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브리지트 바르도는 어디에

korman 2012. 7. 17. 16:43

 

 

 

 

브리지트 바르도는 어디에

 

장마철은 늘 그런 날씨이기는 하지만 올해도 비가 오락가락 하면서 물기를 한껏 머금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 숨이 막힌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때도 있지만 그래도 습기가 덜한 날은 그늘에 들어서면 한결 시원한 느낌을 받는다. 오히려 장마철 오락가락하는 빗줄기 속의 더위가 더한 짜증을 일으킨다. 사람 몸의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더위 속에 피부에 달라붙는 습기는 더위에 불쾌감을 가중시킨다.

 

달력을 보니 내일이 초복이다. 복이 시작되면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는 의미일 텐데 복(伏)의 한자어는 사람과 개가 같이 있는 모양이다. 한자사전에 그 복자의 의미가 복종할 혹은 엎드릴 복이라고 나와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사람과 개가 합쳐져 복의 의미를 구성하였을까? 너무 더우니 사람이나 개나 납작 엎드려 있으라는 의미인가? 혹 개라는 동물을 한자의 원형인 상형문자가 생기기 이전부터 사람이 가축으로 길들이고 길러 개가 사람에게 절대 복종하며 납작 엎드리는 의미를 담아 그리 되었는가 생각되기도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한자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개고기를 가축의 고기처럼 먹는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삼복더위가 시작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보신을 위하여 그리하고 있다.

 

복이라는 것이 한자문화권에만 있는 것인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복날을 "Dog-days"로 표기하고 있다. 이 영어 단어가 언제 생겨났는지는 알 수 없으되 왜 하필 Dog-days인가? 그런데 그것이 한자는 사람과 개가 하나가 되어 복날이 되었고 영어는 개와 날이 하나 되어 복날의 생김새를 이루었다. 그렇다면 한자의 의미로 복날은 사람이 개를 취하는 날이라 그리 합성되었고 서양 사람들은 한자문화권 사람들이 개를 먹는 날을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아 개를 위로하기 위하여 그리 만들었을까 아니면 나쁜 것을 개에 비유하여 너무 더우니 개같이 더운 날이라 하여 그리 만들었을까? 아무튼 지금이야 우리를 보고 이러쿵저러쿵 하지만 서양에서도 예전에는 개고기를 먹었다고 하니 그들도 더위를 이기기 위하여 개고기를 먹고 그 더운 날들을 가리켜 우리가 초, 중, 말복이라 부르는 것처럼 개고기를 먹는 날들이라 하여 "Dog-days"라 부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도 집요하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고기 먹는 걸 가지고 신문에 기고하고, 우리 외무부에 항의하고, 주 프랑스 한국 대사관에 편지를 보내고 심지어는 남대문 시장에서 개고기 파는 좌판까지 찍어 청와대에까지 보내며 물고 늘어지던 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요새는 조용하다. 죽었다는 이야기는 들은바 없으니 아직 살아있기는 한 모양이지만 몇 년간 목매달고 우리를 비난하더니 아마 요새는 기력이 소진되었음인지 소식이 없다. 사실 개고기야 중국도, 월남도, 북한도, 그리고 일부 다른 아시아 국가 사람들도 다 먹고 있는데 그녀는 왜 그리 집요하게 우리의 개고기 문화만을 물고 늘어졌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나라에 다른 나라보다 자신의 팬이 많이 없다고 생각한 걸까?

 

그녀가 칼날을 세우고 덤벼들 때 그 꼴이 하도 사나워 그녀에게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남의나라 식 문화에 대하여 왈가왈부할게 아니라 더운 날 할 일 없으면 낮잠이나 자는 게 몸보신하는 길이라 일러주고 싶었지만 어쭙잖은 영어로 그리하였다가 공연히 내 나라 욕보이는 게 되지 않을까 싶어 그저 평범하게 충고를 하였다. "동물을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당신네 나라 사람들이 한없이 좋아하는 푸아그라, 거위의 간만을 비정상적으로 키우는 것이 동물사랑이며 또한 태어나자마자 죽임을 당하는 송아지 및 새끼 돼지는 동물 사랑 범주에 속하지 않는지 생각해 보라. 당신이 진정한 예술가라면 남의나라 식문화에 대하여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약소국에서 총칼로 빼앗아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들을 해당국에 되돌려주는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녀의 답장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나의 메일을 보았는지는 궁금하다. 엊그제 신문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푸아그라 판매를 금지시켰다고 한다. 간만을 크게 하기 위하여 비정상으로 거위나 오리를 키우는 것이 동물학대에 해당한다는 동물관련 단체들의 항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난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러나 개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예로부터 우리나라 식문화 속에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누가 먹던 그저 먹을거리를 먹는 것뿐이다. 인간은 선사시대부터 개를 길러 그 고기를 먹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고구려 시대 벽화에 개고기 식문화에 관한 모양이 처음 등장한다고 한다. 그러니 먹는 거야 누가 뭐라 할 이유가 없으나 시장 좌판 플라스틱 대야에 놓여있는 개고기는 다른 고기처럼 가축에 관한 제도권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 더운 날 몸보신을 시켜줘야 할 고기가 찜통더위의 플라스틱 대야 속에서 몸을 상하게 하지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이고 또 다른 브리지트 바르도에게 비난의 원인을 제공하는 빌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이 제헌절인데 개고기에 대한 정상적인 도축과 유통을 위하여 견권(犬權)에 관한 법도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2년 7월 17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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