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내 돈내고 내가 쓰는데

korman 2012. 2. 24. 21:20

 

 

 

내 돈 내고 내가 쓰는데

 

봄이 가까웠음인지 오늘 볼에 스치는 바람결은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었다. 아직 추위가 한 고비 더 남아 있다는 예보가 있기는 하지만 흐르는 세월에 인간만이 아니라 계절이라는 놈도 무력하기는 매 한가지이니 추워야 얼마나 추울까.

 

TV에서는 연일 전기가 모자라니 아껴 쓰라는 광고가 계속 되고 있다. 여름에도 그랬는데 아직 국민들에게는 전기가 모자란다는 것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인지 이번 겨울에도 전기 소비량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잘 살펴보그 이유가 꼭 일반 국민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내 눈에만 뜨이는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에너지 사용에 관한 관련법이 미진하고 또 그 미진한 법이나마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건 아니냐고 물으면 화내는 분들 계시려나.

 

지난여름 언론을 통해서 여러 번 지적 되었듯이 번화가의 소비를 촉진하는 많은 점포들은 출입문을 열어 놓은 채로 에어컨을 틀어대고 있었지만 이를 제지하는 법이 없었음인지 그런 형태의 전기 낭비를 막지는 못하였다. 이 겨울에도 적절한 온도 기준을 마련하여 국민들에게 지켜달라고 부탁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호응이 저조한지 또 여유전기가 모자란다는 뉴스가 종종 들린다. 에너지 절약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정해지고 국민들에게 홍보를 하여도 이를 실행하지 않는 곳에 대하여 법적으로 제지 할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한 모양이다.

 

실상 대부분의 국민들은 자신들의 집에 사용하는 전기는 스스로 알아서 아끼리

라 생각한다. 전기요금이 비싸고 또 누진되면 많은 요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정용 전기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산업시설이나 공공건물 및 상업시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일 여름에 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틀어대고 있는 점포에 가정용 전기에 준하는 요금을 매긴다면 과연 그 점포 주인은 계속 그런 행위를 할 수 있을까. 많은 건물들이 필요 없는 곳에 밤새도록 불을 밝히고 있는 것도 보인다. 이런 것도 상업시설에 준하는 전기요금의 혜택을 줘야 할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이런 곳에 가정용 전기요금을 적용한다면 과연 필요 없는 곳에 그리 밤새도록 불을 밝힐까?

 

내가 살고 있는 곳의 가로등에는 그 가로등을 조명하는 울긋불긋한 조명등이 달려있다. 무슨 예술적인 조각품도 아니고 그저 통상적인 가로등 철 구조물이거늘 거기에 왜 조명등이 필요한지 참 의아스럽다. 가로등을 조명하는 것도 도시미관에 속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리 낭비하는 전기로 어두운 골목 한 켠이라도 더 밝게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 크고 작은 도로변이나 주택가, 산속, 논밭 한가운데 가리지 않고 들어서 있는 건물들이 있다. 이런 건물들은 하나같이 전 건물 외벽을 전깃불

로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이런 비생산적인 곳에 사용되는 전기도 상업시설로써 요금에 혜택을 주는지 모르겠으나 만일 전기요금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산업이나 상업분야의 시설 속에서도 가정용요금에 준하는 요금을 물어야 하는 부분을 기술적으로 심사하여 제도를 바꾼다거나 관련법규를 정비하여 이를 엄히 적용한다면 일반 가정에 전기료를 많이 내라고 하는 사정도 좀 나아질 것이고 모자라는 전기 사정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내 돈 내고 내가 쓰는데 누가 뭐래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내 돈 내고 내가 써도 쓸게 있어야 쓸 수 있는 것이고 요금의 형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 불필요한 곳에 사용되는 전기를 수거하여, 비록 강제적이라 하더라도,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것도 민주주의에서 해야 할 일임에는 틀림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2012년 2월 스물 사흗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