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한글날도 재판하자 하고 한자날도 정하자 하겠네

korman 2012. 11. 27. 17:23

 

 

 

한글날도 재판하자 하고 한자날도 정하자 하겠네

 

작년까지만 해도 자주 나가던 퇴계로, 충무로였는데 올해는 인쇄와 관계되는 일이 별로 없어 발길이 뜸해졌다. 인쇄관련 업체들이 파주 인쇄단지로 많이 빠져 나갔다고 해도 중소 인쇄업자 및 인쇄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은 아직 이 일대 골목골목에 많이 남아 있어 한국 인쇄 메카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주말 확인할 일이 있어 이곳을 찾았다가 절친한 분과 차를 한잔 나누게 되었다. 그 분은 자리에 앉자마자 도대체 무슨 일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넋두리를 먼저 풀어 놓았다. 10월에 발표된 내년 한글날 공휴일이 참 애를 먹인다는 것이었다. 신문, 방송에 보도 되었던 달력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 만들어 놨는데 어떻해?” 할 수 없이 고객에게 붉은 투명 스티카를 붙이자고 제안하고 의견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다.

 

이게 표준어인지는 모르겠으되 내 부모님이 쓰시던 말씀 중에 같은 일에 이랬다저랬다 좀 경망스럽게 굴 때 “찧고 까불고 혼자 다 한다”라는 말을 쓰셨는데 불현듯 그 말이 생각났다. 휴일이 많으면 직장생활 하는 사람들이야 환영을 하겠지만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휴일이 더 많다고 원래 공휴일이었던 날을 자기들이 없애 버리고는 한글날이 휴일이 아니어서 국민들이 태극기도 안 달고 우리말과 글을 아끼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는지 해가 다 가는 마당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였다. 그래서 제일 난처한 사람들이 달력을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하였다. 10월이면 달력을 다 만들어 놨을 때인데 느닷없이 내년부터 시행 한다고 하여 빨간색으로 표시되어야 할 달력의 휴일을 그리하지 못하였으나 인쇄를 한 업자에게 잘못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달력을 주문한 사람이나 인쇄한 사람이나 좀 찜찜한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휴일이 많건 적건 개인적으로 상관할 바 없는 나로서는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 지정된 것을 탓할 이유가 없지만 무엇 때문에 한글날이 “찧고 까부는” 데 대한 대상이 되었는지 참 궁금하다. 그 진짜 이유가 한글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취지에 있다면 휴일 재지정에 앞서 국회는 그리고 국회의원 자신들은 얼마나 우리말과 글을 아끼는지, 그리고 국회 내에서는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외래어, 외국어, 한자어는 없는지 먼저 살펴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각 회사에는 각기 자사를 상징하는 회사의 깃발이 있듯이 우리 국회에도 국회를 상징하는 국회기가 있다. 내가 찾아본 정부 가관들의 깃발, 사법부의 깃발, 경찰의 깃발 모두가 자신들의 기관이나 부서를 한글로 적어 놓았지만 우리 국회는 무궁화 속에 아직도 한자로 국(國)자를 가지고 있다. 국회기가 그러니 국회의원들의 배지도 물론 그렇게 되어 있고 지방의회 의원들이 사용하는 배지에도 그리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꽃 무궁화 속에 들어 있는 우리나라 국회를 뜻하는 글자가 왜 아직 한자이어야 하는지 이들은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까?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 지정될 즈음에 신문에서 읽었던 기사가 생각났다. 일부 맞는 말이기는 하였으되 참 화나게 하는 글이었다. 한글전용 교육이 위헌이라고 한자관련단체에서 헌법소원을 냈다고 했다. 한글을 전용으로 가르쳐 국민들이 한자음에 대한 맞춤법을 틀리게 쓴다고도 하였다. 그 예로 어느 이발관 앞에 붙어있는 “독고노인 이발 무료로 해 드립니다”라고 붙인 글귀를 지적하였다. “독거노인”이라 써야 할 것을 한자를 몰라 “독고노인”이라 적었다는 것이다. “독거노인”이라는 단어를 누가 언제 만들었나를 생각한다면 이런 지적이 나올까 생각해 보았다. 내가 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도 이런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독거노인”이 혼자 사는 노인이라는 말이라는 것은 나도 그 말이 나왔을 때 한자를 보고 뜻을 알았지만 이리 한자를 조합하여 없던 말을 만들어 낸다면 “독고노인”이라 쓴다고 그 의미가 없을까?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라도 우리말 맞춤법은 많이 틀린다. 내가 쓰는 이 글 어딘가 에도 틀린 맞춤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맞춤법을 틀리게 쓰는 모든 분들이 한자를 몰라 그런 것은 아니다. 이 단어를 누가 한자를 조합하여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우리말에 있던 단어는 아닌 듯싶은데 혹 일본에서 만들어진 단어를 우리가 한자음으로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가 언제 만들었던 독거나 독고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혼자 사는 노인”이라 쉽게 말하면 될 것을 굳이 그리 어려운 한자어를 사용하는 게 기본적인 문제가 아닐까? 한자를 몰라 맞춤법이 틀린다는 말은 참 궁핍한 이유로 들린다. 한자는 그 뜻이 다른 각 글자를 조합하기 따라서 단어의 뜻이 다를 수 있다. 독고노인(獨古老人)-혼자 된지 오래된 노인 - 말 안 되나? 억측인가? 이발관도 이발소, 이용원등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 아니한가.

