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연말 주머니에 남은 7장의 사진

korman 2012. 12. 30. 17:26

 

 

 

 연말 주머니에 남은 7장의 사진

  

가을이 한창 무르익을 즈음 소주잔에 혀가 어릴 시간에 한 친구가 술병을 들어 내 빈잔을 채우며 하는 말이

"요즈음 같은 IT 시대에 참 별일이 있었네."

"뭔 일?“

”면허를 갱신하는데 사진 2장을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갔더니 그걸 면허갱신신청서에 붙이라고 하고는 그 붙어있는 사진을 다시 카메라로 스캔해서는 새 면허증에 올리는 거야. 그럴 바에는 차라리 사진이 들어있는 파일을 가져오라고 해서 그걸 새 면허증에 바로 올리면 더 좋을 텐데. 시스템 개선이 좀 개선이 필요할 것 같아.“

 

마침 운전면허를 갱신하라는 통보가 와 있는지라 친구의 말을 확인도 하고 10년 전 면허 갱신 때도 사진 2장을 가져오라 하였고 없는 사람은 현장에서 즉석사진을 찍어 인화하여 제출하였었는데 지금은 현장에서 사진을 찍으면 시스템이 더 좋아졌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운전면허시험장으로 향하였다. 물론 내 운전면허 갱신 통보서에도 사진 2장을 가져오라는 문구가 있어 친구의 말이 맞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가지고 있는 마땅한 사진이 없으니 현장에서 찍어야겠다 생각하고 사진 붙이는 난은 비운 채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그랬더니만 우선 사진을 찍으라며 지하철역에 있는 즉석사진부스와 같이 생긴 곳에 들어가라 하고는 담당자가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고개를 들어라 숙여라 하더니 어느새 9장의 사진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2장을 신청서에 붙이라 하고는 사진이 붙어있는 신청서를 옆으로 밀어 놓았다. 신체검사를 받는 자리였다. 그곳에서 나는 사진 값과 신체검사비로 1만원을 지불하였다. 그리고 신검이 체크된 서류를 들고 나와 민원실에 제출하였다. 이 과정에서 친구의 이야기가 맞았음이 바로 증명되었다.

 

민원실 면허갱신 담당은 사진이 붙어있는 신청서를 받아들고 몇 가지 체크를 하더니만 이내 그 붙어있는 사진을 스캔하였다. 그리고 금세 새 면허증이 발급되었다. 사진 찍는 순간부터 새 면허증을 받아든 순간까지 채 20분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리 민원인이 없었기로서니 그 스피드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참 좋은 세상이다 감탄하며 그곳에서 또 1만원을 지불하였으니 면허 갱신에 총 2만원이 들었다. 사진을 가져갔으면 좀 덜 들었겠지만 주머니에 남아 있는 7장의 사진을 만지작거리면서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더 들였다는 아쉬움도 있었겠지만 2장이면 될 것을 왜 쓸데없이 큰 인화지를 써서 9장씩이나 뽑아 주었을까 하는 생각과 요새가 어느 때인데 사진을 찍었으면 그걸 바로 담당에게 파일로 보내 면허증에 올리게 하면 불필요한 사진 인화를 하지 않아도 될 텐데 왜 사진을 찍고 그걸 인화하고 또 인화한 사진을 스캔하고 스캔한 사진을 면허증에 올리고 하는 행위를 하여야 하는지 시스템상의 의아함 때문이었다.

 

별로 어려운 문제도 아니고 시스템 개선에 많은 비용이 들 것 같지도 않은데 내년에 면허증을 바꾸는 사람들에게는 쓸데없이 남는 사진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오늘도 서랍 속에 던져놓은 남은 사진을 보면서 이제는 이런 사진 어디 쓸 나이도 지났는데 또 한 해가 가는구나 하는 서운함에 흘러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한다.

 

2012년 12월 30일

하늘빛


음악출처 : cafe.daum.net/musicgarden, 리알토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