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석의 념
내가 읽은 책 중에 인도에 관한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필자가 길을 가고 있는데 멀쩡한 인도인이 다가와 돈을 달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내가 왜 일면식도 없는 당신에게 돈을 주어야 하느냐?'고 물은 즉 그 인도인은 '당신의 운명이 오늘 이곳에서 나를 만나 나에게 돈을 주어야 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리 하여야 된다.'라고 대답하더라고 했다. 이런 경우를 뭐라고 해야 할까? 헝그리 정신도 아니고 '뻔뻔하다'라는 우리말이 있는데 이런 때 써야 하나?
지금 우리나라 동해 건너편에 이 '뻔뻔한' 친구 하나가 존재한다. 역사적 배경은 접어 두고라도 우리가 친구라 불러주고 있는 나라임에도 결코 진정한 친구 되기를 마다하는 나라. 아직도 우리나라가 과거 자신들의 식민지 영토 속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누가 봐도 역사적으로 분명한 남의나라 땅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뻔뻔하게 우기고 있는 이 나라를 우리는 어찌 불러주어야 하나. 우방? 국교가 정상화 된 이후 지금까지 친교를 맺고 있으니 우방이라면 우방이겠지. 그런데 이들도 우리를 자신들의 우방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며칠 전 우리나라 대통령이 우리나라 땅이며 우리 국민이 거주하고 있는 '독도"에 간, 너무도 당연한 일을 가지고 왜 자신들의 지역에 허락도 안 받고 갔냐고 뻔뻔하게 떠들며 꼴딱해서는 자국 대사까지 소환하고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를 하겠다느니 통화스와프를 취소하겠다느니 하며 호들갑까지 떨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하여 내가 보기에는 그 못된 이웃보다는 우리에게 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일반 국민들이야 우리 땅에 우리 대통령이 갔는데 웬 소란이냐고 하겠고 나 자신은 일본이 자기 땅이라고 우길 때 마다 '대통령이 한번 가지'라고 생각하여 왔음에 이번 일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는데 일부 전문가라는 분들과 정치하시는 분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신문 방송에 의하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 문제로 한일 관계의 미래가 어떻게 될 거라느니 심지어 정치하시는 분들 중에는 대통령의 나쁜 통치방법이라느니 수준 낮은 외교라느니 별 말을 다 하고 있다. 이 분들은 독도를 어찌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시는 것일까? 자신들 같으면 어찌 했을 거라는 혹은 어찌 할 거라는 이야기는 없다. 이 분들도 독도가 우리 땅임을 부정하지는 않으실 거라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대통령의 우리나라 섬 중의 하나를 방문한 당연한 것을 가지고 뒤에서 부정적인 견해만을 늘어놓지 말고 독도에 관한 자신들의 전문가적 혹은 정치적 소견을 확실히 피력하고 국민들이 어찌 생각하는지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설사 자신들의 전문적 정치적 속내는 다르다 하여도 '우리 대통령이 우리나라 땅에 가는데 당신네가 뭔 상관이야'라고 대외적으로는 모두 한 목소리를 낼 수는 없는 것인지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기실 일본이 노리는 것이 한국인들의 편을 갈라 독도가 우리 스스로 분쟁지역임을 인정한다고 세계에 알리려 함이 아닐까? 다른 문제도 아니고 이런 문제로 편이 갈릴 때면 참 답답하기 그지없다.
'통석의 념'이라는 말이 있다. 몇 년 전 일왕이 과거사에 대하여 사과를 한다고 한 말이다. 한자의 뜻으로 풀이하여도 난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우리 국민 중 누가 이 말을 사과의 뜻으로 알고 있을까? 그는 또 가능하면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도 하였었다. 엊그제 대통령이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려면 피해자들에게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가능할 거라 하였다. 이 말에 일본은 또 발끈하였다. 과거에 독일 총리가 피해국을 방문하여 무릎을 꿇고 있는 한 장의 사진이 과연 일본이 우리의 친구가 될 수 있나를 말해주고 있다.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것은 단교보다 한 단계 낮은 강한 외교행위라고 한다. 일본이 우리와 단교를 할 수는 없을 테니 소환한 대사를 한국에 돌려보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적절한 명분이 필요하다. 인도인들처럼 대사의 운명이 오늘 소환되었다가 언제 돌아가게 되어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이 명분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주어야 한다. 어떤 명분이 나올 수 있을까 궁금하다.
광복절이 지났다. 강한 비바람 때문에 베란다 밖으로 태극기를 걸지 못한 아쉬움에 더하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8월 16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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