 

우리 누구나 사용하는 “풍지박산”이라 하는 말이 실은 “풍비박산”이 맞는다고 한다. 이것도 한자를 몰라 그리 쓴다고 하였다. 난 이 단어의 한자를 모른다. 그런데 지금까지 최근에 딱 한번 방송에서 “풍비박산”이라 써야 맞는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 누구도 그리 쓰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였다. 그래서 “풍비박산”이 맞는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나는 아직도 “풍지박산”이라 말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떡 “인절미”는 누구도 한자로 표기하지 않는다. 또 그게 한자어라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실은 이 인절미를 옛 조선에서는 “임절미(任絶味)-임씨성을 가진 사람이 만든 절대적인 맛을 가진 음식“이라 하였다고 한다. 그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인절미로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것도 한자를 몰라서 그리 부르게 되었을까? 같은 맥락에서 ”풍비박산“도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한자음과 관계없이 ”풍지박산“으로 부르고 앞으로도 그리 불려 인절미 처럼 굳어진다면, 이미 그리 굳어진 듯 한데, 굳이 한자어로 ”풍비박산“이 맞는 것임을 강조하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새 방송 자막을 보면 한자어가 아닌 것에 맞춤법 틀린 것이 많이 나온다. 그 대표적인 예가 ”돼“로 써야 할 데에 ”되“로 쓰고 ”개“로 써야 할 곳에 ”게“를 쓴다. 그리고 ”데“와 ”대“를 구별 못하고 쓴다. 이 모두가 한자어는 아니다. 그럼 이 사람들은 한글을 몰라서 맞춤법이 틀릴까? 따라서 더 이상 한자를 몰라 맞춤법이 틀린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물론 우리말에 한자어가 60~70%가 된다고 하니 한자 교육이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또 지금도 상용한자는 가르치고 있지만, 아무리 한자관련 단체라 하더라도 우리의 기본 문자가 한글임에 헌법소원까지 내는 것은 좀 무리한 발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금이 간 광화문 현판을 다시 만드는데 한글로 쓰느냐 한자로 쓰느냐를 놓고 한글관련 단체와 한자관련 단체가 서로 싸우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진작 국민들은 60% 이상이 한글을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 되었다고 한다. 옛날에도 어떤 건축물을 다시 짓거나 고치거니 수리를 하여 새 현판이 필요할 때는 그 당시의 임금이나 명필가가 현판의 글씨를 썼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광화문은 현 시대에 복원되었으니 현 시대에 맞는 현판이 필요하지 않을까? 문화부에서 왜 이들 단체에게 물어보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싸우는 모양새가 광화문을 위하고 그 복원의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기득권을 취하려 함인 것 같은데 이들 단체의 의견 보다는 국민들의 뜻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시대에 순 우리말이건 한자어건 100% 우리의 것만 가지고는 말함이나 글쓰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말과 글로 표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및 일반인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외국어 및 한자어를 자제하고 전문가들이 앞장서서 이를 계도하고 좋은 우리말 표현을 개발, 보급한다면 우리말이 한충 더 젊어지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또 관련 단체들도 기득권 주장 보다는 일제에 의하여 잃어버린 무리 본래의 단어를 찾아내고 일본식으로 왜곡된 한자어도 찾아 제 위치로 돌려놓는 것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임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축구중계에서 통상적으로 잘 쓰고 있는 “추가시간”을 잘못된 표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인저리타임”으로 부르는 전문가에게 쓴 소리 한번 하기 바라며 옐로와 레드 및 불루의 콤비네이션이 올 섬머패션의 트렌드라는 업계에도 우리말 표현을 권장하고 생중계를 LIVE라고 표기하고 날씨를 웨더라고 하는 방송인들에게도 한 말씀 하시는 것이 광화문 현판가지고 싸우거나 헌법소원을 내는 것 보다는 좋지 않을까 생각하여 본다. 국회의원들께서도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 지정하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만 그 보다는 먼저 너무나 남용되고 있는 관공서들의 대국민 외국어 사용을 정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린프드존, 워킹버스스쿨, SAY NO, 국민과의 약속 SAFE KOREA. 하이 서울, 다이내믹 부산, FLY 인천..... 등등 수없이 많은 신조어들이 관공서에 의하여 만들어지고 또한 관공서가 앞장서서 우리말을 파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휴일 지정보다 앞섰어야 할 일 아니었을까?

 

우리는 IT 강국이라 한다.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태권도 용어는 모두 우리말이다. 이처럼 IT 분야에서도 우리의 기술이 국제 표준이 된다는데 남의 것을 사용하기 보다는 우리말로 된 용어가 전 세계가 사용하는 용어가 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일본의 쓰나미 처럼....

 

 

 

                        2012년 11월 26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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