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일요일 밤에 흐르는 눈물

korman 2012. 7. 29. 13:35

 

 

  

 일요일 밤에 흐르는 눈물

 

이 세상에 어찌 저런 곳이 있을 수 있을까?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가에 맺히는 눈물을 어찌 할 수 없다. 나이를 좀 먹은 사람의 감성이라고 치부하기에 그녀들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처절하고 애절하다. 일요일 밤 종편 케이블 TV, A방송에서 내 보내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프로그램 때문이다. 지상 최대의 낙원이라는 우리 북쪽의 이야기이며 부모, 형제, 자매를 그곳에 남겨두고 혹은 같이 그 낙원을 탈출하여야만 하였던, 그곳에서 "변절자"라 부르는, 죽음 직전에 서 있던 탈북자들의 삶에 대한 고달프고 애달픈 이야기가 그리 눈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초창기 이 프로그램은 한국전쟁 중 북에 가족을 두고 남으로 피란 내려와 아직 북쪽의 가족에 대한 생사여부를 모르는 실향민들의 가정을 방문하여 그들의 사연을 듣고 북에 남겨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통일이 되면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사연과 선물을 임진각에 마련된 타임캡슐에 담는 프로그램으로 출발하였으나 매번 그런 가정을 방문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지, 하기야 실향 1세대의 많은 사람들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나 병석에 있는 경우가 많으니 매번 쉽지는 않았겠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 잘 정착한 재주가 많은 젊은 탈북여성들을 스튜디오에 초대하여 그 재주와 북한 소식 그리고 북을 탈출할 때의 사연을 듣는 것으로 프로그램 형식을 바꾸었다.

 

그저 우연히 TV채널을 돌리다 보게 되었지만 내 부모님도 북에서 피란 나온 경우라 관심을 가지고 계속 보게 되었다. 나야 전쟁 통에 태어났으니 피란살이에 가족들에게는 적잖은 짐이 되었겠지만 부모님 살아생전에 귀에 굳은살이 앉도록 들은 그 당시의 이야기는 아직 북쪽의 생활을 기억하는 형제들에 의하여 2세, 3세들에게 전해지고 굳이 녹음을 하지 않았어도 매년 명절 때면 모여 앉은 형제 중 누군가에 의하여 재방송 되지만 그래도 60여년의 세월이 흐르다 보니 세월이 약임을 증명하듯 그 세월에 치유되어 이제는 그저 먼 산을 쳐다보듯이 추억하는 시간으로 눈시울을 붉힐 뿐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실향민들과 다른 것은 전쟁을 피하느라 남으로 왔거나 코리아드림을 이루기 위하여 대한민국에 찾아오듯 그리 한 것이 아니라 북에서의 죽음보다도 못한 처절한 삶에 말 그대로 지옥으로 부터의 '탈출'을 감행한 때문이다.

 

고정 출연자에 더하여 매 주마다 새로운 몇 명의 출연자가 그 기막힌 자신의 사연을 전달할 때는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그저 두 눈에 흥건히 고이는 눈물을 어찌 할 수가 없다. 물론 그 중 평양에 거주하던 몇몇은 다른 출연자 보다 나은 환경에 있기도 하였지만 거의 모두가 숨을 쉰다고 살아있는 게 아니니 두만강을 건너다 죽은들 북에서의 삶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고향을 떠나온 여성들이었다. 두만강을 건너다 가족을 잃고, 어렵게 중국 땅에 발을 디뎠지만 공안에 잡혀 북에 넘겨져 온갖 고초를 겪다 다시 탈북하고, 여자라는 특수성 때문에 인신매매에 걸려 팔려 다니고, 신분을 숨기기 위하여 노예와도 같은 위장 결혼을 하고, 산속을 숨어 다니느라 매서운 추위에 비바람 다 맞으며 노숙을 하고, 제3국으로 다시 탈출하려다 형제가 총 맞아 죽고.......... 그리고 어찌어찌 하다가 운 좋게 대한민국 땅에 들어섰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그녀들 모두가 이곳에 잘 적응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혹자는 이 프로그램을 지금은 폐지된 '미녀들의 수다'라는 것의 아류라고 표현을 하였지만 그녀들의 사연과 북한의 실정과 지금도 대한민국에 들어오기 위하여 제3국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탈북자들의 실태를 전해 들었다면 모습이 비슷하다고 하여 아류로 치부하기에 이 프로그램은 우리의 생활이 얼마나 자유롭고 민주적인가를 깊이 되새기게 해 준다고 하겠다. 프로그램의 형식은 비슷하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프로그램 형식을 몰래 베끼거나 귀한 외화를 낭비하면서 시시껄렁한 외국의 오락 프로그램 형식을 라이선스하여 제작하는 것 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그 보다는 진보라는 이름으로 국가와 국기를 부정하고 종북과 친북을 공개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 우리 사회에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새겨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프로에 출연하고 있는 탈북녀들은 물론이려니와 그 많은 실향민들은 지상낙원을 떠나 가족을 버리면서 까지 왜 남쪽으로 내려와야 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2012년 7월 27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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