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TV, 그 훌륭함의 뒷전
지난 세월에 다기능 전화기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요새처럼 IT시대라고 이야기 할 시절도 아니었건만, 그 때는 최신기술이라고, 각종 새로운 기능을 가진 단추가 많이 달린 복잡한 전화기였다. 사실 그 기능들은 가정집이라는 작은 테두리에서는 실제로 그리 필요한 기능들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그 최신 기술이 집약된 것으로 보이는 전화기를 비싼 값을 치르고라도 장만하고 있었고 선진국에라도 나갈 기회가 있으면 그런 전화기 하나쯤은 사가지고 오는 게 통상적인 일이었다. 가방 속 전화기가 늘어나자 세관에서는 휴대품이라도 국내인증을 받지 않은 전화기는 통관을 불허한다는 발표까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어쩌다 보니 나도 미국이라는 나라에 출장을 가게 되었었다. 그리고 이참에 나도 그런 걸 하나 장만해 보고자 전화기 가게 앞을 어슬렁거려 보았지만 그곳에 진열된 전화기들은 거의 모두가 그저 단순 수. 발신 기능만을 가졌을 뿐, 내가 사야할 단추가 많이 달린 전화기는 찾기 힘들었다. 한 가게에서 혹시나 하여 물어본 내 뒤통수에 들리는 점원의 대답은 “집에서 쓸 거면 왜 그리 복잡한 기능이 필요하냐?”라는 되물음이었다. 호텔로 돌아오던 길에 반가운 우리글로 “귀국선물”이라 쓴 가게를 발견하고는 마지막으로 저기나 가보자 하고 안으로 들어선 순간 보이는 전화기, 바로 그 전화기가 눈에 가장 잘 뜨이는 곳에 진열되어 있었다. 거의 모두가 일본제품이기는 하였어도 그곳에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전화기 역시 국내 제품의 모태가 된 일본산이었다. 하늘색 하나를 집어 들고 값을 치루면서 다른 가게에는 이런 전화기가 없는 이유를 물었다. 점원의 대답은 “미국인들은 이런 복잡한 전화기 안 좋아 하고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이 좋아합니다. 그래서 우리 가게에는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가정집에 이런 다기능 전화기가 왜 필요합니까?” 그도 미국에 살더니 이 토종 한국인과는 생각의 차이가 있었다. 결국 미국 점원과 그의 말 대로 다른 기능은 쓸 일이 없었으니 폼 잡느라고 그저 돈만 낭비한 꼴이 되고만 것이다.
오래전 전화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에 구입한 스마트TV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올해 말로 전국의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된다고 하니 15년 이상이나 보아온 그 무겁고 덩치 큰 아날로그 TV는 버릴 때가 되었지 싶어 장만한 것인데 이 스마트TV라는 것이 사놓고 보니 꼭 예전에 단추가 많이 달린 전화기와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세상이 달라져 시대적으로 요구되는 기능들이 추가적으로 필요는 하겠지만 스마트TV라는 것에 방송 수신 기능 외에 필수적으로 얹어놓은 3D, 인터넷 및 콘텐츠 수신 및 기타 기능들이 과연 얼마만큼의 필요성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무조건 적으로 넣어 놓은 이런 부가적인 기능들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지불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기능들이 필요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TV를 보유한 일반 가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부가기능을 사용하고 있을까 조사한다면 그 결과는 별로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TV라는 것이 검색은 물론 앱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능들은 인터넷선을 TV에 연결해야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집에서는 별도의 경비를 들여 인터넷에 가입하여야 하고 기 그것을 사용하고 있는 집에서도 공유기나 다른 장치로 별도의 선을 끌어 연결 하여야 만이 그 스마트한 기능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서 구동되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별도의 돈을 요구하기 때문에 TV를 사고도 1년여가 넘게 기본 방송 시청 외에는 다른 기능은 사용 해 보지 않았었다. 다만, 주어진 안경만 있으면 되는 3D 기능만 호기심에 두어 번 사용하여 보았을 뿐 그것도 눈의 피로도 때문에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른 연결구들은 외장 하드나 USB 같은 별도의 장치에 자료를 넣어와 연결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구태여 그런 기능들을 사용 할 필요가 없었다. 사실 TV를 구매할 때 전화기를 떠 올린 나로서는 그런 기능들을 모두 활용할 줄 아는 세대들은 이미 컴퓨터나 다른 장치에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태여 TV에 까지 그런 게 필요치는 않을 것 같고 그런 기능에 익숙지 않은 세대들에게 그것들은 TV값을 비싸게 하는 요인 외에 별 다른 감흥이 느끼게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었다.
집의 인터넷 종합상품을 바꾸면서 아파트 공용으로 사용하는, 연일 재방송만 해 대는 케이블을 버리고 싶어 IPTV를 신청하였다. 그리고 이참에 TV에 그 스마트 한 기능을 써 보고자 설치 기사에게 부탁을 하였더니 선 하나를 빼서 TV에 연결해 주었다. 많은 집을 다니는 사람이기에 다른 집들은 어떠하냐고 물었더니 “그저 한 몇 번 호기심에 작동을 해 보기는 하지만 많은 집에서 그 기능들은 필요 없는 것 같더라”라는 대답이다. 나도 인터넷이 연결되었으니 리모컨 단추를 이것저것 눌러 보다가 버튼이 많은 전화기를 떠 올리며 우리나라 대표 가전사들도 필요치 않은 사람들을 위하여 좀 단순화되어 저렴한 TV를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았다. 요새 마트에서 판매하는 단순기능만을 갖춘 좀 저렴한 소형 TV가 있기는 하지만 크기나 메이커가 다양화 되지 못하고 있음에............
2012년 10월 19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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