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무더위 속의 열통

korman 2012. 8. 9. 16:03

 

 

 

 무더위 속의 열통

 

 연일 계속되는 폭염이 잠 못 드는 밤을 만들고 밤 12시가 넘어야 치러지는 우리나라 올림픽팀의 경기가 잠 못 드는 밤을 또 한 번 뜨겁게 달구고 있다. 주말에 비가오고 다음 주부터는 어느 정도 기온이 떨어질 거라는 일기예보지만 뜨겁게 달구어진 우리 몸이 시원함을 느끼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다. 만일 길거리의 에어컨 실외기에서 내 뿜는 뜨거운 바람만 줄여도 도시의 기온은 2도 이상 떨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우리가 지금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뜨겁게 지내야 하는 원인이 결국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환경재앙 때문이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들을 이리 덥게 만드는 것은 외부 기온을 높이는 날씨만이 한 몫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외부 기온이 높아지면 우리의 몸은 스스로 더위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땀이라는 것을 배출한다. 따라서 피부로 느끼는 더위는 그늘에서 바람을 맞으면 보통은 가라앉기 마련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늘에서 부는 바람자체도 불기둥 옆을 스쳐 온 것처럼 뜨끈함을 더해주어 시원함을 제공하기에는 별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올여름을 더욱 덥게 만드는 것은 비단 날씨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종종 사용하는 말 중에 '속에서 열통이 터진다'라는 말이 있다. 몸속의 '열'이라는 게 쓸개를 의미하는 것이겠지만 그 표현 자체가 너무 화가 나서 그 화를 풀지 못할 때 쓰는 말이니 '열'이라는 것을 뜨겁다는 의미의 한자어로 해석하여도 좋겠다. 뜨거운 열이 가득 든 열통이 몸속에서 터지면 속이 어찌될까. 이는 땀이 식혀줄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열을 식히려고 찬 물을 들이키는 모양이다. 그런데 겉의 시원함을 느끼기 위하여 마시는 찬 물과 열통을 식히기 위하여 들이키는 찬 물은 그 들이키는 속도와 모양새 그리고 표정이 다르다.

 

밖의 온도야 자연이 가져다주는 것이니 인간이 어쩌지 못한다 하더라도 몸 안의 열통까지 터지게 하는 사람들이 있어 올 여름 국민들의 몸을 안팎으로 더위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땀이 줄줄 흐를 것 같은 치렁치렁한 긴 저고리를 입고 방송 뉴스에 비추이는 잘난 사람들 때문이다. 돈을 차떼기로 전하던 사과상자로 전하던 어느 방앗간에서 만든 떡 값인지는 몰라도 떡값이라고 전하던 이제 만성이 된 국민들은 그 돈에 얼마큼의 관심이 있을까만 나라의 수장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국가와 국민들의 미래를 위하는 진취적인 정책을 세우고 이를 토론하고 개선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하여 국가와 국민을 위한 미래지향적 큰 그림을 그려야 함에도 그리하지 못하고 그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캐어내는 파파라치처럼 상대의 허울만을 들추어 연일 장군 멍군하고 있는 것이 내 나라의 수장감이기 보다는 그저 그들 모두 파파라치가 들고 다니는 몰래카메라보다도 못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 보다 낫게 평가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자신이 노력하여 상대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 낫게 보이는 방법이고 후자는 자신은 그 자리에 있고 상대를 깎아 내림으로써 자신을 낫게 보이게 하는 방법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모든 아이들의 꿈이 대통령이라고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도 뭔가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 그런데 그 사람들 중에 전자가 있을까. 불행하게도 내 눈에는 아직까지 모두가 후자의 위치에 있는 것 같다. 우리말에 '겨묻은 0가 X묻은 0를 나무란다'거나 '50보 100보'라던가 '고만고만하다'라는 것을 비롯하여 많은 유사한 표현들이 후자에 있는 사람들을 나무라고 있다. 이제 8월 하순이면 이 더위도 많이 누그려질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열통을 터뜨리는 사람들도 제 자리로 돌아가 '존경'이나 '추앙'까지는 가지 못하더라도 남을 깎아 제 자리를 지키기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명실상부한 자신만의 큰 그림을 완성하여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 인물이 나오기를 무더위 속에서 기대해 본다. 지금 올림픽에서 국가를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들이 있어 안팎으로 팽창되는 국민들의 열통이 그나마 진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나오기 바란다.

 

2012년 8월 9일

하늘빛

 

'이야기 흐름속으로 > 내가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IOC 헌장 50조  (0) 2012.08.30
통석의 념  (0) 2012.08.16
일요일 밤에 흐르는 눈물  (0) 2012.07.29
브리지트 바르도는 어디에  (0) 2012.07.17
비 개인 아침의 베이비 세일과 키즈  (0) 2012.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