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우리는

korman 2012. 12. 17. 20:11

 

 

우리는

 

지난여름 태풍이 불어와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던 때, 내가 사는 아파트로 들어서는 1층의 여닫이 현관문 한 쪽은 늘 활짝 열린 채로 놓여 있곤 하였다. 그 열린 문으로 회오리치는 바람이 비와 나뭇잎을 몰고 승강기 앞까지 밀어닥치는데도 사람들은 열려있는 문 쪽으로 몸만 빠져 나가는지 늘 그리되어 있었다. 1층에 사는 분들도 우리 아파트에 같이 사는 분들이거늘 얼마나 불편할까 생각하여 열려 있으면 손목 한번 놀려 닫아 놓고 다니면 안 되나 하는 생각으로 아파트를 나서며 닫아 놓고 들어 올 때 보면 또 그렇게 활짝 열려 있었다. 스프링식 여닫이문인데도....

 

가을의 끝에서 세찬 비바람이 몰아친 날이 있었다. 22년의 세월동안 늘 보아왔던 아파트 현관 옆의 단풍나무가 진홍색 잎사귀들을 무수히 떨구고 있을 때 불어온 강한 비바람은 겨울에 들어서기 전에 마지막 잎새도 남기지 않겠다는 심사였는지 그 줄기마저 꺾으며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을 때도 현관문은 여름처럼 그리 젖혀져 있었고 비바람에 섞인 단풍잎은 현관 입구에서 승강기 까지 붉은 양탄자를 깔고 있었다. 우리 아파트라고 칭하는 사람들은 그걸 밟으며 깐느 영화제의 붉은 계단을 오른다고 생각하였을까? 굳이 문이 고정되도록 끝까지 밀지 않아도 자신의 몸은 빠져나가고 문은 스스로 제자리에 돌아오는 것을......

 

한파가 몰아치며 함박눈이 쏟아져 발목까지 빠지던 날에도 현관문은 또 그렇게 열린 채 승강기 까지 사람들의 족적이 남을 만큼의 눈가루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거기에 밖에서 들어오면서 신발에 묻은 눈을 털지 않고 현관에 들어서는 바람에 미끄러운 바닥에 눈이 깔리면서 누구에게도 낙상의 위험이 있었다. 겨울 초입에도 문이 매번 그렇게 열려져 있어 혹 아이들이 그리 하였어도 어른들이 드나들며 좀 닫고 다니지 하는 마음에 관리사무소에 이야기 하여 수도 동파문제도 있으니 문을 닫고 다니라는 안내문을 현관 한쪽에 붙여 놓았음에도 얼마나 덩치 큰 사람이 드나들고 있는지 아니면 내가 나가고 들어올 때만 그리되어 있는지 지금도 활짝 열려있는 문이 눈에 뜨인다. 관리비 절약한다고 관리하는 경비원들을 대거 줄이는데 모두 찬성 하였으면 우리 스스로 알아서 하여야 함인데도........

 

모든 것을 '나의(MY)' 개념으로 이야기 하는 서양 사람들에게는 마누라 까지도 '우리(Our) 마누라'라는 복수의 소유격으로 칭하는 우리말이 이상하게 생각 되겠지만 우리나라 사람 모두는 나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여럿이 관련되어 있는 모든 것에는 ‘우리’라는 지칭을 사용한다. '우리마누라’라 칭하는 것에는 나 자신도 이상하게 생각되지만, 그러나 크게는 우리나라에서 작게는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에 이르기 까지 모든 분야에서 ‘우리’라는 집단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속에 속한 우리 개개인은 모든 것을 나의 개념으로 이야기하는 서양 사람들 보다 남을 더 배려하고 공공 시설물을 더 아끼고 국가를 더 사랑하여야 할 텐데 과연 그럴까? 늘 열려져 있는 우리 아파트 현관문을 보면서 예전에는 모르겠으되 현 시점에서 과연 우리가 거의 모든 것에 ‘우리’라는 집단적 소유격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성숙되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일이 이틀 후로 다가왔다. 한 나라의 미래는 국민에게도 있지만 국민과 그 나라를 이끌고 나아가는 최고 지도자의 정책이 막중하다고 한다. 그런데 선거일을 앞에 둔 우리나라 사람들은 각 후보들을 어찌 생각하고 있을까? 내가 누구를 선택해야겠다고 생각을 굳히기에 앞서 서로가 미래지향적 정책보다는 과거에 취해 있고 자신이 새롭게 이끌어가야 할 새나라가 아니라 아직도 죽은 대통령들이 통치하는 나라를 보여주며 앞날의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는 서로 비방하고 온갖 흑색선전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은 후보들을 보면서 참으로 개탄스러움을 느낀다. 이래서야 온갖 수식어에 ‘우리’를 앞장세우는 우리나라의 수장이 될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종족이 모여 나라를 이루고 어디에나 나 자신(My)의 수식어를 앞세우는 미국인들의 대통령 선거, 그러나 그들의 사회는 평시에나 선거 때나 그들의 국민과 사회와 나라를 생각하는 모습은 ‘우리’를 앞장세우는 우리보다 더 우리적인 것 같아 부러움이 앞선다.

 

선거 후에 더 강한 우리가 되기 바라며....

 

 

2012년 12월 17일

 

하늘빛


음악출처 : 2012/11/16  리알토 이메일, http://cafe.daum.net/musicgar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