 더 넣으면 주기가 맞는 양력이 좀 더 과학적이고 현실적이기 때문이기는 하겠지만 음력생일을 가지고 있는 세대가 지나가면 일반인들에게 음력은, 지금도 대부분 그렇지만, 그저 정해진 민속기념일이나 표기되는 “기념력”으로나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양 사람들은 음력 새해를 Chinese New Year라 부른다. 사전에 나와 있는 공식 영어는 Lunar calendar가 음력으로 나와 있지만 사전에 적힌 대로 부르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마도 그들은 음력이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하여 그리 부르는 것이라 추측 되는데 어찌 생각하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많은 사람들이 중국인인데 그들이 살고 있는 서양 여러 나라에 소개하는 새해가 음력 새해여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들이 그리 부르는 것이 언제 부터였나를 생각해 보면 내 경험으로는 중국의 힘이 국제사회에서 부각되고 중국인들이 “춘절”이라 부르는 최대 명절인 음력 새해 첫날이 Chinese Spring Festival이라는 이름으로 서양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그리 불리게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Happy Chinese New Year라고 보내오는 서양 사람들의 이메일 연하장을 받아보는 느낌은 축복에 대한 고마움에 앞서서 한국인에게 보내면서 생각 없이 그리 쓰는 그들이 야속하게도 생각되지만 우리가 우리의 최대 명절인 설날을 서양인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라 생각되어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이번 음력 새해를 앞두고 영어로 된 20여 통 이상의 이메일 연하장을 받았다. 그들 대부분이 중국식 붉은 바탕에 금빛으로 Chinese New Year를 축하한다는 문구를 연하장에 넣었다. 나도 답신은 보내야 하지만 어찌 보낼까 망설이다 새로 떠오르는 태양 사진과 색동옷을 입은 아이들이 세배를 하는 모습의 그림을 합성하고 “고맙다”는 문구와 제대로 번역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식으로 인사를 하겠다. 음력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문구를 넣고 부가 설명으로 “음력 1월 1일은 한국인의 최대 전통 명절로 ‘설날’이라 부른다”라고 써 넣었다. 내 연하장을 받은 서양 사람들이 내년에는 “설날을 축하한다”라 적힌 연하장을 보내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 써 보냈지만 과연 그리 될까? 그래도 내가 받은 그 연하장들 중 몇 개에는 Lunar New Year라는 문구를 사용한 눈치 빠른 서양인도 있었다.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의 문구가 바뀌기를 기대하면서 연하장을 보내지 않은 사람들에게 내가 만든 연하장을 먼저 발송하였다. 이메일은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으니 손가락 운동이라도 열심히 해야지........

 

2012년 1월 스물하고 둘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